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산보험료, 왜 가난한 이에게 더 가혹한가

2026. 3. 1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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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균
배재대 교수
보건의료복지학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문제를 연구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친 질문이 있다. “소득도 없는데 집 한 채 있다고 왜 이렇게 보험료를 많이 내야 하느냐”는 은퇴자들의 호소다. 반대편에서는 “소득은 있는데 자산이 없다고 보험료가 적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청년층의 박탈감 섞인 토로도 들린다. 이 두 목소리는 겉보기엔 상충하는 듯하지만 사실 현행 재산보험료 부과체계의 구조적 불합리함이라는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먼저 부과체계의 이원화 문제를 보자.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에 더해 재산에까지 보험료를 부과한다. 같은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으면서 적용받는 원칙이 다른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낮아 재산을 소득 추정의 임시방편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세청의 소득 포착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지금 수십년 전의 궁여지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재산보험료의 역진성이다. 현행 제도는 재산 규모를 60개 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고, 점수당 단가를 곱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필자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산 1만원당 보험료 부담은 최저 등급(1등급)이 20.36원인 반면 최고 등급(60등급)이 0.63원이었다. 무려 31배의 격차다. 쉽게 말해 재산이 적은 사람일수록 자기 재산 대비 더 무거운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역진성의 반대편에는 상한액의 문제가 있다.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약 78억원을 넘으면 그 위로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월 48만여원의 동일한 보험료만 낸다. 과표 기준 80억원이든 800억원이든 같은 금액이다. 등급제가 서민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초고자산가에겐 사실상의 상한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를 두고 ‘공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계적 개편 방안을 제시한다. 첫 번째 단계는 재산보험료 부과 방식을 등급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재산 가액에 일정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재산이 적은 가입자의 부담은 줄고, 고자산 보유자는 재산에 비례한 합리적 부담을 지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기본 공제액의 확대다. 현재 1억원인 공제액을 2억원,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려 서민과 중산층이 체감하는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춰야 한다. 공제액이 과세표준 기준 3억원까지 확대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따라 시세 약 8억~10억원 수준의 주택 보유자까지 재산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집 한 채 가진 중산층 대부분이 재산보험료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세 번째 단계가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대다수 국민에 대한 재산보험료는 폐지하되 시세 30억~50억원 이상 등 실질적 부담 능력이 충분한 고자산 계층에 대해서는 재산보험료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이다. 재산보험료를 당장 전면 폐지하면 포착된 소득은 거의 없지만 수십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계층의 부담 능력을 제도가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서민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과 고자산가에게 적정한 기여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하나의 원칙, 즉 능력에 따른 부담이라는 동일한 가치의 양면이다.

물론 이번 제안이 재산보험료를 둘러싼 모든 쟁점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31배의 역진성이라는 명백한 불합리를 바로잡는 일이다. 건보공단이 올해 정률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재산보험료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서민에게 무겁고 부자에게 가벼운 제도라면 그것은 이미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담의 크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부담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일이다.

나영균
배재대 교수
보건의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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