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우리가 넘는데..." PGA투어, 마스터스에 청구서

세계 골프의 양대 축인 PGA 투어와 메이저 대회, 특히 마스터스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LIV 골프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뭉쳤던 동맹은 이제 골프계 주도권과 돈을 두고 엇박자를 낸다.
LIV가 키운 메이저의 몸값, 투어의 시샘을 부르다
갈등의 도화선은 LIV 골프와의 전쟁이었다. PGA 투어는 LIV로 가는 선수 이탈을 막기 위해 상금을 올리고 지분과 보너스도 줬다. 그 돈을 융통하기 위해 사모펀드 자본을 유치하며 '영리 기업'이 됐다.
문제는 그 기간 메이저 대회의 위상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LIV 소속 선수들은 PGA 투어에 나올 수 없었지만 메이저 무대에는 참가할 수 있었다. 최고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무대는 메이저뿐이었고, 팬들의 관심과 상업적 가치는 자연스럽게 메이저로 쏠렸다.
PGA 투어 입장에서는 그들이 피 말리는 싸움을 하는 동안 메이저 대회들은 반사이익을 챙긴 것이다. LIV가 위축된 지금, PGA 투어는 이제 그 계산서를 메이저에 내밀고 있다.

PGA 투어 "우리가 키운 선수가 메이저의 자산"
PGA 투어는 자신들의 선수들이 없다면 메이저가 빛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브라이언 롤랩 CEO는 "사실상 프로 골프 전체와 선수들의 자본으로 메이저 대회가 운영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메이저 대회가 투어와 상업적 관계를 맺지 않고 수익을 독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롤랩이 "마스터스 수익 일부를 내놔라" 식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우리가 너희를 먹여 살리니, 이제 상업적으로 하나로 묶여서(수익을 포함해) 같이 가자"는 강력한 뉘앙스를 풍겼다.
마스터스가 PGA 투어 가을 시즌 우승자를 초청 명단에서 뺀 것도 불만이다. PGA 투어의 자존심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메이저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다 마스터스 초청장까지 줄이자 홀대론이 나왔다.
마스터스 "역사와 전통은 투어 그 이상"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프레디 리들리 의장은 이를 일축했다. 9일(한국시간) 마스터스 연례 회견에서 "골프 생태계는 주니어 대회부터 메이저 우승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이며, PGA 투어는 그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했다.
마스터스 측은 "PGA 투어가 선수 배출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투어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단체의 기여가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선수 초청 명단은 대회 고유의 권한이며, 특정 리그의 일정에 맞춰 기준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도 못 박았다.
재현된 '메이저 격하' 시도… 전통인가, 자본인가
역사는 돌고 돈다. PGA 투어는 1968년 출범 직후에도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메이저 대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한 적이 있다. 당시 잭 니클라우스 등 최고 선수들이 "전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며 반기를 들어 무산됐다. 이후 골프는 테니스와 더불어 일반 투어 대회보다 메이저의 권위가 훨씬 큰 스포츠로 굳어졌다.
이번 갈등의 본질은 돈이다. 사모펀드로부터 수익 창출 압박을 받는 PGA 투어는 두 차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시즌 일정까지 손봤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불만이 메이저 수익 배분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열쇠는 최고 선수들이 쥐고 있다. 선수들이 여전히 마스터스를 최고의 무대로 여기는 한, PGA 투어의 요구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 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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