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장악하는 중국 브랜드 꽤 많네
로청 로보락·전기차 BYD·지커 공세
중국 브랜드 공세가 거세다. 과거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은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브랜드는 더 이상 ‘싼맛’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저가 공세를 넘어 기술과 디자인, 플랫폼 생태계까지 결합해 한국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국 브랜드를 바라보는 한국인 시각도 달라졌다. 일부러 중국 브랜드를 찾아 소비하는 젊은 층이 늘었다. 오픈런은 물론 1~2시간 웨이팅까지 감수한다. 유통뿐 아니라 가전과 자동차 등 기술 기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술력은 한국이 우위라는 과거 인식이 무색할 만큼 중국 기술 기업이 한국에서 위세를 떨친다. ‘메이드 인 차이나 2.0’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BYD 수입차 톱4 안착…지커 가세
중국 브랜드 공세가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분야는 전기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전기차를 향한 한국인 시선은 곱지 않았다. 중국 기술력을 의심하고, 중국산 배터리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 특성상 중국산 전기차는 한국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BYD는 이 비관론을 무너뜨렸다. 국내 진출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 대수 1만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역대 최단 기간 기록이다. 올해는 목표 판매 대수 1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기준 올해 누적 신규 등록 대수는 5991대다. 넉 달 만에 이미 목표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지난 4월에만 총 2023대가 신규 등록됐다. 이제는 국내 수입차 톱4에 안착했다. 월별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지난 3~4월 연속 4위에 올랐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양천구 삼천리EV BYD 오토 목동전시장에서도 최근 달라진 국내 소비자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6일 방문한 전시장 내부에는 BYD 전기 세단 씰과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씨라이언7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장 뒷문으로 나가자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과 전기 SUV 아토3 등 시승 차량 여러 대가 대기 중이었다. 차량 내부를 살펴보던 중 시승을 마친 차량이 속속 돌아왔다.
고객 반응이 지난해와 180도 달라졌다는 게 전시장 직원 설명이다. 지난해는 낯선 브랜드에 대한 경계감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는 고객이 많았다. 올해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며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었다. 김루아 삼천리EV BYD 오토 목동전시장 매니저는 “BYD가 처음 국내에 들어온 지난해는 생소한 브랜드라 긴가민가하는 고객이 많았다”면서도 “올해는 BYD 차량이 거리에서 많이 보이다 보니 차량 정보를 먼저 알고 전시장을 찾아 시승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에 기본으로 풀옵션이 장착돼 있다는 점에서 고객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국내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입지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가 당장 5월부터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전국 총 14개 전시장을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다. 그 외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을 비롯해 체리자동차, 둥펑자동차, 샤오미 등도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을 예의주시한다. 더 이상 가격 경쟁력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첨단 기술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OTA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략을 앞세워 차량 기능을 빠르게 고도화하는 중이다. 자율주행 보조 기능과 차량용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소비자 경험을 개선한다. 과거 ‘가격은 싸지만 기술은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를 바라보는 소비자 눈높이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이제는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결코 국내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소비자 인식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커가 들어올 경우 합리적인 가격대의 대중형 모델부터 프리미엄 모델까지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청·TV…고가 가전도 접수
중국 브랜드 영향력은 가전 시장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가전제품 수입액은 50억4319만달러(약 7조4800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사실상 독주한다. 로보락이 국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다. 또 다른 중국 브랜드 드리미 역시 지난해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브랜드 점유율은 30% 안팎으로 추산된다. 과거 중국산 가전은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과 사후서비스(A/S)가 약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게 소비자 반응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능가하는 성능으로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각광받는다.
중소형 가전은 물론 대형 TV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 성장세가 가파르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해 8월 3.5%에서 올해 4월 6%로 확대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출하량 기준 중국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3사 합산 점유율이 2024년부터 한국 삼성전자·LG전자 합산 점유율을 추월했다. AI 기능과 초대형 화면 등을 앞세워 저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라인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과거 중국 가전 브랜드 최대 약점이었던 A/S를 강화한 점도 성장 비결로 꼽힌다. 샤오미는 여의도와 용산 등에 A/S센터를 운영 중이며, 로보락은 일부 제품에 대해 5년 무상 A/S 정책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품질에 대한 의문을 지웠다는 평가다. 중국 업체들이 빠른 제품 출시와 기능 고도화에 강점을 보인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보안·사후관리·가전 구독 서비스 등 신뢰 기반 생태계를 강화해 대응하는 식이다. 지난 5월 6일 샤오미 A/S센터를 찾은 한 방문객은 “예전에는 중국산 제품을 저렴하게 사서 고장 나면 버린다는 생각으로 사용했다”면서도 “이제는 이렇게 A/S센터가 있으니 고가 제품도 오래 쓸 생각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훠궈부터 디저트까지
외식 분야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대세로 떠오른다. 마라탕과 훠궈부터 밀크티·디저트까지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중국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명동에 1호점을 내며 한국에 상륙한 하이디라오코리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9억원에서 20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이디라오 메뉴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다. 훠궈에 넣을 재료를 추가하다 보면 1인당 4만~5만원을 훌쩍 넘긴다. 그럼에도 서울 주요 매장은 주말 대기 1~2시간이 기본이다. 또 다른 훠궈 브랜드 용가회전훠궈도 2024년 말 강남점을 시작으로 전국 9개 매장을 열며 세를 불리고 있다.
