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거스타]오거스타 내셔널GC 흑인 캐디들의 애환 깃든 ‘더 패치’ 코스, 타이거 우즈에 의해 인종차별 속죄의 상징 돼
1899년 개장한 회원제 오거스타CC가 맏형
시립 골프장 ‘더 패치’ 흑인 전용으로 이용 돼

인구 20만명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시에는 시의 이름이 들어간 골프장이 3곳이 있다. 이른바 ‘오거스타 3총사’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 그곳과 바로 접해있는 오거스타CC(ACC), 그리고 시립골프장인 소퍼 오거스타CC다.
오거스타 내셔널GC와 오거스타CC는 모두 18홀 회원제, 소퍼 오거스타CC는 퍼블릭이다. 소퍼 오거스타CC는 ‘더 패치(The Patch’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코스 옆에 채소밭(patch)이 있던 데서 비롯됐다.
3개 골프장 중 가장 역사가 짧은 곳은 유명세와는 달리 1934년에 개장한 오거스타 내셔널GC다. 오거스타CC가 1899년으로 가장 오래됐고 그 다음이 더 패치로 1928년에 문을 열었다.
조지아주 주도인 아틀란타는 미국 남북 전쟁 기간에 남부군의 보급과 통제의 중심지였다. 그 영향으로 조지아주는 미국 내에서도 인종 차별이 심한 대표적인 곳이다. 오거스타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거스타내셔널GC와 오거스타CC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백인 남성들의 사교의 장으로 활용됐다. 반면 더 패치는 흑인들이 주로 이용했다. 그 중에서도 오거스타 내셔널GC 캐디들이 주로 찾았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1980년대까지 캐디가 모두 흑인이었다. 캐디들은 일을 마치고 나면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8㎞ 남쪽에 있는 더 패치로 달려와 자신들의 라운드 욕구를 채웠다.
더 패치는 프라이빗 공항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소음이 끊이질 않은데다 관리마저 허술해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보잘것 없던 더 패치가 잘난 막내 오거스타 내셔널GC 덕에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오거스타 내셔널GC의 자금 지원으로 예전과는 전혀 다른 전장 6800야드의 코스로 변신했다. 클럽 하우스와 페어웨이 초종도 버뮤다 잔디로 전면 교체됐다. 백미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설계로 올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9홀짜리 파3홀, ‘더 루프 앳 더 패치(The Loop at the Patch)’다.

‘루프(loop)’는 18홀 라운드를 마쳤다는 캐디들의 은어다. “오늘 루프 두 개 돌았다”고 하면 하루에 2라운드(36홀) 일을 했다는 말이다.
파3홀 디자인을 굳이 1997년 대회에서 흑인 최초로 그린 재킷을 입은 우즈에게 맡기고 이름에 굳이 ‘루프’를 넣은 것은 오랜 세월 인종 차별의 표상이나 다름없었던 오거스타 내셔널GC의 속죄의 마음인 지도 모른다.
마스터스 주간이 되면 오거스타CC와 소퍼 오거스타CC도 예외없이 마스터스 특수를 톡톡이 누린다. 마스터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찾은 소퍼 오거스타CC에는 VIP 행사로 인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아멘코너인 13번 홀 전장을 늘리는데 필요한 땅 일부를 내준 ACC도 글로벌 기업들이 초청한 VIP행사로 고급 승용차들이 들락날락했다. 13번 홀은 2023년 대회 개막에 앞서 기존 510야드(466m)에서 35야드(32m) 늘어난 545야드(498m)로 재세팅됐다.
대부분 VIP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프라이빗 공항으로 들어 온다. 대회 기간 ACC에서 라운드를 마친 뒤 오거스타 내셔널GC로 돌아와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그린피가 평상시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 패치’ 또한 VIP 접대와 기업 행사로 북새통이다. 클럽하우스 한켠에는 ‘캐디 레거시(Caddie Legacy)’ 전시도 마련된다. 흑인 캐디들의 애환을 담은 서사가 외려 VIP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돼 그 순간만큼은 흑인 캐디들이 주인공이 된다.
오거스타 내셔널GC가 키우고 우즈에 의해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 전통은 마스터스가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즈가 오거스타 내셔널GC를 찾는 동안 쭉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우즈 없는 2026년 마스터스는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스위스의 고급 재활시설에서 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우즈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져 내년 마스터스에서 꼭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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