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살 나무서 나체 인증샷…우크라전 이후 '천국의 섬' 비명 왜

배재성 2023. 3. 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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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발리의 쿠타 해변을 따라 걷고 있다. AFP=연합

인도네시아 최대 휴양지인 발리가 전쟁을 피해 모여든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주민과 여행객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인 약 5만8000명, 지난 1월에만 2만2500명이 추가로 발리를 방문했다. 이들 외에도 2022년 우크라이나인 약 7000명, 1월에는 2500명이 입국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18~60세 사이 모든 남성은 출국을 금지했음에도 전쟁을 피해 발리로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는 출국 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예비군 30만명을 소집할 수 있는 부분 동원령으로 인해 러시아인들도 조국을 떠나 발리로 모여들었다.

이에 발리 당국은 지난 12일 비자 정책 위반을 근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적자에 한해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할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위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교적 발급이 쉬운 도착비자를 받은 뒤 장기 체류를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도착비자란 여행자가 공항·항만 등에 도착한 후 입국심사 직전에 발급받는 비자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86개국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런 식으로 비자 발급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 비자로는 단순 방문이나 관광만 가능하며 사업이나 노동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만 4명의 러시아인이 비자 규칙 위반으로 추방됐다.

도착비자 발급이 중단되면 여행객은 출국 전 각국 대사관에 방문해 비자를 직접 신청해야 한다. 도착비자의 기간은 최대 60일까지다. 이외에도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인 인플루언서 부부가 발리 주민들이 신성하게 생각하는 700년 된 반얀트리 나무에 올라가 나체로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 10일에는 도착 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성 3명이 발리에서 성매매하다가 발각돼 추방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와얀 주지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발리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타면서 헬멧을 쓰지 않거나 운전면허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외국인에게 오토바이 대여를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 덴파사르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의 침공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영사관 앞에 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발리에서는 길이 좁고 교통 체증이 심해 오토바이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도 싼 가격에 스쿠터 등을 빌려 타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인과 같은 조치를 적용받는다는 사실에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쿠타마을의 익명의 현지 경찰관은 “외국인이 불량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을 때마다 거의 항상 러시아인이었다”며 “이들은 발리에 오면서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와얀 주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두 나라 시민은 전쟁 중이어서 그런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발리로 몰려들고 있다”라며 양국 국민이 비자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청에 인도네시아 법무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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