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내일도 해가 뜬다' 이 말 듣고 버텼죠"…SSG 오태곤 생존법

문대현 기자 2025. 4.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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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시련 속에서도 실력을 키우고 버티면 자신의 때가 오기 마련이다.

오태곤은 뉴스1에 "어릴 때는 실수를 많이 하면서 주위 눈치를 많이 봤다. 실력이 부족했다"며 "당시 (강)민호형이 '오늘의 해는 졌고, 내일의 해가 또 뜬다'고 조언해 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말을 듣고 버텼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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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벤치 생활 이겨내고 이번 시즌 기량 만개
멀티 포지션 능력에 넉살 좋은 성격도 성공 요인
SSG 랜더스 오태곤은 역경을 딛고 최근 자신의 때를 맞이했다. (SSG 랜더스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온갖 시련 속에서도 실력을 키우고 버티면 자신의 때가 오기 마련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야구계에서도 오랜 백업 생활을 묵묵히 견디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있다. SSG 랜더스의 오태곤(34)이 그 주인공이다. 굴곡진 야구 인생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으며 버텨냈더니 환호를 받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의 원래 이름은 오승택(개명 전)이었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된 그는 2015년부터 본격적인 1군 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타격 재능으로 주목 받았지만, 기회를 낚아채지 못했다. 내야 수비에서 잦은 실수로 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다.

오태곤은 뉴스1에 "어릴 때는 실수를 많이 하면서 주위 눈치를 많이 봤다. 실력이 부족했다"며 "당시 (강)민호형이 '오늘의 해는 졌고, 내일의 해가 또 뜬다'고 조언해 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말을 듣고 버텼다"고 회상했다.

KT 시절 오태곤(맨 좌측)의 모습. 그 옆으로 박승욱(롯데)과 문상철. (KT 위즈 제공)

그는 2017년 지금의 이름, 오태곤으로 개명하며 변화를 노렸다. 개명 직후 KT 위즈로 트레이드되며 새 길이 열리나 싶었다.

롯데 시절보다는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확고한 주전이 되진 못했다. 당시 KT의 1루수로는 윤석민이 있었고, 외야진에는 강백호, 조용호, 배정대가 있어 경쟁이 쉽지 않았다.

결국 2020시즌 도중 SK 와이번스(현 SSG)로 다시 트레이드됐다. 2021시즌을 앞두고 주전 좌익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추신수가 영입되면서 다시 벤치에 앉았다. 인생이 참 안 풀린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축 처져 지내지만은 않았다. 주전이 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1군 자리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어느덧 34세. 2025시즌에도 출발은 벤치였다. 3월 22일 두산 베어스와 홈 개막전을 앞두고 만났던 오태곤은 "오늘도 나는 벤치"라며 애써 웃음 짓기도 했다.

그러나 그날의 영웅은 오태곤이었다. 4-5로 뒤진 8회 대타로 나서 역전 투런포를 때려냈다. SSG가 6-5로 승리하면서 10분 남짓 그라운드를 밟은 오태곤이 MVP에 올랐다.

4일 KT전에서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를 친 오태곤. (SSG 랜더스 제공)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지난 4일과 6일 KT를 상대로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오태곤은 "백업 생활을 오래 해보니 준비만 돼 있으면 1년에 3~4번은 꼭 기회가 오더라. 100%로 준비하면 실전에서는 최소한 80%는 발휘할 수 있었다"며 "타격이 잠시 안 좋을 때는 대주자라도 활용될 수 있도록 주루 능력을 키웠다. 아니면 대수비라도 나가고 싶어 수비 훈련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넉살 좋은 그의 성격도 생존을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는 "살아 남기 위해서 뭘 해야 할지 계속 생각했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속 상한 일도 많지만, 티 내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후회가 없더라"고 강조했다.

시즌은 길다. 오태곤의 영광은 곧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태곤은 개의치 않았다. 상황이 바뀌어도 하던 대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K-직장인'이 새기면 좋을 마음가짐이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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