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구별의 단어, '조선족'

장성수 2025. 7.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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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조선족' 대신 '재중동포', '재한중국동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어떨까

[장성수 기자]

2017년 <범죄도시1>은 700만 명에 가까운 관객 수를 기록하며 상당히 흥행했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기초로 마동석 배우의 강력한 액션과 윤계상 배우의 악랄한 연기, 다양한 감초 역할을 한 배우들의 연기는 '악한 자는 반드시 처벌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에서 악한 자들로 묘사된 이들은 연변에서 이주한 '조선족'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흥행을 거듭할수록 부정적인 효과도 낳았다. 서울 대림동에 체류하며 '조선족'이라 일컬어지는 '재한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것이다. 과거 나는 국내에서 통용되는 '조선족'이란 단어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고, 때때로 뉴스에서 보도되는 '조선족' 관련 강력 사건을 볼 때마다 그들을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백두산 천지에 대한 동경과 광활한 만주벌판에서 치열하게 진행된 독립운동사에 관심이 있던 나는 우연한 기회로 한 단체에서 진행하는 역사기행에 함께 하게 되었다. 올해 6월 북한-중국 접경지역인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단동시를 여행하면서, 중국 '조선족' 사회를 대변하는 단체의 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회장님은 단동에서 상당한 규모의 식당을 운영 중이셨고, 중국 단둥을 찾아 역사기행을 진행 중인 우리 일행을 상당히 반가워하셨다. 재중동포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대접해 주시면서, "우리 청년들이 이렇게 단둥을 찾아 주니 참 감사합니다. 여기 만주 땅에 있었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중국에 체류 중인 재중동포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남한 사회는 우리 재중동포에 대한 관심을 기억에서 저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중국에도 남한에서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듯하여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입니다"는 말로 마무리하셨다. '재중동포'란 단어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조선족'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주변에 질문을 시작했다.

'조선족'이란 명칭은 중국공산당이 집권 후 자신의 '한족'과 중국 내 살고 있는 다른 민족을 구분하기 위해 명명한 단어이다. 그래서 중국에는 한족 이외에 55개의 소수 민족이 살고 있고, 과거 조선에 살다가 일제 치하 전후로 연길(국내에서는 '연변'이라고 부른다) 등 만주 일대로 이주한 이들을 '조선족'이라 구분한 것이다. 나는 '조선족'이란 단어가 중국 내에서 단순한 민족 명칭이 아니라 경계와 구별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생각한다.

중국 연길 등 과거 만주 일대에서 지내던 조선족들은 2000년 초반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지였던 영등포 대림동 주변에 정착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의 '조선족' 타운을 형성하였다. 그런데 남한 사회는 이들은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 동포라는 뜻의 '재한중국동포'라는 단어 대신에 특별한 이유 없이 구별 짓는 '조선족'이란 단어로 우리 동포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는 '재미동포'와 '재일동포'를 다른 명칭으로 부르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중국에서도 구별을 당하던 재중동포들은 모국인 대한민국에서도 '조선족'으로 불리며 남한 사회로부터 구별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7월 11일, 극우단체들은 대림동에서 '중국인 추방, 조선족 몰아내자'라고 외치는 집회시위를 진행했다. 이 극우단체를 바라본 대림동 거주 재한중국동포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도 속하지 못하고 남한 사회에서 차별받는 자신들의 처지가 개탄스럽지 않을까.

일부 재한중국동포들이 말하길, 중국에서는 자신들이 '조선족'이라고 불려지는 것에 저항감이 크지 않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자신들을 '조선족'이라 명명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한다. 국내 체류 중인 '재중동포'에 대한 인식은 분단 이후 역사적 맥락, 다양한 사건 등으로 인해 여전히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일방적인, 왜곡된 정보들을 양분 삼아 혐오 감정이 자라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조선족'이란 부름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듯하다.

차별은 종종 단어에서 시작된다. 갈라진 이 한반도에서 차별적 시선을 받는 우리 동포를 위해 그리고 우리 민족성 회복을 위해 '조선족'이란 부름에 드리워진 차별 대신 '재중동포', '재한중국동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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