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해리스 찍는다? NYT "美대선, 백인 여성에 달렸다"

선거 막판까지 초박빙 대결 양상인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백인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백인 여성은 전체 미국 유권자의 30%에 달한다.

매체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때 백인 여성들의 표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당시 트럼프(47%)는 백인 여성 지지율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45%)을 앞섰다.

2016년 대선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NYT에 "백인 여성들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걸 막았다"고 한탄했다. 트럼프가 패배했던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백인 여성 지지율(53%)은 조 바이든 대통령(46%)을 앞섰다.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의 여성 지지자들이 2024년 10월 29일 워싱턴 DC에서 해리스의 연설을 기다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처럼 전통적으로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백인 여성들이 올해는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의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행태에 반감을 가진 백인 여성들이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낙태권 이슈가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해리스 캠프가 여성들에게 "해리스를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해리스 측은 여성용품 판매대 등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여성 표심을 공략 중이다. 이 포스트잇에는 “여성 대 여성으로 말한다. 임신중절 권리를 지지하라. 우리는 옛날(트럼프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We’re not going back)”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백인 여성은 가장 중시하는 쟁점으로 경제 문제(29%)에 이어 임신중절(24%)을 꼽았다.

2024년 9월 12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여성폭력방지법 제정 30주년을 앞두고 연설하기 전에 참석자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NYT·시에나대 공동조사에 따르면 백인 여성들은 근소한 차이로 해리스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고 해리스가 대신한 직후, 흑인 여성 4만 명이 160만 달러(약 22억원)를 모금했다. 그런데 백인 여성들이 주최한 화상회의엔 20만 명이 참여해 1100만 달러(약 152억원)를 모아 해리스 측에 기부했다.

중도 성향 백인 여성의 표심이 해리스 측에 기우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도 여성 유권자 설득을 맡은 갤버나이즈 액션의 재키 페인 집행이사는 10개 경합주 중도 성향 백인 여성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9월 기준 해리스 지지율이 올랐다고 밝혔다.

"Roe Roe Roe Your Vote"라고 쓰인 표지판이 2024년 10월 16일 애리조나 주의 한 선거 캠프에 붙어 있다. ROE는 미국에서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판례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의미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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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몰래 해리스 찍는다"

심지어 보수 성향 백인 여성 중에서도 ‘샤이 해리스’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셀린다 레이크는 "올해 백인 여성 상당수가 남편 몰래 해리스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라델피아의 자영업자인 니코 모리슨(52)은 "골수 공화당원이면서도 남편 몰래 자기 뜻대로 투표하겠다는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측이 백인 여성 지지가 줄어들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가 "나는 시험관 아기의 아버지"라고 강조했던 것도 여성 표심을 얻으려는 구애라고 NYT는 분석했다.

2024년 9월 21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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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여성 이해 못 해 모욕적"

양측 후보는 유세 막바지까지 여성 표심을 잡기 위해 맞붙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해리스는 "여성의 주체성을 이해하지 못한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다"고 맹공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의 문제 발언을 지적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어제 뭐라고 했는지 들었느냐"고 청중들에게 물은 뒤 "그는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트럼프는 여성들의 (낙태) 선택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2024년 10월 3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크레이그 랜치 원형극장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어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그는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할 것이며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시험관 시술(IVF)도 위험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은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또한 "트럼프의 말은 여성의 주체성, 자신의 삶과 몸에 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와 지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애리조나주에 거주중인 클레어 나이프는 진보성향 여성이다. AFP=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