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노이, 김정은은 떠나는 트럼프를 붙잡았다
[안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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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트럼프 단독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년 2월 28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회담 결렬 이유를 두고 많은 얘기가 나왔다. 첫째, '존 볼턴의 몽니'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볼턴은 '나쁜 합의보다는 차라리 합의가 없는 편이 낫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왔으며, 볼턴으로 대표되는 네오콘들의 발목잡기가 회담 결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볼턴 자신이 자랑스럽게 회고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둘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장을 고집해 의견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구상을 관철시키려고 했고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과 상관없는 미국 정치 상황인 '코언 청문회'이다. 정상회담이 열린 그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의회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폭로성 증언을 내놓고 있었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매우 상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김정은 위원장에게 호의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노이 노딜'의 이유를 제시한 책이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조엘 S. 위트는 <폴아웃(Fallout) 미국은 왜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나>를 통해 '존 볼턴의 몽니'도 '김정은의 고집'도 세기의 담판을 결렬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종전선언, 평화협상, 연락사무소... 합의문은 준비돼 있었다
<폴아웃>에 따르면, 미·북 협상팀이 작성한 하노이 회담의 합의문은 이미 양측 정상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연락사무소 개소, 스포츠·문화 교류 추진, 재미교포 이산가족 상봉 실시 등의 합의가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평화협상을 개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의 끈질긴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합의문에서 남은 공란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해제 부분으로, 이는 양 정상이 회담에서 직접 결론낼 핵심 사안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북한과의 협상은 국무부 주도로 이뤄졌고 볼턴은 관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보다 국무부를 신뢰했으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마련한 안에 대체로 만족했다고 평가했다. 하노이에서도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폐기와 제재 전면 해제의 교환'을 끝까지 고집한 것도 아니다. 하노이 협상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플러스 알파'나 '영변 및 미사일 폐기'를 요구했고, 이에 북한측은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렬 조짐이 보이자 북한측은 '영변 및 대량살상무기 시험 유예'를 제안하거나 '스냅백' 방식의 제재해제 즉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했던 제재를 복원하는 조건을 스스로 제시하기도 했다.
북측도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어떻게든 합의 성사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심지어 떠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자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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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의 불발로 끝났건만, 환하게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대변인은 이렇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을 향해 출발!" |
| ⓒ 사라 샌더스 |
이 책을 쓴 사람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참여했던 전직 미국 국무부 관리이다. 1998년 미국 정보기관은 핵동결을 합의했던 북한이 금창리 비밀 지하시설에서 핵을 개발한다는 의혹을 제기, 다시 한번 위기가 고조됐다. 1999년 미국 사찰단을 이끌고 금창리에 들어가서 핵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낸 사람이 저자인 조엘 위트이다.
국무부를 떠나 민간 전문가로 활동하면서도 북한의 고위 인사들과 연락을 유지했고, 미국 정부에 대북정책 제안을 해온 조엘 위트는 < 38 노스 >의 공동 설립자이며 현재는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석좌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뿐 아니라 한국, 중국, 북한의 전직 당국자와 300회 이상 인터뷰했다고 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게도 커다란 실패 사례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 본토를 파괴할 수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조엘 위트는 수집한 자료를 재구성해 미국이 왜 실패했는지 그 배경을 이 책에 기록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패의 막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공동번역자는 합동참모본부 전략사령부 전략기획과장으로 재직중인 한석표 대령과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역자 후기에서 한 대령은 이 책을 읽고 번역을 서둘렀다고 했다. 그 이유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의 창이 열릴 수 있는데, 과거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 대령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실에서 함께 근무한 최 교수에게 번역을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으로 남북 협상을 맡았고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내며 북미 협상에 관여했다. 최 교수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면서 "비로소 내가 현장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하나의 더 큰 그림 속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책은 번역할 사람을 제대로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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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치미디어가 펴낸 <폴아웃 미국은 왜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나> 한국어판 |
| ⓒ 메디치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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