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중에서 감가가 가장 큰 차! 싼타페와 맞짱 뜨던 국산 SUV
2007년부터 풀옵션 사양에만 제공되던 전자식 자세 제어 장치 ESP를 하위 트림에도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액티브 헤드레스트, 전방 주차 센서 등이 새롭게 추가되는 등 안전 및 편의 사양이 강화됐습니다.
2008년에는 제조사에 격려금을 주는 것에 가까웠던 기존 DVD 내비게이션 패키지가 11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뉴클래스 DMB 내비게이션으로 대체됐는데 심지어 고급형 트림부터 기본 장착해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블루투스 기능은 추가되지 않았지만, 미디어용 USB 포트를 마련해 USB 메모리로 음악,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물론 SD 카드 슬롯을 지원해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간편해진 것은 덤이었습니다.
전용 블랙 베젤 헤드램프와 클리어 타입 리어램프, 강렬한 투톤 시트 등으로 내 외관을 스포티하게 꾸민 익스트림 패키지를, 2010년 하반기에는 계기판을 선명한 화이트톤으로 수정해 세련미를 더했고, 트림별로 차등했던 내 외관 옵션들을 몇 개의 패키지로 묶어 입맛에 따라 조합할 수 있게 한 마이 초이스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2009년부터는 드디어 가솔린 파워 트레이닝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4기통 2.4L 가솔린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고, 전륜구동 사양만 판매됐습니다. 다만 가성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소위 깡통 사양인 LS 단일 트리트만 제공됐고, 앞좌석 열선 시트 같은 필수 옵션조차 빠졌을 정도로 편의 사양이 상당히 빈약했습니다.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는 나름 이점이 있었만, 당시에 팽배했던 SUV는 무조건 디젤이라는 소비사들의 인식, 또 디젤마저 별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판국에 더더욱 처참했던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연비 때문에 당연하게도 판매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편, 2008년에는 이부(異父) 형제 윈스톰 MAXX가 합류했습니다. 같은 GM 계열사였던 오펠이 개발한 '안타라'라는 컴팩트 SUV였는데, GM 대우가 수출을 맡아 생산하는 김에 SUV 라인업이 모자란 국내 시장에도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오펠의 번개 로고를 연상케 하는 엣지를 넣은 헤드램프와 날카로운 리어램프, 윈스톰을 꽉 눌러 압축해 놓은 듯 탄탄해 보이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 봐도, 리어 범퍼 하단에 자리한 이 연지 곤지 같은 반사판이 차를 소형차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실내 분위기 역시 윈스톰과는 확실히 차별화됐습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3-서클 타입의 센터 에어벤트가 외관의 스포티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었고, 로터리 방식의 헤드램프 스위치 등 곳곳에서 유럽차의 향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바이-제논 헤드 램프나 크루즈 컨트롤 같은 윈스톰에도 없던 고급 사양도 탑재됐습니다. 이름만 비슷할 뿐, 대륙 성형의 윈스톤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모델이었습니다.독일 오펠이 개발을 주도했던 만큼, 유럽 컴팩트 SUV의 주행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같은 유럽 경쟁차인 폭스바겐 티고안이나 QM5로 판매됐던 르노 콜레오스 쪽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차로 치면 소나타보다 크기만 작을 뿐, 사양 면에서는 앞섰던 i40 살룬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다만 성의가 부족했던 차였습니다. 푸른 계열 조명을 썼던 기존 GM 대우 모델들과 달리, 오펠의 브랜드 컬러인 오렌지빛 조명, 영어로 표기된 계기판 및 트립 컴퓨터를 그대로 썼고, 차 값이 3천만 원에 육박하는데도 내비게이션은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그저 오펠 로고를 떼고 GM 대우 로고만 붙여놓은 자에 불과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르노 삼성 QM5처럼 준중형 SUV보다는 월등히 컸지만 중형 SUV라기에는 확실히 작다 보니 얼떨결에 투싼 스포티지와 동급으로 취급을 받았고, 그들과 비교하면 너무 비싸 보인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또한 4륜 구동 고급 사양만 판매됐기 때문에 선택지도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래 이름처럼 안 타버리는 바람에 2010년을 끝으로 퇴장하며 소수의 매니아들에게만 사랑받는 모델이 됐습니다. 나중에 출시된 트랙스랑 뒷모습이 아주 비슷하게 생겨서 멀리서 보면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
윈스톰은 GM 대우가 시도하는 첫 번째 SUV였음에도 높은 완성도와 가성비가 돋보이는 상품 구성으로 국내 SUV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점유율을 확보했습니다. 과거 대우차 시절부터 늘 따라다녔던 품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출고 후 한 달 이내 불만족 시 환불 또는 새 차로 교환해 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산타페 CM보다 전장과 전폭이 소폭 작고, 가격까지 수백만 원 저렴해 아래급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따라다녔지만, 오히려 중형 SUV는 부담스럽고 준중형 SUV는 어딘가 아쉬웠던 소비자들에게 적당한 차로 받아들여지면서 양쪽의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 르노삼성의 QM6가 비슷한 포지셔닝으로 꽤나 쏠쏠한 재미를 봤습니다.
출시 당시 내수 3만 대를 포함, 연 12만 대라는 도발적인 판매 목표를 세웠는데, 이듬해인 2007년 한 해에만 내수와 수출을 포함 도합 17만 대라는 어마 무시한 성과를 달성하면서 단숨에 GM 대우의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효자 모델로 등극했습니다. 대우차 부도 직후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직원들이 윈스톰의 출시를 앞두고 대규모로 복직됐는데, 그들의 염원대로 차가 잘 팔려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급의 SUV 중 감가가 가장 커서 중고차로도 메리트가 있었는데, 특히 장거리 운행이 잦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윈스톰으로 입문한 뒤 매력에 빠져 쉐보레 계열로 넘어가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후 소소한 상품 개선으로 꽤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고, 수출 실적도 꾸준했지만, 경쟁사가 잇따라 신형 모델을 내놓자 신선함이 떨어졌고 판매량도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속 모델에 대한 갈증이 높아지는 와중, 큰 폭의 페이스리프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GM 대우 브랜드가 역사 너머로 사라지고 쉐보레로 새 단장하게 되었습니다.
본 콘텐츠는 '멜론머스크'의 이용 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