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인치 미들클래스 어드벤처 바이크 총집합 #1


2023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장르는 미들클래스 어드벤처 장르다. 단순히 온로드, 오프로드 모두를 아우르는 듀얼스포츠에서 발전해, 더욱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공략하는 21인치 미들클래스 어드벤처 바이크를 한자리에 모아보았다.

[TEST RIDER PROFILE]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의 대장이자 편집장. 미들급 이하 모델은 모두 원동기로 보이게 만들어버리는 탈 코리안급 피지컬을 자랑한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슈퍼바이크부터 크루저까지 모터사이클이라면 모두 사랑하고 관심이 많은 박학다식 전문가. 최근 0.1t을 넘어 꾸준히 성장하는 바람에 다이어트를 강행 중.

윤연수
오프로드 레이서 출신으로 월간 모터바이크의 테스트 라이더를 담당. 2020 GS 트로피와 2023 림바 레이드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최근 로드 레이스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양현용 편집장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체중 증가로 다이어트를 고려 중.

손호준
기계공학을 전공하여 모터사이클의 원리와 특성을 분석하는 데 희열을 느낌. 동시에 서핑과 낚시, 캠핑 등의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최근에는 온로드 트랙에 재미를 붙여 기회만 나면 서킷을 달리며 성장하고 있다.

김태영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바퀴가 달린 모든 것을 다루는 모터 저널리스트. 자동차, 바이크, 사람을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으며 월간모터바이크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다양한 시승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0 GS 트로피에 미디어로 참가한 바 있다.

박지훈
BMW모토라드와 트라이엄프의 국내 인스트럭터로 활동해왔으며 최근에는 더트 앤 파크에서 더욱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온로드 레이서 출신에 오토바이크 기자로 활동했다. 모터사이클을 멋지게, 빠르게, 안전하게 다루는 것에 진심이다.

류석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크 유튜버. 최근 류석 미디어를 운영하며 모터사이클 미디어로 활동 중. 국내로드 레이스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발휘한 바 있으며 바이크 라이프 소품창고라는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박다민
BMW 모토라드 공식 인스트럭터 로 활동 중이며 GS 트로피 2022에 한국 대표로 참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전거와 올드 바이크를 다루면서 탈것에 익숙하게 자랐으며 동물적 감각으로 빠르게 스킬을 터득하는 편이다. 현재 배달의민족에서 라이더 인스트럭터로 활동 중.

최태식
어드벤처, 오프로드에 진심인 라이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터사이클을 더 잘 타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꾸준히 성장 중. ‘쉬는 날은 모터사이클 타는 날’이라는 모터사이클 덕후 다운 철학을 가지고 있다.


양현용 안녕하십니까. 월간 모터바이크 양현용 편집장입니다. 오늘은 저 혼자가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는데요. 오늘 저희가 왜 모였죠?

류석 오늘은 총 8대의 어드벤처 바이크를 8명의 라이더가 돌아가면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테스트하기 위해 모였죠.

양현용 현재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게 이 미들급 멀티퍼퍼스 어드벤처 바이크입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모델들이 시장에 나와 있는데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미들급 어드벤처 바이크를 한자리에 모아봤어요. 그리고 오늘의 테스트를 위해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그리고 오프로드 인스트럭터, 그리고 오프로드를 굉장히 열정적으로 타는 라이더도 특별히 섭외했고요. 바이크 유튜버 중에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류석 씨도 모셨습니다. 먼저 오늘 테스트를 해보면서 느꼈던 점이나 소감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박지훈 21인치를 장착한 미들급 모델들 중 8기종을 타봤는데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브랜드별로 특색들을 굉장히 잘 살려서 각자의 방식으로 어드벤처를 해석했다는 거예요.

윤연수 비교 시승 자체를 여러 번 해왔지만, 워낙 제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또 21인치 프런트를 장착한 모델들이라서 더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바로바로 바꿔가면서 테스트를 하다 보니까 각 모델의 특장점이 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손호준 역시 세상에 나쁜 바이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스펙으로 따져봤을 때 최대 토크가 터지는 지점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고만고만한 바이크들이었거든요. 그런데 바이크의 특성이 너무나 달라서 각각의 재미를 모두 느끼며 달렸던 것 같습니다.