마라탕 인기도 여전하다. 하이디라오보다 1년 먼저 한국에 진출한 중국 마라탕 브랜드 탕화쿵푸는 올해 3월까지 전국 560개 매장을 열었다. 마라탕 인기가 한물간 것 아니냐는 의문에도 지난해 매출 255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마라향’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이제는 국내 브랜드도 마라향 제품을 흔히 선보일 만큼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중국식 생선찜 브랜드 ‘반티엔야오 카오위’, 후난 요리 전문 브랜드 ‘농경기’ 등 더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가 국내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
심지어는 음료와 디저트까지 중국 브랜드가 파고드는 분위기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백도·헤이티·차지·미쉐 등이 줄줄이 한국에 상륙했다. 기존 국내 카페 브랜드와 달리 화려한 비주얼과 앱 기반 주문 시스템, 소셜미디어(SNS) 인증 요소를 결합해 한국 젊은 층 공략에 성공했다. 이뿐 아니라 SNS를 중심으로 상하이버터떡과 고체양즈간루 등 중국 디저트가 화제가 되며 품귀 현상까지 나타난다.
중국 외식 프랜차이즈는 SNS 기반 바이럴 문화를 빠르게 확산하며 트렌드를 만드는 데 강점을 가졌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최근 유행인 왕홍 메이크업과 수건케이크, 상하이버터떡 등이 대부분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음식이라고 하면 위생 문제가 먼저 떠올랐지만, 최근에는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며 “중국 외식 프랜차이즈는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증 문화를 결합해 소비 경험 자체를 콘텐츠화한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젊은 층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1~2시간 웨이팅을 감수하고 중국 외식 프랜차이즈를 적극 찾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유통·서비스도 두각
촌티 → 힙하다 ‘중티 감성’
유통 분야에서도 중국 영향력이 상당하다. 대표 사례가 중국 완구 브랜드 팝마트다. 대표 캐릭터 ‘라부부’ 열풍은 단순 완구 인기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번졌다. 한국에서도 라부부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국내 유통가가 들썩였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CJ올리브영 등 주요 유통사가 팝마트 협업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캐릭터 세계관과 희소성, 랜덤박스 시스템 등을 결합해 수집 문화가 형성된 점이 라부부 성공 배경으로 꼽힌다.
뷰티와 패션 분야에서도 중국 브랜드 존재감이 커진다. 중국 색조 브랜드 플라워노즈는 K뷰티 강세 속에서도 국내 입지를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화려한 패키징과 세계관 중심 브랜딩으로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팬덤을 빠르게 확보한 브랜드다. 플라워노즈는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 뷰티에 지난 2월 공식 입점한 데 이어, 4월에는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오프라인 매장에도 선보였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플라워노즈 입점 후 5월 7일까지 무신사 뷰티 랭킹에서 아이메이크업 브랜드 부문 10위권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입점 직후 한 달간 검색량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패션 분야도 마찬가지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고감도 편집숍 무신사 엠프티는 로어링와일드·슈슈통·펑첸왕 등 18개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한다. 지난해 무신사 엠프티를 통해 국내에 유통된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1% 성장했다.
중국 유통이 인기를 끌자 ‘중티 감성’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과거 ‘중국 티가 난다’는 표현은 촌스러운 디자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려한 색감과 과장된 연출 자체를 하나의 감성 코드처럼 소비하며 ‘중티’라는 단어 자체가 긍정적으로 활용된다. 중국 비즈니스 학습 여행 전문 기업 만나통신사를 운영하는 윤승진 숏만연구소 대표는 “최근에는 중티 감성이 힙하다는 느낌으로 한국인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며 “숏폼을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이미지가 쇄신된 점이 중국 유통 브랜드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숏폼 플랫폼을 무기로 한 중국 동영상 생성 AI 서비스도 두각을 나타낸다. 영상 업계에서는 중국 시댄스·클링AI·하이루오 등이 흔히 사용된다. 시댄스와 클링AI는 숏폼 플랫폼 틱톡과 콰이쇼우의 AI 모델이다. 윤 대표는 “서구권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 활용을 제한할 때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며 학습량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며 “틱톡 등에서 쏟아지는 수억 개 숏폼 영상을 통해 최적화하며 영상 생성 AI 분야에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마감 3시간 전 도착했는데…주문조차 못한 사연

하루 판매 가능한 물량이 정해진 건 아니다. 문제는 주문 속도다. 워낙 주문이 밀려 더 이상 음료 제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제조 완료 상태를 보여주는 스크린에는 500번대 번호가 호출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 적힌 ‘준비 중’ 번호는 이미 700번대를 넘어섰다. 다시 말해 아직 200잔 가까이 더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음료를 제조 중인 직원은 4명뿐이었다.
다른 직원 2명은 홀 밖에 나와 있었다. 한쪽에서는 픽업 번호가 돌아와 음료를 찾으러 온 손님을 응대했다. 음료를 받아가는 데도 현장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다른 한 명은 ‘주문 일시 중단’ 안내판에도 길게 늘어선 대기 손님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안내판 앞에 줄을 선 손님들은 “언제 다시 주문할 수 있나요” “하루에 몇 잔까지 판매하나요”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기자도 안내판 줄에 합류해 직원에게 언제 다시 주문할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오늘 안에 다시 주문이 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다른 손님이 직원에게 주문 취소를 문의했다. 그 손님은 “모바일로 주문했는데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그냥 취소할게요”라고 말했다.
결국 매장 마감 3시간 20분 전 방문했지만, 주문조차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직원에게 “오늘 모바일에서 주문 가능할까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가끔 주문이 열릴 때가 있으니 계속 새로고침을 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9호(2026.05.13~05.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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