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비행 도전하는 이유?

한국형 전투기 KF-21이 2026년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여성 최초 개발시험비행 조종사 정다정 중령(진)은 극한의 비행 테스트를 통해 KF-21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전투기를 최적화하려는 목표로 시험비행에 도전하는 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을 확인하세요.


하늘에서 시동 끄고 저온·결빙 테스트 하고
극한 비행 도전 이유? K–전투기 비상 위해!


여성 첫 개발시험비행 조종사 정다정 중령(진)

정다정 중령(진)이 2025년 11월 경남 사천시 항공우주박물관에 설치된 KF–16 전투기 모형 앞에 서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K-방산의 역사를 새로 쓸 한국형 전투기 ‘KF-21’이 2026년 연말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KF-21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 등 민·관·군이 협력해 설계부터 개발까지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완성한 4.5세대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KF-21 개발로 우리나라는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되었습니다.

2022년 7월 19일 최대속도 마하 1.8(2200㎞/h)로 창공을 가르며 첫 시험비행에 나선 이후 KF-21은 2000번에 가까운 시험비행을 통해 미래 전장에 적합한 전투기로 완성도를 높여왔습니다. 공중급유·공대공(공중전) 유도발사 시험비행, 저온·결빙 등 극한 상황 작동 테스트를 하고 비행 중 엔진을 일부러 꺼 조종 불능 상태로 만드는 등 전투기가 설계대로 기능하는지를 끊임없이 검증했습니다. 전투기는 항법 장치와 다양한 센서 등을 가진 민감한 무기라 지상에서의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비행을 통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입니다.

이처럼 극한의 조건에서 전투기의 안전성과 운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역할은 개발시험비행 조종사의 몫입니다. 현재 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에서 KF-21의 시험비행 조종 자격을 갖춘 조종사는 총 8명입니다. 공군 조종사 가운데서도 정예 요원들로 꼽히는 이들입니다. 정다정(39·공군사관학교 57기) 중령(진)은 이 중 유일한 여성입니다. 그는 2009년 소위 임관 후 공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인 KF-16 조종사로 근무했습니다. 2019년에는 여군 최초로 개발시험비행 조종사 교육 과정에 선발되었습니다. 20개월간의 국내외 비행 교육과 훈련을 마치고 2024년 8월 KF-21 시험비행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그가 수많은 병과 중 전투 조종사를 택한 것도 모자라 ‘극한 직업’으로 불리는 개발시험비행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5년 말 KF-21 개발시험비행이 한창인 경남 사천시에서 만난 정 중령(진)은 “외산 전투기는 요청 사항에 피드백이 빠르지 않고 반영되는 건 그보다 더 느려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라며 “개발 단계부터 우리의 생각을 녹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종사들에게 최적화된 기체를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이 그를 시험비행으로 이끈 것입니다.

KF-21 주요 제원

전투기 4기 지휘해도 쉽지 않은 길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자격이 있습니다. 4대의 전투기를 지휘할 수 있는 4기 리더거나 7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쌓아야 합니다. 전투기는 두 대가 함께 움직이는 2기 기동이 기본입니다. 4대로 작전을 운영한다는 건 전투기 4대의 위치와 개별 무장 상황 등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구상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 중령(진)은 “전투 조종사로서의 기본 능력을 갖추면 개발시험비행 조종사가 될 수 있다”라면서도 “거기에 더해 기체를 원하는 상태로 유지하면서 항공기의 기동이나 성능이 전투 조종사들의 작전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개선점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300시간의 비행 경험을 가진 그에게도 개발시험비행 조종사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내내 좀처럼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은 그도 이 부분에선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는 “한 대의 기종에 대해서만 훈련을 받는 일반 교육 과정과 달리 짧은 기간에 여러 기종을 다뤄야 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라며 “한 기종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기종의 비행 계획을 짜고 비행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등 여러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내야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개발시험비행 조종사 자격이 있어도 KF-21 시험비행을 위해선 기체를 이해하기 위한 학습 및 테스트를 다시 거쳐야 했습니다. 몸무게의 아홉 배에 달하는 중력을 의미하는 9G 상황에서 15초 이상을 버텨야 하는 조건도 있습니다. 경험 많은 조종사들도 의식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KF-21 시험비행 자격을 획득한 후에도 그를 비롯한 시험비행 조종사들은 지상 엔지니어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학 이론 등을 꾸준히 공부합니다.

