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검진·수술… 갑상선암에 대한 편견 지우세요

이금숙 기자 2022. 11.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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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최훈 교수

갑상선암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한 해 3만 676명이 새롭게 진단을 받았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갑상선암은 5년 생존율(2015~2019년)이 100%에 달하는 ‘착한 암’ 이라는 점이다. 암이 천천히 자라는 '거북이 암'이기도 하다. 천천히 자라고 생존율도 높은데, 환자가 급증하다보니 한 때 ‘과잉검진’ 이슈도 있었다. 갑상선암 검진과 수술의 최신지견에 대해 듣기 위해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최훈 교수를 만났다. 그는 갑상선암 전문가로, 인천성모병원 교직원들이 가족이 아팠을 때 치료를 맡기고 싶은 의료진 투표에서 1위를 한 바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최훈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갑상선암은 수년간 부동의 발생률 1위 암이다. 이렇게 증가하게 된 이유는?
소득이 증가하면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초음파 장비가 좋아져 1cm 미만의 종양도 정밀하게 잡아낼 수 있게 된 것도 한 이유. 검진 탓만은 아니다. 암 자체도 늘었다. 1997~ 2005년 데이터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작은 갑상선암뿐만 아니라 큰 갑상선암도 증가했다. 단순히 조기검진을 통해 작은 암 발견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상선암이 증가한 이유는 식생활 서구화 등 환경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각에서 갑상선암 과잉검진에 대해 비판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과잉검진 측면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조기 검진 효용에 대해 완전히 부정하면 안된다. 검진을 통해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 치료를 했기 때문에 완치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20년 전만 해도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은 남자 85%, 여자 94% 였다. 현재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다. 조기검진으로 생존율이 올라간 것은 맞다. 다만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린 암인데, 너무 작을 때 혹을 발견해 수술을 해서 평생 약(갑상선호르몬제)을 먹어야 하는 것은 환자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 현재 공식 학회에서도 검진 연령과 대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검진은 자유롭게 하되, 바늘로 조직을 생검하는 조직검사를 행하는 기준을 국내외 학회에서 만들었다. 종양 크기가 1cm 미만으로 작고, 임파선 전이가 없고, 갑상선을 싸고 있는 피막에 침범이 없다면 '능동적 감시’를 하라는 권고다. 능동적 감시란 당장 조직 검사나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을 의미한다. 종양이 더 자라거나 커지면 그 때 수술을 하라는 것이다. 능동적 감시를 하면 6개월 간격으로 갑상선에서 나오는 단백질(사이로글로불린)을 체크해야 한다. 단백질의 양이 갑자기 2~3배로 늘면 초음파 검사를 한다.

-능동적 감시는 잘 이뤄지고 있나?
환자가 능동적 감시 개념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해야 잘 따라온다. 그러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3년 내 대부분 수술을 한다. 환자 자신이 불안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이를 듣고 수술을 결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능동적 감시를 하다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종양이 3mm 이상 커진다든지, 임파선 전이가 생기면 수술을 해야 한다. 일본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능동적 감시 대상자의 5~6%에서 병이 진행을 했고, 수술은 1~2%에서 했다. 94~95%는 병이 진행을 하지 않았다. 갑상선 안에 종양이 1cm 미만으로 머물고 있으면, 당장 조직 검사나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갑상선은 목 한 가운데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몸에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신체 기관의 기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장을 빨리 움직이게 하며, 몸에 열도 만들어낸다. 특히 태아의 신경과 근골격계의 성장을 돕기 때문에 엄마에게도, 태아에게도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갑상선암은 검진, 언제쯤 해야 할까?
검진 연령이 정해진 건 없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발생률이 3~4배 높고 40대 후반부터 발병이 많아지기 때문에 40대 후반 여성이라면 한번쯤 갑상선암 검진을 해보는 것이 좋다. 검진은 초음파가 기본이다. 갑상선암은 가족력도 영향을 미치므로 가족 중에 갑상선암이 2~3명 이상 있다면 20대에 한 번 검진을 하고, 30대에 한 번 해 본다. 10년 간격으로 봐도 된다.

