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축구' 아닌 '아랍축구'에 당했던 한국, 8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요르단 이번엔 잘 파악했을까

김정용 기자 2024. 10.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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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요르단이 지난 2월 한국을 상대로 승리했던 건 일회성 이변이 아니라, 중동 축구를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한국은 8개월 후 다시 요르단전을 준비하며 어떤 교훈을 반영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 위치한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 2위(승점 4, 3득점), 요르단은 1위(승점 4, 4득점)에 위치해있다.


요르단은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리했던 팀이다. 조별리그 2차전 2-2 무승부에 이어 4강전엣 요르단이 2-0으로 승리했다. 당시 한국은 패배했다는 사실 못지않게 그동안 경계한 적 없는 중동국가에 경기력부터 밀렸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4강이라는 성적은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중동팀과 동남아팀 상대로 한 번도 제대로 우위를 점한 적 없다는 게 위르겐 클린스만 당시 감독의 경질 원인 중 하나였다. 아시아 축구 평준화를 체감한 대회로도 꼽혔다.


당시 대회는 중동 강세로 요약된다. 8강에 오른 중동국가는 카타르와 요르단 두 팀뿐이었지만 이들이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요르단은 우승후보 한국을 탈락시켰고, 카타르는 이란을 돌려보냈다.


▲ 요르단, '홍명보 감독에게 일격' 먹였던 북아프리카 축구와 닮았다


그런데 중동 축구가 발전하는 양상 중에서도 요르단 축구의 남다른 저력은 특이한 면이 있다. 카타르가 오랜 투자와 유럽축구 문물 도입으로 발전했다면, 요르단의 성장은 북아프리카와 맥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당시 한국을 잘 요리했던 후세인 아무타 감독, 그 뒤를 이은 자말 셀라미 현 감독 모두 모로코 출신이다. 모로코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진출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던 국가다.


국내에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묶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축구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인 중동 국가들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소속인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별개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하나의 문화권이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현재 국경선은 유럽 국가들의 입김 속에서 1960년대까지 '선긋기' 작업이 이어졌는데 그 와중에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아시아의 시리아가 하나의 나라로 합치려는 움직임도 있었을 정도다.


축구계에서도 그들만의 대회였던 아랍컵이 2021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로 격상했다. 가장 최근 아랍컵인 2021년 대회를 보면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우리에게 익숙한 중동팀들과 더불어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이집트 등 대표적인 북아프리카 강호들이 함께 참전한다.


특히 아무타 감독이 이끌었던 요르단은 최근 아시안컵에서도 모로코와 동질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들에게 아무타 감독은 외국인이라는 차이점보다 같은 아랍권이라는 동질감이 더 강했다. 한국전 승리 후 요르단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가 "모로코 사람들이 우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아랍 중에서도 요르단은 북아프리카와 문화적인 전통 면에서 비슷한 맥락이 있다. 아랍 지역의 대표적인 사막 유목민족이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족, 그리고 요르단에 주로 뿌리내린 베두인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중매체에서도 '강인하고 생존력 높은 사막 민족'을 묘사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된다. 최근 영화 '듄'에 등장한 우주 사막민족 프레멘은 베두인을 모티브로 했다. 그래서 카타르나 UAE가 아프리카계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여 다인종 구성이 된 것과 비교하면 요르단 대표팀은 외모부터 전형적인 아랍인에 가깝다. 별명 '알 나샤마'는 베두인어로 '용감한 자'라는 뜻이다.


김민재(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강인(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서 아시안컵 당시 요르단의 경기방식은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강하게 연상시켰다. 체격이 아주 큰 건 아니지만 끈질기고 전투적인 몸싸움으로 중원을 장악하고, 공격은 속도와 몸싸움을 겸비한 공격자원 두어 명으로 간결하게 처리한다.


또한 지난 9월 서울에서 한국과 비기며 무승부를 따냈던 팔레스타인 역시 튀니지인 마크람 다부브 감독이 이끌고 있다. 이들 두 국가는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경계인 시나이반도 바로 동쪽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특히 아프리카와 가깝다.


한동안 중동에서 한국이 경계할 만한 팀은 사우디 등 일부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 국가들의 실력은 쉽게 무시할 수 없고, 이젠 각 팀마다 개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 분석에는 축구전술뿐 아니라 문화와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포함된다. 현재 요르단은 중동이아닌 아랍축구라고 생각하는 게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참패를 안겼던 알제리와 비슷한 경기방식을 채택하는 팀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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