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두 바퀴 감을 선거 홍보물, 이대로 버려도 되나

홍다경 2026. 6. 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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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지방선거 현수막만 1557톤... 시민 활동가가 던진 질문

[홍다경 기자]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현수막
ⓒ 홍다경
선거 때마다 거리 곳곳을 뒤덮는 현수막이 도시 경관을 해치고 환경 부담을 키우는 가운데, 한 시민 활동가가 '나는 왜 현수막을 걷으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지방선거 뒤 버려질 현수막을 직접 수거해 다시 쓰는 활동에 나섰다.

그가 현수막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하다. 선거가 끝나면 멀쩡한 현수막이 대량 폐기된다. 짧게는 며칠, 길어야 몇 주 걸렸던 홍보물이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 그는 이 장면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현수막은 비와 바람을 견디도록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재질이 좋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현수막만큼은 다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현수막 재활용이 아니다. 더 정확히는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려는 일이 아니다. 그는 "현수막을 더 만들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먼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홍보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정당과 후보자는 현수막 의존을 낮춰야 한다. 다만 이미 만들어져 거리로 나온 현수막을 한 번 쓰고 태우는 현실만큼은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 2026년 6월 3일을 위한 현수막 거리에 붙어있는 현수막
ⓒ 홍다경
선거 현수막은 후보자와 정당을 알리는 수단으로 쓰인다. 그러나 선거철이 되면 주요 도로와 가로수길, 교차로, 주택가 주변까지 현수막이 빽빽하게 걸린다. 일부 현수막은 상대를 비방하는 문구로 시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설치 위치에 따라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통행을 방해해 안전 문제도 낳는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대부분 짧은 사용 기간을 끝으로 폐기물로 남는다.

문제의 핵심은 낭비다

현수막은 비와 바람을 견디도록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내구성이 강한 만큼 여러 용도로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 기간은 길어야 몇 주에 그친다. 제작에는 자원과 비용이 들어가고, 폐기 과정에서는 다시 비용과 에너지가 든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말과 달리 현장에서는 소각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배출된 선거 현수막은 약 1557톤이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약 1740톤의 현수막이 폐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총선에서는 전국에서 사용된 선거 공보물과 벽보를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 이상 감을 수 있는 규모라는 분석도 나왔다. 선거 홍보물이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대량 폐기물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환경 부담도 작지 않다. 현수막은 제작과 운송, 철거, 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환경단체들은 가로·세로를 합쳐 10㎡ 규모의 현수막 한 장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4㎏ 이상의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선거철 전국에 걸리는 현수막 수를 고려하면 전체 배출량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재활용이 쉽지 않은 현실도 문제다. 선거용 현수막은 다양한 색상의 잉크가 쓰인다. 이 때문에 재활용 과정에서 이염 문제가 생긴다. 재활용 비용도 소각 비용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상당수 현수막은 다시 쓰일 가능성을 갖고도 소각장으로 향한다.

그가 제안한 활동은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실천이다. 그는 6월 5일 환경의 날에 지방선거 뒤 버려질 폐현수막을 직접 수거할 계획이다. 단순한 캠페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거리에서 현수막을 걷는 일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겠다'는 당사자성이 이번 활동의 출발점이다.
▲ 고창갯벌 인근에서 해양폐기물 수거 실제로 현장에 가서 해양폐기물 수거를 하면서 알게된 고창갯벌센터의 이야기
ⓒ 홍다경
수거한 현수막은 마대자루로 다시 만든다. 현수막의 질긴 재질은 해양폐기물 수거용 마대자루, 낙엽 수거용 마대자루, 모래주머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물과 먼지에 강하고 쉽게 찢어지지 않아 생활 현장에서 쓰임새가 있다. 특히 갯벌이나 해안에서 해양쓰레기를 모으는 용도로 활용도가 높다.
 학부모 시민행동 365, 정근식 후보와 함께 폐현수막 활용에 관한 논의. 폐현수막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논의
ⓒ 정근식후보캠프
이 활동은 환경교육과도 연결된다. 그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생태전환 학부모·시민행동 365, 아이들과 함께 마대자루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들은 환경교육을 받은 뒤 마대자루에 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버려질 현수막이 아이들의 손을 거쳐 다시 자원으로 바뀌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되는 셈이다. 완성된 마대자루는 람사르고창갯벌센터에 기부될 예정이다.
 폐현수막 모래주머니, 마대자루 제작비를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
ⓒ 홍다경
다만 계획은 아직 불안정하다. 활동에는 수거, 운반, 제작, 교육 진행에 필요한 예산이 든다. 현재 카카오같이가치 모금 펀딩을 통해 비용을 모으고 있지만 모금은 기대만큼 진행되지 않고 있다. 비용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어가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계획이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은 분명한 질문을 남긴다. 선거가 끝난 뒤 거리에서 사라지는 현수막은 어디로 가는가.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 왜 정치의 홍보물은 사용 뒤 책임까지 함께 논의되지 않는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수막 문제를 단순한 미관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정치권과 행정기관의 책임도 크다. 정당과 후보자는 홍보물 총량을 줄이는 데 먼저 동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선거 뒤 현수막을 일괄 수거해 재활용 업체나 필요한 기관에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재사용 제품의 수요처를 찾고, 현수막이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인식을 넓혀야 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사회에 비용을 남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폐기물이 된 현수막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 접근이다. 만들 때부터 줄이고, 남은 것은 쓸모 있는 자원으로 되살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청년들은, 나는 왜 현수막을 걷으려고 하는가"라는 물음은 그래서 개인의 캠페인을 넘어 정치와 행정, 시민사회가 함께 답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카카오같이가치 모금함 :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137339/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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