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내전에 강진까지 덮친 시리아의 참혹한 현실

김상도 2023. 2. 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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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피해 북서부지역 사망자수 최소 2270명으로 늘어
북서부 인구 440만 중 90%가 인도적 지원받아야 생존
반군지역엔 국경통로마저 폐쇄돼 국제구조·구호 불가능


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에서 하얀 헬멧 소속 구조대원들이 강진으로 붕괴된 건물에서 사람을 구조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3년째 내전에 따른 극심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시리아에 강진 피해까지 겹치는 바람에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국제적 구호·지원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운데 규모 7.8의 대지진이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하는 바람에 이곳 수백만 주민들이 끼니조차 연명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현재 시리아 북서부 지역 사망자 수는 최소 2270명을 넘어섰다. 아직도 수백 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 건물은 수백채 파괴됐고 병원은 포화상태를 넘어 아수라장이 됐다. BBC는 "기존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주고 있다"며 "베테랑 구조요원들도 처음 보는 참혹한 현장“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이란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은 시리아 국토 전체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강진 피해를 본 북서부 지역은 알레포·하마 등 정부군 관할 지역과 아프린·이들리브 등 반군 장악지역으로 나뉜다.


하지만 북서부에는 국제사회의 구조·구호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도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과 러시아가 2021년부터 반군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외부 구호단체가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국경통로를 1개만 남겨 놓고 모두 끊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유일하게 남은 튀르키에에서 이곳으로 이르는 ‘바브 알하와’ 국경통로를 통해 지원이 가능했다. 그런데 강진으로 이 통로로 이르는 길마저 파괴되고 폐쇄됐다. 국제 구조·구호팀과 물자가 들어갈 길이 없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 남부 병원이 시리아 측 부상자를 수용했지만, 국경이 닫히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들리브의 한 간호사는 "국경이 닫히면 우리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다른 나라나 유엔으로부터 어떠한 원조도 받지 못했다. 자원 부족으로 잔해 속에서 사상자를 찾는 작업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 구조활동은 지역 민간인들로 구성된 ‘시리아민방위대’에 의해 이뤄진다. 이른바 ‘화이트 헬멧’으로 알려진 이들이다.


더군다나 전체 국토의 4%에 불과한 시리아 북서부 지역은 이번 강진 이전에도 내전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이다. 사회기반시설의 65%가 파괴돼 방치됐고 인구 440만 중 90%가 인도적 지원을 받아야 생존이 가능하며, 280만명은 난민캠프에 살거나 다른 장소를 떠돌며 연명하고 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이 전했다. 장비도 충분하지 않아 구조작업도 쉽지 않다. 최근엔 혹독한 겨울 날씨와 콜레라로 인해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의 상황은 비상사태 중 비상사태로, 이미 큰 위기에 빠진 이 지역이 더욱 큰 위험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시리아의 내전이 교착상태라지만 수시로 교전을 벌일 정도로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 중인 탓에 지원·복구가 튀르키예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데 있다.


국제사회가 이구동성으로 지원을 약속했지만 골치가 아프다.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시리아에 구조팀을 보내기로 했지만, 시리아의 반응이 없다. 특히 알아사드를 그간 독재자라 비난해온 서방국가들의 입장은 난처하다. 강진 피해 지원으로 자칫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서만 시리아를 돕겠다고 공언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지원을 하겠지만 알아사드 정부와 직접 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십수년간 국민을 잔인하게 다룬 정부에 우리가 손을 내민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밝혔다.


설사 NGO를 통해 지원한다 해도 시리아 정부에 가해진 각종 제재가 문제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시리아에는 지금까지 이란이 6일 70t 가량의 식량과 텐트, 의료품을 공수한 게 전부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알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정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촉발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군으로 나뉘어 13년째 교전을 벌이는 중이다. 2014년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소탕을 명분으로 시리아를 공습하며 내전에 개입했고, 러시아가 2015년 시리아 정부군 지원에 나서면서 내전은 강대국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만 30만명 이상이다. 오랜 전쟁으로 전력이 끊기고 도로가 마비되는 등 주요 인프라 시설도 파괴됐다. 유엔에 따르면 지진 이전에 이미 시리아 인구의 70%가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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