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지갑…파업까지 겹치며 유통업계 위기감 ‘고조’

임유정 2022. 11. 3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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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경기둔화 우려까지…소비심리 추락
정치, 금융, 대외 불확실성 등 악재 잇따라
유통업계 내년이 더 문제…성장 둔화 불가피 전망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둔 25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꽃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소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고물가에 경기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물가에 대한 인식과, 향후 1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5개월째 4%대에 머무는 가운데 소비심리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기업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는 모양새다. 거기에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며 악재를 뒤집어 썼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전월(88.8)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치(2003∼2021년)와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침체는 지난 9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의 소비자 구매 단가는 전년보다 4.6% 줄었다. 거의 대다수 유통업체에서 구매 단가가 감소했다는 것이 산업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소비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정치와 금융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고물가 까지 겹치면서 유통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경쟁은 심화됐기 때문이다.


통상 연말은 쇼핑 대목으로 꼽히지만 유통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이벤트가 있는 4분기는 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데,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서다.


다만 소비 둔화 우려에도 백화점업계는 4분기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화점은 고가의 소비 채널로 경기 변화에 둔감하다. VIP 비중이 높고 럭셔리 브랜드를 풍부하게 보유한 점포일수록 현재의 성장성이 유지될 거란 관측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2019년 연평균 1%대에 불과했던 백화점 성장률은 2021년 24%, 2022년(1~9월) 17%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유례 없는 고성장이 2년 연속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증권가서는 당장 올 4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키움증권은 주요 유통기업의 4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업계도 성장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보복소비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가 피부로 느껴질 것”이라며 “그나마 명품이 집객과 성장률 하락을 방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에 홍보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뉴시스

◇ 연말 대목 앞두고 악재 수두룩…“화물연대 파업까지 피해 속출 전망”

다른 기업들의 표정도 좋지 않다. 가뜩이나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 6월 한 차례 파업으로 물류대란을 겪은 유통업계는 연말 대목을 앞두고 물류 차질이 빚어질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가공식품을 취급하는 업체와 달리 신선식품 등을 유통하는 업체의 피해가 커질수 있다. 공산품은 물류 수급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추후 재고 처리가 가능하지만 농수축산물의 경우 상품성을 잃게 돼 폐기 등으로 즉각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해외 직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e커머스 업계도 자칫 해외 직구 상품의 통관과 배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직구 배송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통관에만 2주 이상의 기간이 걸렸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날이다. 통상 블랙프라이데이 전후는 쇼핑시즌으로 간주된다. 블랙프라이데이세일 기간은 12월 첫째 주말까지며, 미국과 함께 국내 대다수 유통업체도 함께 할인 행사에 나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가파르게 인상된 기준금리와 핼러윈 특수 좌절부터 꺾인 기대감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경기둔화 우려로 소비심리의 위축이 지속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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