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의 승리"…빈 살만, 사우디 기적 뜻밖의 수혜자 됐다
‘국제적 왕따’였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뜻밖의 수혜자로 떠올랐다. 개막식에서 귀빈석 맨 앞줄에 앉아 존재감을 뽐내더니 사우디 축구대표팀이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으면서 이목의 중심에 섰다.


사우디는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인 사우디가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속한 3위 아르헨티나를 누르자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도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가족들과 얼싸안고 환호하는 모습의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 사우디 정부는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2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경기에서 턱을 다친 수비수 야시르 사흐라니의 긴급 수술을 위해 독일로 향하는 개인 제트기까지 제공했다고 아랍에미리트 일간지 걸프 투데이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빈 살만 왕세자가 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로 다시 이동했다"면서 "그는 개막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옆에 앉아 존재감을 보였고,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꺾어 이변을 연출하면서 주목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르헨티나전 승리로 사우디 왕세자의 한 달이 승리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달 초 이집트에서 열린 제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참석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 등에 참석했다. 지난 17일에는 한국을 방문해 주요 정·재계 인사를 만났다. 그리고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지난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WP는 특히 월드컵 참석에 주목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개막식이 끝나고 카타르-에콰도르 경기까지 지켜봤는데, 당시 카타르 대표팀을 뜻하는 자주색 머플러를 두르고 카타르를 응원했다. WP는 "2017~2021년 카타르에 대한 아랍국가들의 단교를 주도했던 사우디가 카타르에 형제애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이기자 사우디 국기를 흔들어 화답했다고 WP는 전했다.

빈 살만의 이 같은 행보가 주목받는 건 한동안 세계적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8년 일어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권을 중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국제 외교 무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올여름 바이든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만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7일에는 카슈끄지 암살 사건 관련 소송에서 미국으로부터 면책 특권도 인정받았다. 다만 카타르 도하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재설정 검토는 현재 진행 중"이라며 양국관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아직 서방에서 완전히 정치적으로 부활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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