악천후 만나 비상 귀환하기도

2024년 9월 4일, 드디어 첫 KF-21 시험비행에 올랐습니다. 정 중령(진)은 “지상 엔지니어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이 비행에서 얻어야 하는 결과 값이 있고 이를 확인해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기에 중압감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KF-21 비행 중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를 만난 것입니다. 곧바로 기지로 돌아와야 했지만 날이 어둑한 데다 비까지 내려 활주로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활주로 양쪽에 켜진 불빛과 현재 고도 등을 기준으로 위치를 가늠하며 기체가 땅에 닿을 때까지 최대한 충격을 완화하면서 착륙했습니다. 기상이 좋지 않은 날은 보통 비행을 하지 않지만 여름철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갑작스레 맞닥뜨린 위험이었습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임에도 정 중령(진)은 “위험한 축에 끼지도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프로펠러 훈련기 KT-1 개발시험비행 과정에선 몇 차례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비상탈출 기능이 작동해 조종사가 아무 대비 없이 항공기를 벗어난 적도 있고 항공기의 지붕 역할을 하는 캐노피가 날아간 적도 있습니다. 사고의 위험을 안고 활동하기에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들은 유사시에 대비해 머리카락을 따로 모아놓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지구 표면에서 약 15㎞ 떨어진 5만 피트 상공의 하늘은 지상에서 보는 하늘이 아닙니다. 깊고 어둡습니다. 해당 고도는 우주 공간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그는 “임무를 수행할 때는 경주마처럼 집중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지만 귀환할 때는 보지 못한 풍경을 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다정 중령(진)이 개발시험비행이 한창인 KF-21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공군본부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것

여생도의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한 공사에서도 정 중령(진)이 걸어온 길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체 생도를 이끄는 학생회장 격인 전대장생도로 활약했습니다. 공사 역사상 여생도가 전대장생도를 맡은 건 그가 두 번째였습니다. 백 명 중 네 명꼴인 여군 전투 조종사 가운데서도 그는 첫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늘 그를 따라붙는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요?

정 중령(진)은 “소수집단이라 튈 수밖에 없어서 여자 선배들이 느낀 부담감을 조금은 느낀다”라면서도 “누군가는 나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한번 해볼까’ 생각할 수 있도록 항상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종사들은 목·허리 디스크 등 고질병으로 고생합니다. 높은 중력을 견딘 날에는 담 걸린 것처럼 근막통증증후군에 시달립니다. 가족들 입장에선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정 중령(진)의 어머니도 그가 개발시험비행에 나서겠다고 하자 “꼭 해야겠냐”며 말렸지만 끝내 뜻을 굽히지 않는 그에게 결국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정 중령(진)은 “내 결정을 믿어주고 지원해주셔서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상 시험이나 50시간, 100시간 주기 점검 등이 돌아올 때를 제외하곤 통상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시험비행에 나섭니다. 일정이 많을 때는 매일 시험비행을 할 때도 있습니다. 쉬는 날이면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산책합니다. 요즘은 클래식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그는 임관 18년 차로 중령 진급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간 지휘관급으로 올라서면 비행을 본격적으로 하는 현재와는 임무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비행이 아니더라도 우리 군과 국민을 위해 주어지는 임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군인의 임무는 나라를 위해 나를 던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시간에도 사천 하늘에선 전투 조종사를 꿈꾸며 비행훈련 중인 후배들의 KT-1 비행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