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씻어도 몸에서 ‘생선 악취’ 진동… 선천성 희귀질환이라고?

임민영 기자 2024. 10. 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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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병이?]
트리메틸아민뇨증은 대사 과정에 이상이 있어 땀과 호흡, 침, 소변에서 생선이 썩는 듯한 냄새가 나는 희귀질환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생선이 썩는 냄새가 우리 몸에서 나면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다. 그런데, 깨끗이 씻었는데도 생선 냄새가 나는 질환이 있다. ‘트리메틸아민뇨증(Trimethylaminuria)’이라는 희귀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대사 과정에 이상이 있어 땀과 호흡, 침, 소변에서 생선이 썩는 듯한 냄새가 나는 희귀질환이다. 이 때문에 ‘생선 악취 증후군(Fish Odor Syndrome)’이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악취가 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심할 경우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냄새를 맡을 정도다. 환자에 따라 고혈압, 빈맥 같은 질환도 동반된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선천적으로 발병하기도 하지만, 후천적인 경우도 있다. 선천적인 경우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생선 악취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편이다. 소아기에 증상이 발현되기도 하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냄새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증상은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여자의 경우 월경 기간이나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또는 폐경기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후천적인 경우에는 다른 질환이나 식단 등으로 인해 증상이 나타난다.

선천적인 트리메틸아민뇨증은 FMO3 유전자 변이에 의해 대사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병한다. 사람에게는 여러 종류의 FMO 유전자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중 FMO3 유전자의 변이가 트리메틸아민뇨증으로 이어진다고 확인했다. FMO3 유전자는 ‘FMO3’라는 효소를 생산하는 데 중요하다. 이 효소는 주로 간에서 분비되며, 음식을 섭취했을 때 질소가 들어있는 화합물을 분해한다. 트리메틸아민(TMA)는 FMO3가 분해하는 물질 중 하나로, 생선 악취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이다. FMO3 유전자 변이로 인해 FMO3 효소가 원활히 생산되지 못하면 트리메틸아민도 제대로 분해되지 못한다. 이는 생선 악취를 풍기는 트리메틸아민뇨증으로 이어진다.

후천적인 트리메틸아민뇨증은 FMO3 효소가 제대로 생산되고 있음에도 발병하는 경우다. 환자들은 트리메틸아민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돼 생선 악취를 풍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콩, 달걀, 붉은 살코기, 생선 등을 먹으면 트리메틸아민이 체내에 계속 남게 된다. 이런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후천적인 트리메틸아민뇨증이 발병할 수 있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냄새 때문에 쉽게 알아차리는 편이다. 다만, 환자마다 냄새의 정도가 다르고 냄새가 나지 않는 시기도 있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병원에서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소변 검사를 통해 트리메틸아민 검출량을 확인한다. 또, FMO3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알 수 있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섭취하는 음식을 조절하고, 필요한 세정제나 보습제 등을 사용해 생선 악취가 나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트리메틸아민의 축적을 유도하는 음식들은 피해야 한다. 달걀, 콩, 붉은 살코기, 생선 외에도 해산물이나 양상추 등도 섭취를 삼가야 한다. 음식 속 콜린, 레시틴을 제한하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장내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변비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1970년 첫 사례가 보고됐으며, 현재까지 수백 건 미만 보고됐다고 알려졌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만성 질환이어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환자들은 악취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해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주변에서 도움을 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임신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리 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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