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의대 교수들 “올 겨울 ‘암환자 뺑뺑이’ 나타날 것”

권민지 2024. 9.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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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온 의대 교수들이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응급실 뺑뺑이뿐만 아니라 암 환자 뺑뺑이도 나타날 것"이라고 13일 주장했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충효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박평재 고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13일 충북대 의대 첨단강의실에서 단식 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올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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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연말에 집중…암 신규환자 늘어날 것”
“의대 증원 취소로 피해보는 건 수험생 아냐”
“9월엔 정상화돼야…대통령의 국민 설득 필요”
13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김충효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원장, 박평재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원장, 채희복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원장이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5일간의 단식투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의과대학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온 의대 교수들이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응급실 뺑뺑이뿐만 아니라 암 환자 뺑뺑이도 나타날 것”이라고 13일 주장했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충효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박평재 고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13일 충북대 의대 첨단강의실에서 단식 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올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지난 9일 삭발식을 하고 이날까지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은 연말에 집중되기 때문에 겨울에 새로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늘 것”이라며 “하지만 겨울에는 호흡기계 질환과 심혈관, 뇌출혈 질환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암 환자들이 중환자실 자리를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도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눈앞의 추석에 대해서만 대비하고 있지만 정말 두려워해야 할 시기는 이번 겨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왼쪽부터) 박평재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원장, 채희복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원장, 김충효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원장이 의대 증원 반대를 외치며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채 교수도 “충북대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떠난 뒤 원래 5~6개 정도 열리던 수술방이 3개만 열리고 있는데 한 곳은 응급 외상 환자를 수술하고 한 곳은 스탠바이(대기)를 해야 해서 정규 수술용은 한곳밖에 없는 셈”이라며 “겨울에 암 환자들이 증가하면 수술받을 곳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교수들의 사직으로 당장 지역 필수 의료 기능 또한 마비됐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배장환 전 충북대병원 비대위원장이 사직한 뒤 그를 따라 들어왔던 교수들이 다 사직하고 있다”며 “지난달 이미 신부전을 전공한 교수가 나갔고, 부정맥 전공하신 교수는 오는 24일 사직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가 빠지면 그 교수가 중심이 돼서 같이 일했던 팀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한 응급환자가 119구급차를 타고 진료를 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내년도 의대 증원 취소로 수험생들이 겪게 되는 혼란과 피해보다 의료현장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내년에 150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게 된다면 이들 역시 기존 학생들과 함께 수업받으면서 교육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결국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없어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에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도 “이 사태가 어떻게든 9월엔 정상화돼야 한다”며 “의대 증원 취소로 피해를 보는 1500명의 수험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결단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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