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헌재소장 이종석' 연임 추진…野 "尹의 친구" 반발
국민의힘이 17일 퇴임하는 이종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다시 추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소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뒤, 임기(6년) 종료를 10개월 남겨 둔 지난해 12월 유남석 전 헌재소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법조계에선 이 소장이 여당 추천 몫으로 다시 헌법재판관이 되면 재차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재판관 9명 가운데 1명을 임명한다. 이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기다.
정치권과 법조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이 소장을 여당 몫 헌법재판관으로 연임시키는 방안을 민주당에 전달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 “이 소장을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다시 추천했다간 우리의 다수 의석으로 본회의에서 반드시 부결시킬 것”이라고 맞섰다고 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을 부결시켰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이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는 17일에 끝난다. 하지만 후임자 추천은 아직 답보 상태다. 지금껏 여야 협상의 최대 난맥으론 170석 민주당이 ‘양당이 한명씩, 나머지 한명은 양당 합의로 추천’하는 관행을 깨고 후임자 2명 전부에 대한 추천권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 지목됐다. 하지만 물밑에선 ‘이 소장 연임’ 이슈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석 연임설’은 이미 지난해 10월 그가 소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제기됐다. 재판관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그가 윤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재소장에 취임하자 야권에선 “사실상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고 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원래 임기까지 (수행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이후에 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면서도 “소장 임기가 10~11개월인 것은 굉장히 짧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재소장 임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헌법재판관 임기는 6년에 연임이 가능한 것으로 법에 규정됐으나, 헌재소장은 별도 임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소장에 대해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직 재판관이 임기 중 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재판관 잔여 임기만 소장을 지내야 한다는 ‘잔여임기설’과 ▶소장의 임기 6년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임기연장설’이 팽팽히 맞섰다.
최대 논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이 임기 3년이 남은 상황에서 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발생했다. 전 전 재판관은 청와대로부터 ‘차기 소장으로 임명해 6년 임기를 리셋하려 하니 재판관직에 대해 사표부터 써라’는 뜻을 전달받았고, 그에 따라 사표를 낸 게 문제가 됐다. 결국 “대통령 뜻에 따라 사표를 쓴 행위 자체가 사법부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방증”이란 야권의 질타 속에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고 낙마했다. 이후 재판관 임기 도중 소장 지명을 받은 5대 박한철, 6대 이진성, 7개 유남석 전 헌재소장은 모두 잔여임기 동안만 소장을 역임했다.
문제는 이 소장의 헌법재판관 연임과, 헌재소장 재지명 과정에서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연임 과정에서 국회에서 한 차례 표결을 거친 뒤, 헌재 소장 지명 이후에도 국회의 임명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친구인 이 소장을 연임시키는 것은 정치적 수가 분명한 만큼 야권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소장의 지난해 11월 임명동의안은 본회의에서 투표수 291표 중 찬성 204표, 반대 61표, 기권 26표로 가결됐다.
이 소장 연임과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지원·김준영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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