-증상은 어떤가?
증상은 거의 없다. 이미 증상이 있을 정도라면 갑상선암 크기가 큰 것이다. 갑상선은 목젖 아래에 있는데, 침을 삼킬 때 혹 같은 것이 움직인다면 갑상선암을 의심해야 한다. 쉰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목소리 신경이 암에 의해 손상을 받은 경우에 쉰목소리가 나온다. 목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음식을 삼킬 때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조직 검사를 해야 할 때는?
종양이 1cm 이상으로 클 때다. 1cm 미만이라도 임파선 전이가 많고 갑상선 피막을 뚫고 나와 근육 침범이 의심된다면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 갑상선암이 기도, 식도 가깝게 붙어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비 모양의 갑상선은 한쪽만 제거해도 될 때, 양쪽 모두 제거해야 될 때가 있다?
과거와 달리 가급적이면 암이 있는 쪽만 제거해 갑상선의 기능을 살리고자 하는 추세다. 양쪽 제거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쪽 갑상선만 제거하면 된다. 양쪽을 모두 제거해야 할 때는 종양 크기가 4cm 이상이고, 임파선 침범이 많고, 기도에 딱 붙어있으며 근육 침범이 있을 때, 폐·뼈 등에 원격전이가 있을 때다. 갑상선에 암이 여러 개 있는 경우에도 다 떼는게 유리하다. 1%의 재발도 싫은 환자도 양쪽을 다 뗀다.

-수술 흉터가 작다는 장점 때문에 로봇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은 피부 근처에 위치한 기관이라 피부를 절개하면 바로 드러나서 수술이 용이하다. 그러나 단점은 목 한 가운데 절개 상처가 남는다는 점이다. 이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유두, 유륜, 겨드랑이, 구강을 통해 갑상선에 접근, 수술을 시도하고 있다. 목에 보이는 상처를 없앨 수는 있지만, 의사가 수술하기 불편하다. 내시경 수술의 경우 손이 아플 정도다. 겉으로는 상처가 없지만, 피부 속에는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남기도 한다. 로봇은 내시경보다 수술이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다. 로봇 중에서도 구멍을 한 개만 뚫는 ‘싱글 포트’의 경우 상처를 작게 해도 되고 팔이 여러 개라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술비가 비싸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언제 하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갑상선을 양쪽 다 뗀 환자 중에 암세포가 잔존할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대상이다. 암 크기가 4cm 이상이고, 암이 갑상선 피막을 뚫고 나왔고, 임파선 전이가 있고, 폐나 다른 장기에 전이가 있을 때 적용한다. 갑상선에서 나오는 단백질인 '사이로글로불린' 수치가 너무 높아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도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사이로글로불린 수치 등으로 충분히 추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예방을 위한 방법은?
미역, 다시마 등에 풍부한 요오드 성분은 양날의 칼이다. 너무 안먹어도 안되고 과도하게 먹어도 안된다.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요오드를 많이 먹고 있으므로 요오드 섭취를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비만은 갑상선암의 고위험 요소이므로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CT촬영 등은 하지 않아야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최훈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갑상선암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수술을 하면 장기간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 갑상선을 절제하면서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약을 통해 보충하는 것으로, 갑상선호르몬제는 ‘물보다 안전한 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임신한 상태에서도, 모유수유를 할 때도 먹어도 되는 약이다. 매일 먹어야 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갖는 환자가 많은데, 갑상선호르몬제는 한 달 끊는다고 해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약 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와 선입견 때문에 갑상선암 수술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갑상선암 수술을 한 뒤 피곤하다고 느끼는 환자들이 많은데, 갑상선암은 폐경 전후 여성에게 잘 생긴다. 폐경 때문에 피곤한 것을 갑상선암 수술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갑상선암은 완치율이 높은 암이므로 너무 겁먹지 말고 수술 대상이 되면 수술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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