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대박인데 쏘나타 디엣지 어디에..극명한 명암 이유는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올해 1~7월 판매량이 벌써 7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한 해동안 판매된 6만7030대를 7개월 만에 가뿐히 돌파한 것이다.
지난 11월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7세대 그랜저는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 등에 업었다. 역대 그랜저의 디자인 요소들을 오마주한 것이다. 1세대 그랜저 디자인 요소가 상당 부분 녹아있다. C필러 쿼터 글래스 부활과 스티어링 휠의 현대적 재해석이 대표다.
기존까지 현대차는 세대를 거듭하며 디자인 언어를 갈아 엎었다. 하나의 디자인 언어를 발표한 뒤로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발표했다. 쉽게 말해 일관성이 없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2018년, 2021년까지 총 세 차례 디자인 언어를 발표했다. 각각 ‘플루이딕 스컬프처’, ‘센슈어스 스포트니스’, ‘심리스 호라이즌’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디자인 언어 적용 당시 현대차 디자인의 핵심은 ‘헥사고날 그릴’이었다. 육각형 형상이 특징이다.
다만 아우디, 포드 등에서 이미 육각형 그릴을 사용하고 있어 현대차는 2016년 i30 3세대부터 캐스캐이딩 그릴로 전환했다. 기존 헥사고날 그릴의 육각형 아래 부분에 곡선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2018년 2번째 디자인 언어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선보이며 캐스캐이딩 그릴에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을 적용했다. 그릴과 헤드램프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얼굴 같은 모습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 이어 2021년 스타리아를 시작으로 그랜저, 코나 등의 모델에 ‘심리스 호라이즌’이라고 명명된 일직선 주간주행등(DRL)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빠르게 신차에 반영하는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 신차 이미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기존 모델을 금세 구닥다리로 만들어 버리는 단점도 존재한다.
쏘나타는 현대차의 주력 모델이라 새로운 디자인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특히 쏘나타 DN8은 지난 3월, 완전변경에 가까운 부분변경을 하면서 쏘나타 디 엣지로 변신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던 기존 '메기 입' 전면 디자인을 갈아엎고 현대차의 최신 패밀리룩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등을 탑재한 게 특징이다.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처음 입었던 초기형이 부분변경과 함께 급격하게 다음 세대 디자인 언어인 심리스 호라이즌을 반영한 것이다.
혹평이 상당수던 기존 디자인을 갈아엎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문제는 판매량이 긍정적 반응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쏘나타 디엣지 5,6월 판매량은 각각 1729대, 2951대에 불과했다. 지난달에는 2142대가 판매됐다. 아산공장에서 함께 생산하는 그랜저로 인해 생산도 뒤로 밀리는 상태다.
신차 효과에도 기존 기아 K5와 별반 차이가 없다. 호불호가 갈리던 디자인을 갈아엎었음에도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중형 세단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있지만, 일관성 없는 디자인 변화가 소비자에게 부담이자 스트레스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특히 전동화 시대로 넘어오며 신생 전기차 브랜드가 우후죽순 출범하는 상황이다. 신생 브랜드는 고객 기호를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헤리티지가 있는 오래된 브랜드는 고객 신뢰도를 구축하고 고객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그랜저는 올해 2월(2위)을 제외하고 현대차 판매 1위 모델이다. 전 세계적으로 플래그십 모델이 판매 1위인 경우는 아마도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만큼 그랜저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는 얘기다.
그랜저 인기 요인은 ‘과거의 향수’다. 쏘나타는 대한민국의 국민차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랜저보다 어쩌면 더 강력한 헤리티지를 담고 있는 모델이다. 수출을 포함해 현대차 글로벌 성공 신화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그런 점에서 차세대 쏘나타는 그랜저에 필적할만한 상품성을 갖추고 디자인과 콘셉 차별화가 더 필요해 보인다. 그냥 사라져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브랜드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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