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백 패며 "으~리" 외치던 김보성, 아내 앞 무릎 꿇은 사연
"으~리~(의리)!"
8년 만에 '파이터'로 복귀하는 배우 김보성(58)은 샌드백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며 이렇게 외쳤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마법 주문이라고 했다.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자 액션배우 겸 격투기 선수 금광산(48)이 미트를 들고 링에 올랐다. 김보성은 링을 한 번 흘겨보더니 한 번 더 "의리"를 크게 외친 뒤 글러브를 고쳐 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휘두르는 펀치에 금광산(키 1m83㎝, 몸무게 110㎏)이 뒷걸음질 쳤다. 김보성의 온몸엔 비 오듯 땀이 흘렀다.
김보성을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복싱체육관에서 만났다. 그는 다음 달 12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격투기 복귀전(77㎏급·복싱룰 2분 4라운드)을 치른다. 김보성은 "시각장애인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번 경기에 나서게 됐다.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 싶다. 나이 든 김보성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아프고 힘든 분들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성은 대회 후원사와 뜻을 모아 대전료에 일정 금액을 더해 기부할 예정이다. 김보성은 "지난 5월부터 거의 매일 4시간 이상 훈련하고 있다. 집에도 샌드백 2개 등 운동 기구를 설치해 틈틈이 훈련한다. 추석 연휴에도 훈련에 매진하면서 식단 조절에도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김보성은 1996년 흥행 영화 '투캅스2'에서 박중훈과 함께 주연을 맡으면서 액션 배우로 이미지를 굳혔다. 방송에서 "불량배들과 13대1로 붙었다"는 일화를 자주 언급해 터프가이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의리"라는 유행어로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하다. 김보성은 또 2014년 남자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보성이 링에 다시 오르는 건 8년 만이다. 그는 2016년 12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로드FC 특별 자선 경기에서 프로 파이터 곤도 데쓰오(일본)와 맞대결을 벌였다. 당시 그의 대전료와 입장 수입은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데 쓰였다. 격투기 데뷔전이었지만, 김보성은 상대 안면에 펀치를 몇 차례 꽂았고, 상대 선수를 쓰러뜨린 뒤 주먹을 내리꽂는 파운딩도 선보였다.
하지만 1라운드 도중 상대 펀치에 오른쪽 눈을 맞고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으면서 경기를 포기했다. 더구나 그는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시각장애 6급)이다. 김보성은 "다신 앞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단 공포감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력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경기 후 그는 안와골절 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도 상대는 데쓰오다. 대신 이전처럼 종합격투기가 아닌 킥과 그라운드 기술을 뺀 복싱 룰로 싸우기로 했다. 56세 데쓰오는 여전히 현역 선수로 활약 중이다. 김보성이 다시 싸우기로 결심하자, 그의 아내는 "지난번에도 다쳐서 실명 위기에 처하지 않았느냐"며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남 돕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김보성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김보성은 "체육관 관장님과 코치, 트레이너 등 이번 대회를 도와주는 동료 5명과 함께 아내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좋은 취지의 경기라고 한참을 설득한 끝에 간신히 허락을 받아냈다"고 털어놨다.
김보성은 어렵게 성사된 경기에서 통쾌하게 승리하는 꿈을 꾼다. 그는 "내 인생 '라스트 파이트'를 앞두고 링에서 쓰러지겠단 각오로 준비 중이다. 최상의 몸 상태로 뛰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짠 음식도 줄이고, 밥도 반의반 공기만 먹고 있다. 8년 전 데쓰오에게 꽂지 못한 레프트 훅을 이번엔 기필코 성공해 쓰러뜨리겠다. 두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각장애인 여러분과 권상우, 박중훈(이상 배우), 김민종,(가수) 등 동료 연예인을 경기장에 초대했다. 승리하고 난 뒤 이들과 함께 '의리'를 외치고 싶다"고 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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