최태식 한 번에 8대를 다 타볼 수 있어서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목표를 볼 수 있었고요. 저는 제가 만약에 돈을 들고 있을 때 어떤 바이크를 선택할지를 상상하며 테스트했어요. 그리고 온로드에서 좋은 게 오프로드에서도 좋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과 바이크의 개별 특성이 극명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박다민 개인적으로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는데 평소에 관심 있었던 바이크들을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각각의 브랜드와 바이크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바이크가 정말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줘서 개인적으로 시야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김태영 오늘 워낙 오프로드를 잘 타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는 투어링, 그다음에 온로드 성능을 위주로 테스트를 했어요. 온로드라는 관점에서도 너무 많은 방향성이 느껴지고 바이크를 바꿔서 주행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다른 감각이 신기했습니다.

류석 저는 트랜잘프로 출발을 해서 바이크로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하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역체감이나 특장점이 명확하게 보였죠. 이 브랜드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 바이크를 만들었는지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어떻게 다른지 등을 경험했어요. 색다른 느낌이 드는 만큼 이번 특집이 잘 마련됐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TRIUMPH TIGER 900 RALLY PRO

양현용 첫 번째 바이크는 타이거 900 랠리입니다. 오늘 탄 바이크 중에 가장 럭셔리한 모델인 것 같아요. 편의장비가 가장 많이 붙어 있습니다. 기본으로 장착돼 있는 옵션만 열선 그립, 열선 시트, TFT 계기반까지 기가 막혀요.

류석 유일한 3기통이기도 하죠. 그리고 마감이라든가 온로드나 오프로드 영역에서 이 바이크가 받아주는 주행 성능 영역들이 가장 높은 느낌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론 3기통이라서 굉장히 익숙하고 기분 좋은 필링으로 느껴져요. 하지만 보편적으로 많은 라이더분이 그 매력을 모른다는 게 아쉽죠.

양현용 그런데 이 엔진의 경우는 기존 타이거 800의 3기통이 가지고 있었던 등간격 연소가 아니라 부등간격 연소가 적용됐어요. 엔진이 조금 더 거칠게 느껴지도록 일부러 만든 거죠. 2기통 엔진과 흡사하도록, 트랙션 성능이나 더 알기 쉬운 스로틀 반응 같은 것을 흉내 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3기통 특유의 고속 영역에서의 출력이라든지, 매력적인 사운드와 같은 매력은 잘 챙겨냈죠.

류석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건, UI에요. 지금 스트리트 트리플 765를 타고 있지만 이렇게 큰 TFT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으면서 rpm이나 주행의 정보를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이 부족해요. 물론 네 가지로 계기반 스타일을 바꿀 수 있지만요.

양현용 저는 사실 트라이엄프 바이크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전체적으로 잘 만들고 엔진, 프레임, 디자인, 마감까지 다 좋고 달리는 재미가 있어요. 하지만 UX 디자이너는 좀 만나보고 싶어요. UX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는 느낌이거든요.

박지훈 저는 쉽게 부러지는 스위치 뭉치가 유일한 불만이에요. 오프로드에서는 사실 넘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잦은데 엄지 위치에 절묘하게 위치한 스위치 레버가 탁 치면 부러지고 전체 부품을 교체해야 해서 비용이 상당하죠.

손호준 핸들 바, 풋 패그나 레버 포지션 같은 것이 모두 오프로드 주행 세팅으로 되어 있었는데 저는 오히려 온로드에서도 편했어요. 물론 3기통이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엔진 필링부터 포지션까지 라이더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더라고요. 또 트라이엄프만의 쫀쫀한 퀵시프터 느낌도 주행의 재미를 더했어요.

최태식 개인적으로 온로드를 달릴 때 브레이크 성능에 감동했어요. 원하는 위치에 안전하게 완벽하게 제동할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테스트한 바이크 중 가장 고스펙의 브레이크 세팅이네요. 그리고 핸들이 가장 일자로 뻗어 있어요.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것 같은데 이게 온로드를 달릴 때도 위풍당당한 느낌이 좋더라고요. 스탠딩 포지션도 물론이고요.

