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땅 밟은 '마약왕' 박왕열…"넌 남자도 아녀" 취재진에 폭발

석경민 2026. 3. 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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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일명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로 송환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지 약 20일 만이다.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박왕열은 이날 오전 7시 16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명의 호송 인력에 둘러싸인 채 수갑을 찬 상태로 이동했으며, 검은 모자와 평상복 차림이었다. 양팔에는 문신이 있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마약왕’ 박왕렬이 25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강제 송환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왕열은 국내 마약 유통 혐의와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에 대한 입장, 송환 소감, 필리핀 교도소 호화 생활 의혹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다만 취재진 및 인파 가운데 한 명과 눈이 마주치자 “너는 남자도 아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박왕열 송환 소식을 알리며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며 “한·필 우정과 정의를 위한 협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수사 착수…마약 유통 혐의 집중

박왕열의 신병을 넘겨받은 수사기관은 국내 마약 유통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사법연수원 37기)은 이날 브리핑에서 “송환 과정에서 확보한 피의자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여러 경찰관서에 흩어져 있는 박왕열 관련 마약 사건을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병합해 수사를 진행한다.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송환된 피의자를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압송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신속히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수사는 2016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아닌 마약 혐의에 한정된다. 한국 정부가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만 임시 인도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왔지만, 필리핀 측은 박왕열이 해당 사건으로 현지에서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해왔다.

임시 인도 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마약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끝나면 박왕열은 다시 필리핀으로 송환된다. 이후 필리핀에서 잔여 형기를 복역한 뒤, 한국에서 추가 형이 확정될 경우 이를 이어서 집행하게 된다. 법무부는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임시 인도 기간 연장 등 추가 조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카지노’ 모티브 인물

박왕열은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로 알려진 인물이다. 텔레그램 아이디 ‘마약왕 전세계’로 활동하며 국내에 마약류를 공급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으며, 수감 중에도 마약 판매 수익으로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밀반입·유통한 '동남아 한국인 3대 마약왕' 박왕열(48)씨.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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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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