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투혼 깨운 손흥민의 헤딩…"부진했다는 비판 당혹스럽다" [이천수의 호크아이]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온종일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나를 압도하고도 2-3으로 패한 건 쓰라리다. 앞서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긴 것까지 생각하면 아쉬움은 두 배로 커진다. 조별리그 1무1패. 그렇다고 한국의 월드컵이 끝난 건 아니다. 오히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는 아직 남았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실낱같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아낸다면, 같은 시간 벌어질 가나-우루과이전 결과에 따라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를 이번 월드컵에서도 따지게 돼 마음이 답답하면서도 안타깝다.
한국이 벼랑 끝에 몰린 것보다 더 속상한 건 선수들을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이다.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이 "부진했다"는 비판을 들었을 때 정말 당혹스러웠다. 이번 월드컵을 한 경기라도 본 사람이라면 마스크 쓴 손흥민이 사력을 다해 뛰었다는 것을 안다. 가나전 경기 막판, 헤딩까지 시도하는 장면에선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지 겨우 3주를 넘긴 사람이라서다. 공을 머리에 제대로 맞히지 못해 천만다행이었다. 헤딩이 정통으로 부상 부위에 맞았더라면, 부상 부위에 큰 충격을 받아 마지막 포르투갈전에 뛰지 못할 수도 있었다. 부상 위험을 무릅쓴 주장의 헤딩은 동료들의 투혼을 깨웠다.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정신무장을 다시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악조건 속에서 투혼을 발휘한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상 당한 손흥민이 어떻게 해서든 월드컵에 출전하길 바랐던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부상 상태는 호전됐다고 알려졌다. 마스크 적응도 어느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모든 것으로 털어내는 골을 터뜨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한국이 역전 드라마를 만들 거라고 기대하는 건 손흥민처럼 '한 방' 있는 미드필더 이강인이 버티고 있어서다. 가나전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조규성의 첫 골을 도우며 빅리그 주전 선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가나전을 통해 실력을 증명했다. 득점으로 이어진 날카로운 크로스도 좋았지만, 공을 갖게 된 직전 상황은 더 인상적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역습을 펼치려던 가나 선수의 공을 이강인이 달려가 태클로 공을 뺏어낸 뒤, 크로스로 연결했다. 활동량과 수비 능력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는 장면이었다. 따지고 보면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유럽 정상급 리그(프리메라리가·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활약 중인 선수를 검증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이강인은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라는 점에서 손흥민에 견줄 만하다. 지금보다는 더 과감하고 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찬스가 열릴 수 있다. 이번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힘을 합쳐 상대 골문을 여는 명장면을 만들길 기대한다. 한국의 월드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끝날 때까지 우리 모두 함께 달리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이자, 2006 독일월드컵 토고전 프리킥 골의 주인공인 이천수가 2022 카타르월드컵 주요 인물 및 경기 분석을 중앙일보에 연재한다. '호크아이(Hawk-Eye)'는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전자 판독 시스템의 이름이다. 축구 지도자 자격증 중 가장 급수가 높은 P급 자격증 취득을 앞둔 이천수는 매의 눈으로 경기를 분석해 독자에게 알기 쉽게 풀어드린다. 촌철살인은 덤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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