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 24,892,733,000,000원…'금리 오르막' 3년 현주소

부광우 2024. 10.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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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전환 후로만 138% 폭증
미국發 '유턴' 소식으로 안도하기엔
그 동안 쌓인 부실 해결까지 '먼 길'
금리 인상 이미지. ⓒ연합뉴스

24,892,733,000,000원. 언뜻 보고선 세기조차 힘든 이 돈은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 규모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막길로 접어든 후 3년여 만에 우리 눈앞에 펼쳐진 현주소다.

미국으로부터 금리가 유턴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제는 한고비를 넘겼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지만, 그동안 쌓인 부실을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저축은행·신용카드사·캐피탈사·보험사 등 국내 331개 금융사들이 실행한 대출 등에서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연체액은 올해 상반기 말 24조8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장 최근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직전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폭증한 규모다. 그간 대출 이자가 계속 몸집을 불리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금융사들이 떠안고 있는 연체는 2021년 상반기 말 대비 138.3%나 늘었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직후인 2020년 초에 연 0.5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2021년 8월 0.25%포인트(p) 올리면서 통화정책 긴축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이듬해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이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권별 연체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업권별로 보면 우선 은행에서의 연체가 지난 6월 말 기준 9조7687억원으로 3년 새 97.3% 늘며 규모가 제일 컸다. IBK기업은행 대출에서의 연체가 2조2663억원으로 최대였고,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해당 금액도 각각 1조1583억원, 1조433억원으로 조 단위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은행(8943억원) ▲신한은행(8639억원) ▲우리은행(8572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의 연체가 많은 편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저축은행업계가 떠안고 있는 연체가 8조205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39.0% 급증하며 몸집이 큰 편이었다. OK저축은행 대출에서의 연체가 1조1207억원이었고, SBI저축은행의 관련 액수가 601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4955억원) ▲페퍼저축은행(3701억원) ▲웰컴저축은행(3621억원) ▲다올저축은행(2750억원) ▲상상인저축은행(2704억원) ▲애큐온저축은행(2287억원) ▲OSB저축은행(2038억원) 등이 2000억원을 웃도는 대출 연체를 품고 있었다.

캐피탈업계 대출에서의 연체도 3조6009억원으로 131.6% 늘었다. 메리츠캐피탈(3499억원)과 현대캐피탈(3065억원)의 대출 연체 발생액이 3000억원 이상이었다. 또 ▲BNK캐피탈(2928억원) ▲KB캐피탈(2779억원) ▲OK캐피탈(2720억원) 등에서의 대출 연체 잔액이 2000억원을 넘었다.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는 연체는 2조2514억원으로 89.1% 증가했다. 신한카드가 5739억원으로 최대였고, 롯데카드(3586억원)와 KB국민카드(3392억원)가 3000억원을 웃돌았다. 나머지 카드사들에서의 연체액은 ▲우리카드 2706억원 ▲삼성카드 2551억원 ▲하나카드 2275억원 ▲현대카드 1551억원 ▲BC카드 712억원 순이었다.

보험업계에서 발생한 연체 역시 1조668억원으로 226.1% 늘며 조 단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가 376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흥국화재와 삼성생명이 각각 1143억원과 1123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이었다. 이밖에 ▲한화생명(865억원) ▲동양생명(528억원) ▲교보생명(470억원) ▲DB손해보험(420억원) ▲삼성화재(353억원) ▲흥국생명(303억원) ▲코리안리재보험(296억원) 등이 대출 연체 발생액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국에 이어 한은도 금리 인하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금리가 낮아지면 연체 리스크는 점차 완화될 공산이 크다. 미 연준은 지난 달 17~18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통화정책은 30개월 만에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시기상조론도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완화되긴 하겠지만, 이미 연체의 늪에 빠져 버린 이들에게는 의미 없는 얘기"라며 "취약 차주의 재기를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통화정책 완화의 효과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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