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도 색깔이... 큰일 났습니다

이재환 2024. 9. 27. 1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남 전역 농작물에서 고온피해 속출... 배추, 무, 밤, 사과, 고추, 포도 등 전부 비상

[이재환 기자]

 충남 청양의 포도 농가.
ⓒ 이재환
요즘 농촌은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최근 고온 현상으로 논에서는 때아닌 벼멸구가 창궐해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고온 피해는 벼농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 올해는 배추와 무, 밤, 사과, 고추, 포도 등 피해 품종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농작물에서 고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0년 이상 농사를 지은 베테랑 농민들조차 "갈수록 농사 짓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충남 예산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올해는 너무 더워서 사과 농사도 잘 안됐다. 농사 짓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지는 그의 토로다.

"만생종 후지(부사) 사과 품종의 경우, 지난해보다도 작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봄에는 사과꽃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사과가 많이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봄에는 일부 나무에서 사과꽃이 거의 피지 않았다. 당연히 수확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사과 생산지로 유명함)에서 후지 사과 품종을 재배하는 것은 더 이상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내 나이가 칠십 넷이다.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렵다."

그러면서 "날씨가 갈수록 덥고 기후변화가 심하다. 온난화 현상이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A씨는 "올해는 사과뿐 아니라 무와 배추 농사도 망쳤다. 김장 배추는 8월 20일 경에 심고, 무는 9월 초에 심었다"며 "추석 당일까지도 열대야 현상이 벌어지더니 결국 고온 현상으로 배추와 무가 모두 죽었다"라고 전했다.

·배추는 죽고 밤은 쭉정이... "이런 경우 처음"
 충남 서천, 이상기후로 여물지 못한 밤송이가 낙과했다.
ⓒ 독자제공
밤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 역시도 울상이다. 올해는 밤벌레(복숭아명나방)로 인한 피해가 유독 커서 큰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밤 품종 중 하나인 옥광밤은 9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현상으로 밤송이와 밤의 낙과가 계속되고 있고 쭉정이도 늘었다.

서천에서 옥광밤 농사를 짓고 있는 B씨는 "올해는 쭉정이 밤이 유난히 많다. 7월에는 비가 많이 왔다. 이후로 8~9월까지 가뭄이 이어졌다. 가뭄 때문에 낙과(밤이 떨어지는 현상)가 계속됐다"라며 "알이 차지 않은 쭉정이 밤이 송이째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밤도 알맹이가 작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고온현상이 계속된 탓이 아닐까 싶다. 이뿐만아니라 해충 피해도 크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방제를 했는데도 복숭아명나방, 일명 밤벌레가 많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40년 동안 밤농사를 지었지만 올해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옥광밤은 고급품종이다. 수매가도 일반 밤보다 2000원 정도 비싸다. 시중에서는 1kg당 1만 원이 넘는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검게 익었어야 할 포도는... 붉은 채로 짓물러
 고온에 짓물러 버린 포도. 충남 청양군의 한 포도농가.
ⓒ 이재환
포도 농가들도 고온 피해와 해충 피해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청양에서 캠벨얼리 품종의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C씨는 "보통 8월 7일께부터는 밤에 약간 서늘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현상이 지속됐다"면서 "그로 인해 포도가 검게 익어야 하는데 착색이 잘 안되서 붉은빛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도가 덜 익어서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낮에도 기온이 높아서 포도 알맹이가 화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게다가 올해는 담배거세미나방 피해도 크다. 지난해까지도 보이지 않던 해충이다. 포도 잎을 갉아 먹는데, 잎이 없으면 포도가 잘 익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충남 청양의 한 포도농가. 담배거세나방이 포도잎을 갉아 먹었다.
ⓒ 이재환
 충남 청양군의 한 포도 농가. 포도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담배거세나방의 모습.
ⓒ 이재환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고추밭에서는 탄저병이 창궐하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충남도당 조직홍보국장도 예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김 국장은 "고추 탄저병은 매년 발생하고 있다. 고추밭은 농약을 자주 쳐야(줘야) 하는데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농업관련 기관에서 고온 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변화를 면밀하게 예측하고 고온에 맞는 농작물 재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작물 재배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충남 예산의 한 고추밭. 탄저병 피해를 입었다.
ⓒ 김종대
"충남도농업기술원, 아열대 작물 재배 연구 중"

충남도농업기술원도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 작물 재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도농업기술원 스마트원예과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보통은 8월 15일을 기점으로 야간에 온도가 많이 낮아진다. 하지만 올해는 9월초 중반까지도 야간에 더웠다"며 "고온현상이 발생하면 작물의 수정이 잘 안되고, 벌레(해충)도 급속도로 번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경우, 한번에 대책을 세우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농촌진흥청에서도 작물 재배 적지(적합지역) 연구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충남도농업기술원에서도 현재 아열대 작물과 채소 등 우리 지역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이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라며 "현재 30여 종의 아열대 작물 유전자원을 노지에 심고 연구를 하고 있다. (일부 작물은) 하우스를 통해서도 적응성 검사를 하고 있다.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