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더 맵게!” SNS 위험한 먹방… “선 넘었다”
“라면 25개 도전 먹방” “역대급으로 큰 즉석떡볶이 10인분 20분 안에 도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영상들의 제목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앞세운 ‘챌린지 먹방’이 여전히 큰 인기를 끌면서 그 폐해가 청소년 등 일반인들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는 계속해서 사망 사례가 발생하는 중이다. 지난 7월 중국에서는 매일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음식을 먹는 방송을 진행하던 크리에이터 판샤오팅이 심장마비로 숨졌다.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판샤오팅은 매 끼니 고열량 음식을 10㎏ 넘게 먹었는데, 위에는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채 가득 차 있었고 복부는 심하게 변형돼 있었다.
지난 6월에는 필리핀에서 한 유명 유튜버 동즈 아파탄이 먹방 다음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당국이 관련 콘텐츠 금지를 검토하고 나서기도 했다. 헤르보사 필리핀 보건장관은 “먹방은 기본적으로 ‘음식 포르노’”라며 “정보통신기술부에 이런 사이트들의 차단을 요청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매운 짬뽕 먹기에 도전했다가 80여명이 기절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영등포구의 신길동 매운 짬뽕 여전히 유튜버들과 연예인들의 인증샷이 이어진다. 신길동 매운 짬뽕은 지난 4월 방송된 JTBC ‘크레이지 슈퍼 코리안’에서 ‘매운 음식 1세대’로 소개됐다. 이 짬뽕의 매움 지수는 청양고추 100배에 이른다고 해당 방송은 전했다. 구독자 172만명을 보유한 개그맨 김대희도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 매운 짬뽕 먹기 챌린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유행에 민감한 유통업계 특성상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과 ‘맵부심(맵다+자부심)’ 트렌드를 앞세운 제품들도 쏟아져 나오는 추세다. 영국남자의 ‘불닭볶음면 챌린지’ 이후 올해 크리에이터들을 사로잡은 유행 콘텐츠 중 하나는 ‘점보라면’으로, 일반 용기면의 8배 이상으로 용량을 키운 GS25 점보라면 시리즈 팔도점보도시락, 공간춘, 오모리점보도시락 등이다.
먹을 수 없는 것에 도전하는 ‘괴식(괴상한 음식)먹방’도 화제다. 지난 1월에는 유튜브에 쇼츠 형식으로 업로드 된 ‘녹말 이쑤시개’를 튀겨 치즈와 먹는 영상이 조회수 456만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나서 주의를 당부했지만 이에 대한 모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외국에도 ‘푸드 파이터’ 같은 장르가 있으나, 난폭한 대식·괴식의 비중이 큰 한국식 먹방은 201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Mukbang’으로 등재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식품안전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우려할 사항이라고 지적한다. 괴식 먹방이 SNS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면 심리적으로 관찰학습이나 모방에 취약한 청소년들이 그대로 따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먹방을 따라 적정량 이상의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시 늘어난 위가 주변 장기들을 압박하거나 위벽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영양교육을 강화하거나,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사회적으로 자정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중학교 영양교사 조모(53)씨 역시 “최근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른바 ‘폭식 브이로그’를 찍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미디어의 자극적이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먹방은 식품 섭취 태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은 플랫폼들은 건전한 식문화 조성을 위해 모니터링과 규제 등을 강화하는 추세다. 인스타그램은 청소년 이용자의 계정을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하고, 민감한 콘텐츠를 볼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17일부터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의 10대 이용자들에게 적용되며, 한국에서는 이듬해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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