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책 본다" 지적에 투신한 학생…교사 '아동학대 유죄' 확정
자율학습 시간에 “야한 책을 봤다”며 꾸짖고 체벌을 가해 수치심을 느낀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교사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는 아동학대처벌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 A(40)씨에게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3월 포항의 한 중학교 도덕 교사로 근무하던 중 3학년 수업에서 자율학습을 시켰다. 피해 학생 B씨가 한 소설책을 읽자 다가가 “이거 야한 책 아니가”라고 말했다. 해당 소설은 애니메이션 풍 삽화가 들어간 청소년용 소설인 이른바 ‘라이트노벨’이었고 B씨는 “야한 종류의 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A씨는 책을 빼앗아 교탁 쪽으로 가져가 책을 펼친 뒤 책 중간 소녀 삽화를 20명가량 동급생에게 보이며 “이 그림이 선정적이야, 아니야”라고 물었다. 동급생들이 “선정적이에요”라고 답하자 A씨는 “나가서 엎드려뻗쳐 있어라”라고 시켰고 B씨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약 20분간 해당 체벌을 받았다.
이후 B씨는 다음 체육 수업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A씨로 인해 따돌림을 받게 됐다”는 취지의 메모를 도덕 교과서에 남기고 학교 건물 5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B씨 부모가 학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2020년 4월 1심 재판부는 “중학교 교사가 학대 행위를 했고 피해 아동이 투신하여 사망에 이른 사건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정서적 학대’란 “반드시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아동 정신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2심 재판부에선 1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을 낮췄다. “B씨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A씨를 꼽았을 만큼 이 사건 전까지는 우호적 관계로 보이는 점”, “A씨가 괴롭힐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B씨의 극단적 선택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으로 보이는 점” 등이 양형 사유에 반영됐다.
대법원도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확정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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