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에서 이런 귀한 새를 만나다니

이경호 2024. 11. 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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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오 쯤 농성장으로 오는 길에 황새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종보가 수문을 개방하고 복원되었기에 황새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민들과 농성장에서 밤낮으로 희노애락을 함께 한 하루하루가 모여 황새에게 휴식처를 제공한 것이다.

오늘 세종보 농성장에 나타난 황새가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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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소식 213일차-황새편] 11년 만에 만난 황새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7일 정오 쯤 농성장으로 오는 길에 황새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정에 실패한 것으로 의심했다. '아이라인이 있고, 검은색부리에 날개끝이 검은 색이고 우아하고 격이 있어 보인다. 분명 황새다'라는 설명을 들어보니 분명 황새였다. 전화를 끊고 카메라와 망원경을 챙겨 급하게 농성장으로 내려 갔다.
 가마우지와 함께 있는 황새
ⓒ 이경호
내려가는 길에 주변을 살폈다. 혹시 다른 곳으로 날아가진 않을지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농성장 상류에 모래톱에 가마우지와 함께 있었다. 농성장에서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카메라와 망원경을 챙겨 황새를 보러 나갔다.
황새 다리에 밴딩이 흰색밴딩(H61)이 있었다. 아마도 예산에서 방생한 개체가 금강에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세종보 인근에서는 11년 만에 다시 황새를 만나게 되었다. 지난 2014년 산림박물관 인근에서 황새를 확인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다른 공식적인 기록은 아직 없다. 황새는 잠시 쉬고 물가를 두리번거리다 비행을 시작했다. 세종시를 배경으로 비행하는 황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이 밀려온다. 잠시 혼자만의 흥분상태에 있었다. 황새가 비행하는 두근거림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세종시를 비행하는 황새의 모습
ⓒ 이경호
비행 이후 남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이곳을 떠나는 것인지 잠시 이동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시 이곳에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세종보 상류에 만들어진 작은 모래톱과 습지를 새로운 월동지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세종보에서 월동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텃새 황새는 일명 '과부황새'로 알려진 개체가 창경원 동물원에서 1994년 사망하면서 멸종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0여개체 내외가 확인되는 극히 드문 종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 199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하여 보호받는 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황새를 멸종위기종목록(Red Data Book)에 절멸 등급으로 등재시켜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과부황새가 사라진 이후 시베리아에 서식하는 황새를 데려다 1996년 복원 시작 14년 황새공원이 만들어지고 15년 첫 번째 자연방사에 성공했다. 야생 개체는 71년부터 번식지를 지켜온 과부황새가 동물원으로 온 1983년 이후 사라졌으니 40년이 넘어서야 다시 야생에 복원에 성공 한 것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텃새로 번식하는 소식을 종종 들을 수 있지만, 실제 모습을 확인하기에는 아직도 개체수가 적다.
 모래톱 주변 물가에 늠름한 황새의 모습
ⓒ 이경호
뱁새가 황새 쫒아가는 모습을 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950년대 까지만 해도 황새는 논 주변 작은 마을의 큰 나무에서 어렵지 않게 번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약의 사용과 서식처 훼손이 가속화 되면서 빠르게 멸종한 위기에 처한 상황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절멸위기에서 벋어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서식처 복원이 추가로 진행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종보가 수문을 개방하고 복원되었기에 황새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예정대로 5월 1일에 담수가 돼 운영됐다면 황새는 찾아올 수 없다. 시민들과 농성장에서 밤낮으로 희노애락을 함께 한 하루하루가 모여 황새에게 휴식처를 제공한 것이다. 물을 걸어다니는 섭금류는 깊은 물에는 서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황새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새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전설이 있다. 육식성 조류인 황새가 큰 개구리를 물고 갈 때 뒷다리를 아기의 발로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곤 한다. 오늘 세종보 농성장에 나타난 황새가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바래본다.

세종보농성장을 찾은 황새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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