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캡슐' 371명 몰렸는데…첫 사용 2주만에 사용 중단, 왜
최근 위법 논란 속에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사용돼 사망자를 낸 '안락사 캡슐'이 결국 사용 중단됐다.
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안락사 캡슐 기기인 '사르코'(Sarco)를 스위스에 도입한 안락사 옹호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와 호주의 자매 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사르코 첫 사용에 대한 스위스 당국의 범죄 혐의 조사가 끝난 최근 기기의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371명이 사르코 이용 신청 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첫 이용자 사망 이후 해당 절차가 중단됐다.
사람 한 명이 누울 정도의 크기인 사르코는 기기를 닫고 캡슐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뿜어져 나오도록 설계됐다.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30초도 채 안 돼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떨어진다. 순식간에 공기 중 질소의 양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는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지난달 23일 오후 스위스 샤프하우젠주의 한 숲속 오두막집에서 사르코를 이용한 64세 미국 여성이 숨졌다. 현지 경찰은 위법한 방식으로 목숨을 끊도록 방조·선동한 혐의로 사르코 판매·운영 관련자 여러 명을 체포한 바 있다. 폴로리안 윌릿 더 라스트 리조트 대표는 재판 전 구금 상태에 있다.
2019년 네덜란드 자살 지원 단체에서 개발한 사르코는 지난 7월 스위스에서 공개됐다. 스위스가 조력사망 허용국가라는 점에서 제품 공개 행사 장소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조력사망은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직접 약물 투여 등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인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 구분된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조력사망 행위를 허용해왔다. 지난해에도 1200여명이 조력사망을 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위스도 사르코에 대해서는 안전이나 화학물질 관련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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