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악뮤 이수현의 고백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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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퀴즈 악뮤 |
| ⓒ tvn |
그렇게 나만의 템포대로 걸어서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하니, 막상 저희가 '순례길을 다 걸은 순례자'로 함께 묶여있더라. 오빠와 제가 다른게 하나도 없는, 그저 '우리는 이 길을 성공한 순례자'인 거다. 따로 걷더라도 우리가 걸은 길은 똑같고, 늘 같은 저녁을 함께 먹었고, 함께 같은 곳에 도착했었구나. 그게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악뮤 이수현)
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악뮤' 남매 이찬혁-이수현이 출연했다.
악뮤는 12년간 몸담았던 YG를 떠나 '영감의 샘터'라는 기획사를 차려서 독립했다. 최근에는 7년만에 정규 4집 <개화>로 컴백을 발표했다. 이전의 앨범인 <항해>가 '떠나다'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었다면, 새 앨범 <개화>는 남매가 긴 여정을 거쳐 현재 어디에 정착했고 다시 꽃을 피웠는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어느덧 30세와 28세로 청춘의 절정을 맞이한 남매가 '꽃다운 나이'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음악에 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악뮤의 노래들은 한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깊은 감성으로 유명하다. 2019년 이찬혁이 작사작곡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으로부터 "노래를 듣고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극찬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악뮤는 이찬혁의 제안으로 현재 한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지난 5년간 이수현이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던 속사정에 대하여 털어놓았다. 이찬혁은 "슬럼프라는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수현이가 혼자 사는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로 독립을 해서, 홀로 사는게 힘들어 보였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일에 대한 슬럼프로 시작해서 괴로운 감정들을 버티다가 보니까 삶에 대한 슬럼프가 굉장히 심하게 왔었다. 오빠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그 빈 자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컸다. 제가 다 채울수 있다고 자신만만했었는데 도저히 반의 반도 채울 수가 없더라. 거기서 느껴지는 저에 대한 실망이 제일 컸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된다니' 1년동안 오빠가 올 때까지 괴로운 마음으로 계속했다."(수현)
오빠 이찬혁이 해병대를 전역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이수현의 고민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남매는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이수현은 한때 악뮤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고 고백했다.
"오빠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빠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갔다. 악뮤에서 오빠의 색깔이 더 진해지고 오빠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서 같이하는 재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음악을 해야한다고 하면 '나는 악뮤를 포기할께'라고 이야기했다. 노래하는 것도, 작업하는 것도, 무대에 서는 것도 즐겁지가 않았다. 그때부터 방구석으로 들어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나에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수현)
실제로 이수현은 2년 정도 햇빛을 다 차단하고 방안에서만 틀어박혀 무기력하게 생활했다. 가족들과도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런 이수현의 상태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오빠 이찬혁이었다.
"무기력함에 저 스스로도 어느 정도 상태인지 모를만큼 굉장히 심각한 상태로 가고 있었다. 저는 몰랐는데 오빠가 와서 '너는 괜찮다고 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게 가장 위험해 보인다'고 이야기해줬다. 오빠가 와서 저에게 여러 가지 작은 권유를 해줬다. 내가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다면 '오빠를 잡아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오빠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기 시작했다."(수현)
"제가 후회하지 않으려고 했다. 10년, 20년후를 생각하면 지금 수현이를 내가 챙기지 않으면, 몇십년 지나고 수현이를 봤을때 '오빠, 왜 나를 그때 안잡아줬어?'라고 할 것 같았다. 그 미래를 한번 본 거다.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찬혁)
한동안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었던 이수현을 다시 움직이게 한 것도 오빠 이찬혁의 간곡한 호소였다. 이수현은 "오빠가 '너를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너를 못보게 될수도 있을 것 같아. 지금 당장이 아니라 너를 내버려두고 돌봐주지 않으면 언젠가 그런 미래가 찾아올 것 같아. 그게 무서워'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찬혁은 이수현을 위로하기 위하여 <햇빛 bless you>라는 곡을 만들어 선물했다. 제목 그대로 오랜 시간 햇빛없는 방에 꽁꽁 숨어버린 동생을 구출하기 위하여 만든 곡이었다. 이찬혁은 "네가 꼭 들어야하는 노래"라며 간곡하게 호소했다.
"저는 말의 힘을 믿기 때문에 말을 뱉으면서 그런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현이에게 이 노래를 발매 전부터 부르게 하는 이유도 'Open the door, 햇빛 bless you'라는 가사처럼 말의 힘이 입혀지기를 바랬기 때문이다."(찬혁)
이수현은 노래에 담긴 오빠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굳게 닫혀있는 커튼을 열었다. 이찬혁은 동생 이수현을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다. 합숙을 제안하고 함께 운동을 하거나 요리를 만들 것을 제안하면서 이찬혁은 동생 천천히 다시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무대에 서는 것조차 힘들고 두려워하던 동생을 위하여 그때마다 이찬혁은 묵묵히 힘이 되어주려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저를 신경쓰는게 너무 지쳤었다. 음악 방송에 가면 사람들이 다 말랐기 때문에 저는 항상 살을 빼야하는 사람이었다. 슬럼프와 자기 검열이 겹치면서 모든 걸 다 내려놓기 시작했다. 정신적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하여 매일 하루도 안빼고 폭식을 했다. 당연히 살도 급격하게 찌면서 온몸이 찢어질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제 자신을 예쁘게 볼수 있겠나. 자존감이 바닥을 찍으면서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게 너무 두려웠다."(수현)
해병대 출신인 이찬혁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동생의 슬럼프 탈출을 위한 자체적인 '정신개조캠프'까지 기획했다고. 3주간의 혹독한 해병대급 스케쥴 동안 오빠의 주도하에 이수현은 휴대폰도 반납하고 혹독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해야 했다. 오죽하면 이수현은 슬럼프 때보다 더 많이 울고 지쳤다면서도 결국 포기하지 않고 캠프를 완주해냈다. 이수현은 "가출을 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도 캠프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고 회상하며 오빠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남매는 2026년까지 합숙을 하기로 약속이 되었다고. 이수현은 여전히 오빠와의 동거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며 소소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찬혁이 수시로 방문을 두드리며 잔소리를 하는가 하면, 가끔씩 아침에 얇은 실크가운만 입고 젖은 머리로 나타난 모습을 볼 때마다 '오 마이갓, 왓더..'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적응이 안된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이수현이 "오빠는 잔소리가 너무 많다. 상상을 초월한다"고 폭로하자, 이찬혁은 "저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수현이가 잔소리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공백기간 동안 악뮤 남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체험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도 남매는 서로의 확연히 다른 성향 차이를 느꼈다. 자신보다 훨씬 앞서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심 서운했던 이수현은, 막상 순례길을 마친 후에는 서로 다른 속도로 걷더라도 결국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큰 교훈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남매는 각자의 인생에서 서로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고백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무언가 같이 하자고 했을때 수현이 따라주고 믿어주고 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아무 것도 하기 싫다던 수현이 '뭐가 하고 싶어' '다음에는 이걸 해볼까'라는 말을 들었을때 그것 자체로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수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내심 기대도 되고, 수현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와 진짜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수현이가 어떤 사람이 될까, 기대가 많이 된다."(찬혁)
"오빠는 구원자다. 저희 집에 찾아온 날이 저를 진짜 구원하러 온 날이었다. 실제로 성공했으니까. 지금뿐 아니라 오빠는 제가 평생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오빠가 저에게 이렇게 해준만큼 저도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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