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전 美부통령 회고록 “김여정 피하고 무시했다”

천금주 2022. 11. 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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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앞)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에 참석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무시했다고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출간된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God)’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이 책의 제32장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에서 2018년 2월 9일 열린 평창올림픽 환영 리셉션 만찬행사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펜스 전 부통령이 북한 최고위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열성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2018년 2월 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대화 하고 있다. 뉴시스

행사에는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200여명의 각국 고위인사와 함께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만남을 주선하려 한 이유에 대해 펜스 전 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국의 재통일(Korean reunification)’이었다”고 설명했다.

펜스 전 부통령의 회고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에 열린 환영 리셉션과 만찬에서 헤드테이블에 김여정·김영남과 펜스 부부의 자리가 함께 마련돼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펜스 전 부통령은 전했다.

연회 시작 전 단체사진 촬영이 이뤄졌지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자신은 의도적으로 늦게 도착해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 자신과의 만남을 ‘정중한 방식으로 강요(Politely force)’하려 한다고 판단한 펜스는 리셉션에 온 각국 귀빈들과 악수하면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다 만찬 테이블에 앉지 않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의도적으로 두 사람을 피한 이유에 대해 펜스 전 부통령은 “그렇게 되면 북한에는 거대한 상징적인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내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며 “문 전 대통령이 나와 아베 전 총리, 배우자들을 김영남 쪽으로 안내했지만 거리를 유지했다”고 했다.

당시 북한은 문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김여정 부부장을 남측에 보내 ‘백두 혈통’의 첫 남한 방문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또 귀빈 박스석에 앉았을 때도 의도적으로 김 부부장을 피하고 무시했으며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캐런(펜스 전 부통령의 부인)과 내가 박스석에 도착했을 때 문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우리 왼편에 앉았고, 아베 전 총리와 그의 부인이 우리 오른편에 앉았다. 우리 뒤쪽 오른편에 김정은 여동생(김여정)이 앉았다. 나는 그(김여정)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김여정이 수천, 수만명의 시민을 죽이고 억압한 정권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개막식에서 문 전 대통령 부부와 아베 전 총리와 같은 줄에 자리했는데 다른 자리 배치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미·일이 북한의 도발에 맞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또 배후 채널을 통해 방한 중 북한 정부 측이 만나자고 신호를 보내 비공개 만남을 추진했고 양측이 청와대에서 2018년 2월 10일 만나는 것으로 거의 성사됐지만 예정시간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만나지 않겠다고 해 무산됐다고 떠올렸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김여정 부부장 일행을 만나기로 했지만 북한 측의 취소로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했었다.

그는 김영남이나 김여정을 공개적으로 만나거나 악수하는 것은 거부했으나 “카메라가 치워진 상태에서 북한 측이 메시지를 보내기를 원한다면, 만약 그들이 트럼프에게 할 말이 있다면 들어볼 의향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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