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파이브> 이재인, "학교를 자주 못 갔다는 완서, 어릴적 현장에 있던 나와

이재인

영화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다섯 인물이 팀을 이루며 벌이는 유쾌한 활극이다. 그중 이재인이 연기한 ‘완서’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소녀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극의 중심을 이끈다. 첫 등장부터 모두를 압도하는 파워로 눈길을 사로잡고, 후반부엔 누구보다 진심 어린 눈빛으로 전우애를 드러낸다. “히어로지만,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는 이재인의 바람처럼, 완서는 웃음과 감동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하이파이브>

“처음에는 변희봉 선생님의 영화 <괴물> 대사로 오디션을 봤어요. 원래 완서 캐릭터가 지금보다 더 할아버지스러운 말투였거든요. 말투도 그렇고, 태권도 액션도 보여드려야 해서 오디션장에서 발차기도 하고 기본 동작도 몇 개 보여드렸죠” 세 차례 오디션을 거쳐 ‘완서’가 됐다는 이재인은 “감독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나의 매력 중 어떤 것이 완서에 어울릴까를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강형철 감독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고 동생을 부르짖던 이재인의 모습에서 완서를 떠올렸다는 후일담은, 배우와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설명해 주는 일화다.

영화의 완성본을 처음 본 건 언론시사회 때였다. “스크린에서 보는 건 정말 다르더라고요. 특히 크레딧 올라가는 걸 보는데, 이름이 정말 많이 지나가더라고요. ‘이 많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구나’, ‘그 중심에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했구나’ 싶은 감정이 몰려와 정말 실감이 났어요. 부모님이 시사회에 오셨는데, 들어가자마자 엄마 눈이랑 마주쳐서 또 울컥했고요”

완서를 연기한 이재인은 누구보다 이 역할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완서가 아파서 학교를 자주 못 다녔다는 설정이 저랑 닮았어요. 저도 촬영 때문에 학교에 자주 가지 못했거든요. 또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저와 닮아서, 완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 그가 가장 고민했던 건 액션이었다. “체구가 작아서 강한 타격감을 내기 어렵더라고요. 진영 배우님이 정말 멋지게 액션을 해주시니까, 나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초반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후반부엔 액션감독의 지도 아래 자신감을 되찾았다. “완서처럼 나도 성장한 느낌이었어요”

코미디 연기에서의 깨달음도 컸다. “저는 무거운 작품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코믹 연기는 정말 초보였어요. 어떻게 웃겨야 할지, 표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안재홍 배우님을 보면서 알게 됐죠. 진짜 웃긴 연기는 진지할수록 더 웃기다는 걸요. 그 진지한 톤을 유지한 채 상황에 충실하면, 관객은 더 크게 웃는다는 걸 체득하게 됐어요. 그게 너무 재밌고 신기했어요”

같이 호흡한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안재홍 배우님과는 친구 같기도 하고, 삼촌 같기도 한 관계였는데, 영화 속에서도 그런 관계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라미란 선배님은 먼저 ‘언니라고 불러’라고 해주셔서 거리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고요. 오정세 배우님과는 부녀 관계인데, 제가 너무 존경하던 배우라서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근데 춤추는 장면이 첫 촬영이라, 분위기가 풀렸죠. 김희원 배우님은 먼저 게임하자고 연락 주시고, 연기 고민도 자주 들어주셔서 진짜 친한 선배 같았어요”

<하이파이브>가 지닌 ‘한국형 히어로물’의 매력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상의 배경에서 펼쳐지는 액션이라는 게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이게 느껴졌어요. 높은 언덕길, 태권도장 같은 공간들이 원색의 간판들과 함께 나타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이미지가 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풍경이라서, 그것들이 되게 신선하고 키치했어요. 히어로물이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완서를 연기하면서 그는 ‘영화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크로마키로 찍었던 장면들이 완성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화려하게 변했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붙어서 완전한 장면이 되는 걸 보면서 ‘아, 영화는 진짜 위대한 예술이구나’ 싶었죠.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완성돼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감동스러워요”

마지막으로 이재인은 자신이 꿈꾸는 20대를 이렇게 그렸다. “10대를 연기하며 보냈다면, 이제는 성인으로서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셰프, 악기 연주자 같은 역할요. 그런 역할을 연기하면서 배워보고, 혹시 잘 맞으면 진짜 취미로 이어가고 싶기도 해요. 그리고 먼 훗날 관객분들이 저를 보면서 ‘그 사람이 그 사람이야?’ 하는 반응을 보이면 참 뿌듯할 것 같아요. 여러 모습의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하이파이브
감독
출연
오정세,박진영,강형철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사진 ·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