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에 뜬 '침묵의 살인자'…가을볕 조심해야 하는 이유

천권필 2024. 9.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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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양산을 쓰고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가 사라진 푸른 하늘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오존(O3)이다. 하늘을 잿빛으로 만드는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존의 위협이 더 치명적인 이유다.

서울의 오존 오염도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도 급증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서울에는 오존주의보가 114번 발령돼 지난해 전체 발령 횟수(45회)를 이미 두 배 이상 초과했다. 5년 전인 2019년(29회)보다는 4배 가까이 많다.

신재민 기자

늦더위 탓에 9월에도 전국 곳곳 오존주의보


오존주의보는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된다. 그만큼 올해 고농도 오존이 발생한 날이 예년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오존 농도가 높은 시기인 여름철(5~8월)에 서울의 오존 평균 농도는 0.044ppm으로 200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오존은 자동차 등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하면서 만들어진다. 이런 생성 조건 탓에 햇빛이 강한 여름철 낮에 습도가 낮고 풍속이 약할 때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9월에도 극심한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비도 예년보다 적게 내리면서 가을에도 오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달에만 14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총 30번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추석 연휴인 13일과 14일에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나타나면서 울산 북구와 전남 순천시에 오존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야간에도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고농도 오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오존 예보 내년부터 한 달 늘어난다


이렇게 오존 발생 시기가 넓어지면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오존 예보 시기를 확대하기로 했다. 오존 예보는 매년 4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발표하는데, 내년부터는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로 예보 시기가 길어질 예정이다.

이대균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기온 상승 등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오존 발생일 수는 늘어나고 있다”며 “오존은 흔히 선진국형 오염물질로 줄이는 게 어렵다 보니 예보 기간을 한 달 정도 더 넓혀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6월 1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올림픽공원 인근 전광판에 오존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오존은 어느 고도에 존재하는지에 따라 정반대의 영향을 미친다.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오존의 90%는 지상 약 10~50㎞ 사이에 있는 성층권 내의 오존층에 밀집돼 있다. 이 오존층은 생명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최대 99%까지 흡수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반면 지표 근처에 있는 오존은 일정 농도 이상 높아질 경우 호흡기나 눈에 자극을 준다. 심할 경우 폐 기능 저하를 가져오는 등 인체에 피해를 주고,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오존 농도가 높을 때는 실외 활동과 과격한 운동은 자제하고, 호흡기·심혈관 질환자와 노인, 어린이는 야외 활동 자체를 피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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