양현용 사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오프로드 성능이 좋으면 온로드에서 별로일 거란 생각이에요. 사실 오프로드에서 타기 편하게 만들면 온로드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게 정상인 거예요.

박다민 오늘 오전 기온이 영상 4도에서 5도 정도 됐었는데 열선 시트가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열선 그립하고 열선 시트를 켜고 달려보니 다시는 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떨지 않으면서 라이딩을 즐기는 자신이 굉장히 럭셔리하게 느껴졌죠.

윤연수 많은 사람이 열선 시트는 굳이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다민 더불어 이 바이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바이크를 믿고 몸을 맡길 수가 있었어요. 시승 바이크에는 순정 타이어가 아닌 온로드와 오프로드 비중이 5대 5인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바이크의 전자장비들이 정말 똑똑하더라고요.

손호준 게다가 가격은 2,21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최태식 가장 재미있게 탄 만큼 가장 고가일 줄 알았어요.

양현용 확실히 8대의 모델 중 가격으로는 중간쯤에 위치하고 옵션은 최고니까, 가성비로 따져도 훌륭한 모델이네요.

GOOD
3기통 엔진의 여유로운 출력과 독특한 엔진 필링
동급 최고수준의 편의장비와 전자장비
역시 동급 최고 수준의 고성능 브레이크

BAD
느리고 불편한 계기반 UX디자인
부족한 개성



BMW MOTORRAD F 850 GS

양현용 이번 모델은 F 850 GS입니다. 8대의 바이크 중 가장 끝물인 바이크죠. 현재 F 900 GS가 출시를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모델이 국내 출시하면 비교 시승을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러기엔 또 너무 기다려야 해서 일단 F 850 GS를 데려왔어요. 850의 아쉬운 점들은 사실 여러 가지가 있죠. 그중에서도 조금 높은 무게 중심과 조절식이 아닌 깡통 프런트 포크 등이 아쉬웠지만 F 900 GS에서는 모두 해결이 돼서 기대되는 가운데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류석 일단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그 이름 자체로 신뢰할 수 있는 바이크라고 생각해요. 그런 신뢰성을 저버리지 않는 바이크라는 게 느껴졌죠.

박지훈 F 850 GS가 굉장히 재미있는 게 21인치 프런트 휠을 적용한 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회전 반경이나 좁은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굉장히 날렵해요. 그래서 다른 바이크들 보다 방향 전환이나 유턴을 쉽게 할 수 있죠.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명불허전이라고 할 수가 있고요. 다만, 워낙 출시한 지 오래된 바이크라, 예를 들어서 기어 레버나 리어 브레이크 레버 등의 조절폭이 좁고 마감이 좀 아쉽긴 해요. 또 그런 부분까지 보강이 돼서 나왔다고 하니까 다음 모델이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양현용 저는 이 바이크가 소유하는 ‘만족감’이 좋은 바이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스마트키를 채용하고 있는 점도 그렇고 TFT 계기반도 고급스럽거든요. 그리고 인터페이스도 1250이나 고급 사양의 모델들하고 비교해 봐도 전혀 쳐지지 않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요.

최태식 오늘 도로에서 열심히 달려봤는데 생각보다 투어링 목적으로 너무 훌륭했어요. 엄청 편하더라고요. 주행 포지션이나 엔진 특성이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였죠.

김태영 이번 모델 옆에 GS 트로피라고 쓰여 있어요. 여기 지금 한국 GS 트로피의 선발자로 다녀온 두 분의 선수가 있죠? 설명을 한 번 해주세요.

박다민 GS 트로피는 격년으로 진행되는 BMW모토라드의 대표적인 어드벤처 이벤트예요. 그리고 앞선 2020 시즌에 윤연수 기자님이 F 850 GS를 타고 달렸던 것으로 압니다. 어쨌든 저는 이번 테스트가 F 850 GS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역시나 어디에서도 편안한 GS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윤연수 저는 2020년도에 F 850 GS를 타고 뉴질랜드에서 GS 트로피를 참가했었는데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앉아서 타도 쉽게 탈 수 있는 바이크라는 게 정말 큰 강점인 것 같아요. 또 오늘 시승하면서 보니까 계기반, 스마트키 시스템, 방향지시등 같은 몇 가지 요소들이 마이너체인지 됐더라고요. 한글을 지원하는 것도 눈에 띄고요. 그래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고 꾸준히 상품성을 올리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F 900 GS도 기대가 되네요.

