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 새 국면…연말 외식물가 또 다시 ‘먹구름’

임유정 2024. 10. 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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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3년6개월 만에 1%대 진입
체감물가는 고공행진…밥상물가 부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 배추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이 7일 개전 1주기를 맞은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에 모처럼 1%대로 꺾인 물가도 안정세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으로선 이래저래 중동분쟁 격화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고 시민을 인질로 납치하면서 발발한 가자전쟁은 7일로 개전 1년이 됐다. 국제사회 압박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좀처럼 ‘협상 카드’를 맞추지 못하며 둘 간의 휴전 협상은 장기간 교착됐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물가도 타격을 입는다. 2년 연속 세수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재전건전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12번째 유류세 인하조치가 연장되면 세입감소와 재정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전체 물가상승률과 국민 체감 물가의 괴리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밥상물가와 직결된 신선식품지수나 외식가격은 여전히 3%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낮아졌지만 떨어진 물가 상승률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3월(1.9%) 이후 처음 1%대로 내려왔다. 올해 4월 2.9%를 기록하며 2%대로 진입한 물가 상승률은 8월에는 2.0%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밥상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3.4% 상승했다. 신선과실은 2.9% 하락했지만, 신선채소가 11.6% 급등했다. 긴 폭염과 가뭄으로 시금치, 상추와 같은 채소류 가격은 여전히 불안하다.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수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배추 가격의 고공행진도 여전하다.

특히 배추가격 폭등은 관련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식품 기업들의 포장 김치 제품들이 줄줄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추김치는 물론이고 파와 열무를 원재료로 한 김치도 ‘일시 품절’로 구매가 막힌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폭염이 심했고 그 와중에 포장 김치 수요가 올라가다보니 품귀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며 “자사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채널이라 닫아놓고, 거래처에 우선 납품하고 있다. 포기김치의 경우 10월 중순 이후 정상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설탕 가격도 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9월 설탕 가격지수는 125.7p로 전월 대비 10.4% 상승했다.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와 8월 말 발생한 화재로 인한 수확량 감소 전망도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다.

문제는 설탕이 대부분 식품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재료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주요 재룟값이 크게 치솟은 상태에서 설탕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계란 가격 급등 만큼이나 서민들의 밥상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외식업계는 하반기 살림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등으로 영업 환경이 퍽퍽한 상황에서 부담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점에서다. 제과·제빵, 등 설탕을 주원재료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메뉴의 매장 판매가와 배달 판매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오른 가격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불만이 높지만, 살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례로 치킨 업계는 프랜차이즈협회와 배달앱 간 협상 결과를 본 뒤 이중가격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7월 수수료 부담 완화 논의를 위한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하고 5차례 회의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인상요인이 남아 있는 공공요금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도시가스(6.9%)와 지역 난방비(9.8%) 상수도료(3.5%)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3.0% 상승했다. 전기요금의 경우, 하반기 한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 서민들의 공공요금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이루는 것은 긍정적이나, 이것이 외식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 같다”며 “외식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농축산 가격과 필수 식재료인 간장, 소금, 설탕, 유지류 등의 가격은 전혀 안정되지 않고 있고, 이상 기온으로 하반기 물가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자재 외에도 이미 높아진 인건비 등으로 외식 운영이 매우 어려운 만큼 단기간 외식 물가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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