드론·AI ‘딸각’ 버튼 한번에… 신기술로 게임 같은 전쟁

김판,김지훈,이강민 2026. 4. 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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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문턱이 낮아졌다]
AI ‘위험한 결정’ 더 빠르게 내려
오판 위험성·책임성 논란 등 부상
휴대 쉽고 싼 드론 전쟁 판도 바꿔
AI·드론 등 신기술이 승패 핵심 키
가상의 군인들이 목표물이 표시된 모니터 속 지도를 바라보며 ‘버튼’을 누르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달로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 생성 이미지


드론과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전쟁터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드론은 수시로 전쟁터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AI는 ‘위험한 결정’을 더 빠르게 내린다. 드론과 AI 덕분에 자국 군대의 인명 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전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상대를 정교하게 타격할 수 있고, 국내 정치적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드론과 AI 등 기술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만큼 전쟁의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노인 공격하는 드론

국제재난구호단체 피스윈즈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올레나 네제바는 수시로 드론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네제바가 태어나고 부모님이 여전히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남부 니코폴의 한 시장에서는 지난 4일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감행돼 5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다쳤다.

지난 8일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 응한 네제바는 “불과 며칠 전에도 니코폴 중심가로 향하던 노인들이 탄 버스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드론이 노인들을 조준하거나 민간인 시장을 공격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니코폴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자포리자 지역과 강을 사이에 두고 있어 자주 공격 대상이 된다.

드론은 때로는 북한이 보내오는 삐라(전단)처럼 전쟁터에서 ‘선전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네제바는 “드론은 가끔 ‘우리가 너희를 구해줄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뿌린다”며 “사람을 죽이면서 보호해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에서도 드론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발간된 영국의 분쟁감시단체 에어워즈(Airwars)와 이란 인권단체 HRA의 공동 보고서에도 드론 공격 실태가 생생히 기록돼 있다. 보고서는 이란 전쟁 발생 후 한 달 동안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수도 테헤란의 한 주민은 보고서에서 “테헤란 남서부에 있는 집에서 단 1분 사이 폭발음이 여덟 번 들렸다. 마치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는 것처럼 폭격했다”고 미국의 드론 미사일 공습 상황을 묘사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인 중 한 명이 검문소에서 줄 서 있다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그는 폭발과 죽음의 경계에서 불과 수십m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전역에 설치된 검문소 중 최소 43개소가 드론 공격을 포함한 미군 및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았고 최소 1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미국의 드론 공격을 받고 지난달 29일 이란 테헤란의 한 검문소에서 숨진 11세 소년 알리레자 자파리의 생전 모습. 자파리는 아버지를 따라 민병대에 참여해 검문소에서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앞서 이란 인권단체들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아동 군사 모집을 경고했었다. 헨가우 제공


어른들의 욕심에 어린이들만 무참히 희생됐다. 이란 인권단체 헨가우에 따르면 11세 소년 알리레자 자파리가 지난달 29일 테헤란의 한 검문소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을 받아 숨졌다. 당시 자파리는 아버지를 따라 검문소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국제사회는 아동의 군대 모집을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임스 김 한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휴대가 편하고 저렴한 드론 기술이 전쟁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새로운 형태의 전쟁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다.

AI가 민간인을 죽인다?

2024년 2월 미국의 이라크 공습으로 이라크의 20세 대학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당시 공습에 ‘프로젝트 메이븐’으로 알려진 AI 플랫폼이 활용됐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2017년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AI를 활용해 드론이 촬영한 영상에서 사람과 사물을 자동으로 식별해내는 플랫폼이다. 이는 곧 AI가 표적을 식별한 공습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는 의미다. 에어워즈는 이를 역사상 최초로 AI 지원 공습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으로 의심하고 있다. 에어워즈에 따르면 미군은 “내부 조사 결과 타기팅 과정에 AI가 사용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 대변인은 ‘특정 공습 때 AI를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아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군사적 용도의 AI의 오판 위험성과 책임성 논란으로 이어진다. 에어워즈는 “AI는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성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으며 인간이나 민간 물자를 군사 목표물로 오인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군사 전문가 송승종 대전대 특임교수는 지난 7일 서울안보포럼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이란 전쟁 따라잡기’ 세미나에서 “AI가 전쟁 시계열을 극단적으로 가속화하며 전쟁의 구조와 절차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압도적인 화력이 전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AI와 드론 등 신기술이 승패의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되며 군이 전쟁의 문턱을 넘기 위한 시간 역시 급감하고 있다. 앞서 이란 전쟁을 지휘한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우리의 고지능 AI는 기존에 수일이 걸리던 작업 과정을 단 몇 초로 단축시켰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최신 군사 기술을 활용해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고 공습만으로 이란의 주요 안보 자산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며 “한 달 넘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군 사상자가 많지 않았다. 저비용 드론과 AI 등이 결합된 기술로 전쟁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학과 교수도 “자국 군대 투입 대신 ‘버튼’으로 전쟁이 이루어지다보니 전반적으로 전쟁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김판 김지훈 이강민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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