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몰래 따먹다간 이렇게 됩니다
[김성호 평론가]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토마토 공격대>란 영화가 있다. 존 드 벨로가 1978년 내놓은 역작으로, 기존 영화세계의 단조로움을 일거에 혁파하는 혁신적 작품이다. 컬트영화의 한 갈래로써 한국에선 소위 병맛영화라 불리는 흐름을 논하자면 빠지는 법이 없다. 여타 허술한 작품들과 <토마토 공격대>는 확연히 구분된다. 영화는 토마토를 빌런으로 하고 있다는 당혹스러운 설정만 제하면 정말이지 꽤나 잘 만든 작품이다. 이후 10여 년간 4편까지 속편이 제작되고 아류작까지 여럿 나온 비결이 여기에 있다.
<고무인간의 최후>란 작품도 있다. 뻔뻔하게 토마토가 인간을 위협하는 악의 무리로 등장하는 <토마토 공격대>와는 꽤 비슷하지만 또 다른 작품이다. 훗날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전 세계가 다 아는 연출자가 된 피터 잭슨이 이 영화로 제 존재를 알렸다. 고어물, 그러니까 잔혹하게 신체가 훼손되고 폭발하듯 피가 튀는 장르가 <고무인간의 최후>의 정체성이다. 육체를 빵빵 터뜨리는 쾌감을 기괴하게 보여주려 찍은 듯한 이 영화는 탐스러운 토마토가 제 과즙을 뽐내듯이 육즙을 관객 앞에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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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울 토마토 스틸컷 |
| ⓒ 미분류영화제 |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영화를 떠올리는지 살피는 건 나름대로 흥미로운 감상법이다. 못한 작품으로부터는 더 못한 영화가 떠오르기 십상이고, 제법 괜찮은 구석이 있는 영화를 보면 저와 닮은 구석이 있는 작품을 떠올리게 마련이니. 때로는 <빵!울 토마토>처럼 설정이나 형식, 또 표현방식에 있어 유사한 작품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빵! 하고 터지는 순간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감독과 같은 이름의 예주(김사랑 분), 이 아이가 방울토마토를 노린다. 어떤 연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방울토마토를 적잖이 애정하는 듯, 아이는 급식판에 담긴 짝꿍의 방울토마토를 노려보지만 여지없이 차단당한다. 그러고는 방울토마토를 더 먹을 방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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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울 토마토 스틸컷 |
| ⓒ 미분류영화제 |
빵! 하고 터지는 데는 쾌감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풍선을 불기만 하지 않고 기꺼이 터뜨린다. 날카로운 것을 던지고 쏘아서, 또 물을 담아 집어던져서 그를 터뜨리길 즐긴다. 토마토는 여러 과일 중에서도 빵, 하고 잘 터지는 속성을 가졌다. 발갛게 부풀어 오른 그 탐스러운 생김이며 흐물흐물하면서도 탱탱한 피부 아래 흥건하게 담긴 내용물까지 터뜨리는 맛이 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 아이가 나오니 토마토가 아닌 방울토마토를 내세웠겠으나(이는 상당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아무튼 방울토마토를 재치 있게 터뜨리기 시작한다.
죄책감보다 훨씬 더 큰 선을 넘는 악행의 재미, 또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예주는 거듭 방울토마토를 따 입에 넣는다. 범행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찾아와 방울토마토를 노린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저항과 맞닥뜨린다. 방울토마토가 저 자신을 지키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주가 따먹으려 할 때마다 자신을 빵! 하고 터뜨리며.
영상을 기반으로 한 종합예술인 영화다. 급격한 기술 발달은 오늘의 영화인에게 다채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허한다.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시각특수효과가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대단한 돈을 들인 기술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약간의 상상력과 패기, 무엇이든 시도하려는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흥미로운 영화로 관객의 물러 있는 뇌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빵!울 토마토>가 해내려 하는 것이, 또 얼마간 해내고 있는 것이 이와 같다. 나는 이 영화와 연예주 감독을 지지한다. 1978년 존 드 벨로와 1991년의 피터 잭슨을 지지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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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류영화제 포스터 |
| ⓒ 미분류영화제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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