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고려아연 지분 5% 이상 추가 확보… ‘승기’ 잡았다
내달 임시주총서 이사회 장악 전략
사모펀드 적대적 M&A 우려 시선도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 이상을 확보했다. 기존 보유 지분까지 더하면 의결권 기준 과반에 다가섰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유의미한 의결권을 확보하며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총 110만5163주(5.34%)의 지분이 응했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주당 83만원에 확보한 물량을 모두 사들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늘어난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최소 목표치인 6.98%, 최대 목표치인 발행주식 총수의 14.6%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유의미한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지분이 없는 자사주 등을 제외하면 이들이 확보한 의결권은 50%에 근접했다. 주주총회에 불참하는 투자자들의 비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결권 과반을 확보한 셈이다.
같은 날 마무리된 MBK파트너스·영풍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사실상 실패했다. MBK파트너스·영풍이 최소 29%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했지만 청약 물량은 이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이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MBK파트너스·영풍이 제시한 가격(주당 3만원)보다 높은 3만5000원을 제시한 영향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 의결권을 사실상 과반 확보했기 때문에 고려아연 최 회장 측 입장에선 의미 있는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우호 세력 포함)은 고려아연 지분 33.99%를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공개매수가 끝나면 최 회장 측보다 4% 포인트 이상 앞선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는 이달 23일까지 지켜봐야 한다. 최 회장 측은 “상대(MBK파트너스·영풍)가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추후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최 회장 측이 남은 유통 주식인 약 15%를 모두 매집해 이를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MBK파트너스·영풍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더 높아지게 된다. 향후 펼쳐질 주주총회 의결권 싸움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풍·MBK는 다음 달 임시주총을 소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은 고려아연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향후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사모펀드의 대기업을 향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어떤 상장기업도 사모펀드의 공세가 시작되면 경영권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주주 친인척이나 동업자들이 사모펀드와 손잡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자본시장에서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
기업과의 분쟁을 벌이는 것을 금기시하던 금융투자 업계의 관행이 깨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이 일찌감치 공개매수에 개미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식으로 ‘수수료 장사’에 나서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주주를 공격할 명분만 만들어 오면 얼마든지 자금을 대주겠다’는 식의 업계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대기업의 승계와 상속 과정을 정면으로 노린 사모펀드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이혼이나 승계를 둘러싼 잡음이 이는 모든 기업이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윤준식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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