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20년 전통 대장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불을 피워야 칼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어서 불을 먼저 피워요. 특별한 주문 이외에는 칼 위주로 만들어요. 쇳덩어리를 가지고 두들겨서 칼 모양을 만드는 거예요. 제가 일하고 있는 시설은 원래 10명이 일할 수 있는 곳인데, 저 혼자 일하고 있어요. 대장간 일은 만 55년 했어요.
예전에는 그냥 석탄을 때웠는데 제가 사용하는 건 흑연탄이에요. 모르는 사람들은 탄에 그냥 불 붙이면 되는 줄 아는데, 이 탄을 갖다가 그냥 불에 던지면 다 가루가 되어버려요. 불을 한번 살짝 머금은 탄이어야만 가루가 안 돼요.
대장장이 일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에요. 혼자서 이 전 기능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대장장이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눠요. 함마, 대장, 연마가 있어요.
함마라는 기계가 있는데, 이게 없었을 때는 뒤에서 매질하는 사람이 기계를 대신했어요. 커다란 오함마로 쇠를 두드리는 과정이에요.
대장은 모든 걸 총괄하는 사람이고요. 대장이 뭘 만든다고 하면 중량 얼마에 어떤 형상으로 두드린 후에 오려서 낙인을 찍고 반듯하게 모양을 잡아내는 거예요. 이후에 열처리까지 하는 게 대장이 하는 일이에요.
그다음은 연마예요. 낫이고 칼이고 도끼고 그걸 가는 사람을 연마사라고 해요. 마무리하는 단계죠.
함마 쓰는 사람 한 명이 죽으면 나머지가 같이 없어지는 거예요. 또 연마사가 없으면 제품 완성도 못해요. 그러다 보니까 대장간이 급속도로 없어지는 거예요. 대한민국에 대장간이 4년 전까지만 해도 76곳 있었어요. 근데 기술자가 죽거나 사라지면서 이제 60곳 정도 남았어요. 그중에 제품을 자유자재로 생산할 수 있는 대장간이 불과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될 거예요.
서울/경기권에서는 대장일 좀 하는 사람치고 우리 아버지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거의 3분의 2 이상이에요. 저희는 할아버지 때부터 대장간을 했어요. 최소 120년은 넘을 걸요? 역사책에도 나오니까요. 저는 14살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도 못하고 초등학교 겨울방학 시작된 다음날부터 대장간 일을 했어요.
'칼 한 번 갈아봐라'라고 했을 때 칼을 못 갈았어야 했어요. 옛날에는 1원 가지면 풀빵 12개를 사 먹었어요. 한 2~3원이라도 탈 욕심으로 잘했더니 너무 잘한 거예요. 그랬더니 대장간 일을 하라는데 어떡해요.
칼을 수선하기도 하는데, 잘라내고 새로운 칼로 만드는 거예요. 쓰기 좋고 편하게 만드는 과정인데, 작업 스타일에 따라서 칼이 다 달라요. 손님마다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거죠. 칼 갈아달라고, 고쳐달라고 보내오기도 해요. 여기는 일부러 노출을 안 하거든요. 입소문으로 한 명, 두 명 찾아오는 거죠.
노량진 매장에는 아들이 있어요. 아들은 서울에서 팔고, 칼 고쳐주고, 갈아주고 있어요. 저희 할아버지부터 했으니 지금 4대째 이어지는 가업이죠.
노량진에 가게를 차린 이유는 가게를 차릴 당시에 노량진이 칼 소비의 최고 소비 단체니까요. 근데 손님 중에는 하도 갑질해서 나랑 싸운 사람도 많고 일절 상대 안 했어요. 대신 서로가 전문 분야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들한테는 제가 깍듯하죠.
고객을 위해 칼을 제작하거나 연마할 때 제가 꼭 지키는 철학 같은 건 칼 사용자의 의견을 100% 반영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천 자루를 갈든, 만 자루를 갈든 단 한 사람 용도에 딱딱 맞춰야 해요. 눈으로 볼 때는 거기서 거기 같지만, 칼 쓰는 사람은 전부 다 천차만별이에요. 그래서 쓰는 사람의 의견이 100% 이상 반영되지 않고는 아무리 칼을 잘 간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그게 어떻게 보면 지금 50여 년간 단골분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 중에 하나죠. 대장 기술의 가장 기본 요소는 기초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거를 얘기해도 못 알아듣고, 못 해요.
오전에 칼 갈아주고 팔고 한 것만 벌써 한 60만 원 매출이 나오고, 원가 좀 빼도 한 40만 원 이상은 벌었잖아요. 노량진에서 한창 일할 때는 하루 총매출이 2,000만 원 넘을 때도 있었어요. 매출을 안 따져요. 재수 좋을 때는 몇 백만 원 들어올 때도 있고 뭐 10~20만 원 들어올 때도 있거든요.
55년 동안 이렇게 외길을 걷고 있는데, 다들 성공한 사람들의 현재 모습만 보려고 해요. 근데 분야를 떠나서 성공하기 위해서 그만큼 인생을 갈아 넣고 인생을 바쳤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거예요. 세상 모든 사람들한테 기회는 똑같이 동일하게 와요. 그러나 당장 눈앞의 손 익분기점이나 따진다면 절대 기회라는 건 그런 사람들한테 오지 않아요.
앞으로 목표는 외국에 나가서 체인사업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 서 서로가 이해타산만 맞으면 거기까지는 지원하고 싶어요. 또 국내에도 총 10명 정도만 제자로 키우고 나면 이제 진짜 여기에서 손 뗄 때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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