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실탄 반입 미스터리…인천공항 보안검색은 어떻게 뚫렸나

김민 2023. 3. 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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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 열흘째 기내 반입경위 수사
실탄 추정 가방 소유승객은 이미 출국
보안시스템·검색요원 있어도 무사통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세워져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견된 권총용 실탄의 반입 경위가 열흘째 확인되지 않는데다 인천공항의 보안검색이 뚫렸다는 정황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인천공항경찰단은 대한항공 KE 621편에서 실탄 2발이 발견된 지난 10일부터 반입 경위 확인을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기내에서 발견된 실탄 2발에 대한 유전자 분석에 이어 최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필리핀으로 떠난 환승승객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상 실탄 추정 물체, 승객들의 CCTV 영상 감정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추가 의뢰했다.

수사당국은 환승 승객 보안검색이 뚫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물체가 실탄이 맞는지,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견된 실탄과 동일한 것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엑스레이 사진에서 실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2개가 아닌 3개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과수 감정을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 A씨를 특정하고 국과수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씨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되고 4시간 뒤 이미 필리핀으로 출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물체가 실탄이 맞는지 등이 확인되면 A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갈 예정이던 대한항공 KE621편에서는 지난 10일 오전 7시45분쯤 체코에서 제작된 권총용 9㎜ 실탄 2발이 발견됐다. 첫 실탄은 같은 날 오전 7시10분쯤 한 승객을 통해 발견됐다.

하지만 승무원이 이를 금속 쓰레기로 착각해 다음 실탄이 발견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출항하려 활주로로 이동하던 대한항공 KE621편은 인천공항 터미널로 되돌아가는 램프 리턴을 해야 했고 승객 218명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인천국제공항 스마트보안검색장 운영 개시. 인천공항공사 제공


이후 진행된 승객들의 수하물 엑스레이 사진 재검색을 통해 같은 날 오후쯤 A씨의 가방에서 실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확인됐다. A씨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환승구역 보안검색장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엑스레이 검색 역시 진행됐지만 A씨의 가방을 열어 추가 확인하거나 제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하물에 대한 엑스레이 검색은 보안검색 요원이 육안으로 진행한다. 엑스레이 검색에서 실탄 등 위해안보 물품이 발견되면 직접 수하물을 개봉해 추가 확인하고 압수 등 필요한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

경찰은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했던 보안검색 요원 등을 상대로도 실탄 추정 물체의 확인 여부 및 제재 조치가 없었던 경위 등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안검색 요원 등을 조사하는 등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견된 실탄이 반입된 경위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찾아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실탄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 있다. 국토부 제공


국토교통부도 관계기관 합동 조사팀을 꾸려 국정원 및 경찰 수사와 별개로 인천공항공사 및 대한항공의 대처가 항공보안법상 적절했는지 등을 점검 중이다.

앞으로 국과수 감정 결과 등에서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물체가 실탄으로 확인되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은 보안이 뚫렸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항공보안법상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했던 보안검색 요원에 대한 조치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6일 오후 4시23분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쓰레기통에서도 5.5㎜ 소총용 실탄 1발이 추가로 발견돼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은 발견 1시간 전에 쓰레기통을 비웠다는 환경미화원의 진술을 토대로 같은 날 오후 3시20분쯤 이후에 버려진 것으로 보고 CCTV 등을 분석 중이다. 귀국하려는 미군이 보안검색을 받기 전 쓰레기통에 실탄을 버렸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최근 발생한 대한항공 기내 실탄 발견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적극 협조하고 있고 향후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현 상황을 매우 중대한 비상상황으로 간주해 보안검색을 강화 운영 중”이라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으면 출발 승객과 환승객에 대해 촉수검사를, 휴대·위탁 수하물에 대해 개봉 검사를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안검색요원에 대한 판독 능력 향상을 위해 특별교육을 즉시 추진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천국제공항보안의 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노력하겠다”며 “2026년까지 출국장 및 환승장에 첨단 엑스레이를 전면 도입하고 2025년까지 AI 판독시스템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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