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묻은 옷, 동료들 원망"…흉기에 목 찔린 경찰, 블라인드 폭로
출동 현장에서 흉기에 찔려 목을 다친 경찰관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동료들의 외면 속에 계속 근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부산경찰청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5시께 부산 북구 한 아파트 A씨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관할 지구대 B경위가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A씨는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실랑이 과정에서 B경위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목과 얼굴을 흉기에 찔린 B경위는 피를 흘리면서도 동료와 함께 A씨를 검거했다.
B경위는 병원 응급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상처 부위에 붕대만 겨우 감은 채 지구대로 복귀했다.
출혈이 비교적 심했던 B경위는 현기증 탓에 지구대 의자에 잠시 쉰 뒤 눈을 떴다가 깜짝 놀랐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 사건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조차 입력이 안 돼 있는 데다 진술조서를 작성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흉기 등 압수물 확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구대에는 B경위를 포함해 모두 5명의 경찰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못한 B경위는 혼자 서류 작업을 마치고, 피의자를 관할 경찰서에 인계한 뒤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
이후 B경위는 병원을 찾아헤매다 가족의 도움으로 성형외과에서 수술받은 B경위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신고 접수 12시간여 만에 귀가했다.
최근 B경위는 당시 상황과 본인의 심정 등을 블라인드에 그대로 게시했다.
그는 “(흉기가) 조금만 옆으로 갔으면 죽을 뻔했다는 의사 설명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당일 딸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못 갔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혼자 병원을 찾아야 했고, 동료들도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피묻은 옷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당시 지구대 근무와 관련해 감찰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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