양현용 그래서 이 모델은 가격이 어떻게 되죠?

박다민 1,950만 원입니다.

류석 저는 F 850 GS를 타고 합천으로 투어를 떠난 적이 있었는데 1박 2일을 달리면서 편안함, 주행 재미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잠들기 전에 내일 이 바이크를 탄다는 생각에 설렜던 기억이 있죠. 그래서 복귀할 때까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달렸던 몇 안 되는 좋은 바이크입니다.

김태영 저도 사실 2020년에 GS 트로피에 미디어로 같이 참가를 해서 갔다 왔는데 그때 이 바이크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완주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다른 바이크였다면 완주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오랜 노하우가 느껴지는 계기반 UI와 스위치 뭉치도 마음에 들어요. 딱히 큰 고민 없이 쉽게 모드를 변경하고 다룰 수 있었죠. 다만 스마트키 시스템은 오늘처럼 여러 대를 많은 라이더가 비교 시승하는 경우엔 불편했어요. 내 소유의 모델이었다면 이것 또한 장점이었겠죠.

양현용 차량에 스마트키를 넣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모두 투어링 복장이지만 오프로드 저지를 입었을 때는 정말 보관하기 어렵죠. 앞으로 브랜드들이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GOOD
좁은 회전반경과 다루기 쉬운 주행특성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표준적인 성향
한글화되고 대낮에도 잘 보이는 높은 품질의 계기반

BAD
조절이 불가능한 프런트 포크
오프로드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SUZUKI V-STROM 800 DE

양현용 이번 바이크는 스즈키 브이스트롬 800 DE입니다. 이번 테스트 모델 중 가장 최신 출시 모델이죠. 경험이 많은 분들이다 보니까 다른 모델들에 대해서는 다들 한 번씩 경험이 있었겠지만, 이 모델만은 다들 처음이라 더 인상이 강하게 남았을 것 같습니다.

박다민 혹시 DE의 뜻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손호준 스즈키에서는 DE를 듀얼 익스플로러라고 해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둘 다 탐험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듀얼퍼퍼스와 비슷한 거죠.

양현용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엔진은 밸런서를 두 개를 적용해 진동을 억제했고 특이한 또 한 가지 특징은 원래 브이스트롬 엔진은 V-트윈 엔진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90도 V-트윈 엔진의 필링과 비슷하도록 점화 타이밍을 설계했다는 점이죠.

박지훈 저는 빠릿빠릿해서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내가 ‘출력이 이만큼 필요해!’ 했을 때 스로틀과 1 대 1로 반응하는 느낌이에요. 사실 예전부터 스즈키가 어드벤처를 만드는 기준 자체가 조금 온로드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좀 이렇게 느긋느긋한 느낌이었는데 얘는 공격적인, 약간 좀 라이더를 신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느낌이어서 충격이었어요. 진짜 솔직히 KTM을 타보면 ‘굉장히 세다!’라는 느낌이 있는데 얘도 그거 못지않게 온로드를 달렸던 것 같아요. 오프로드에서는 조금 무른 듯한 느낌이어서 부서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제가 하드한 주행을 했을 때 기준이니까 너무 걱정할 수준은 아니죠.

김태영 혹시 이 모델이 온로드의 레인지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모델을 타고 오프로드에 도달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을 달렸는데 너무 작은 윈드 실드가 조금 스트레스였거든요. 그렇다면 이 차량의 목표가 오프로드에 완전히 집중된 것인가 싶어서요.

윤연수 제가 말씀드리자면, 브이스트롬 1050은 일반 모델과 DE 모델로 나뉘어요. 그 차이가 프런트 휠 사이즈와 서스펜션 트래블 등이죠. 확실히 DE 모델은 오프로드 지향점으로 설계되어 있는 만큼 800 DE도 스크린을 일부러 작게 만들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양현용 스크린이 길고 커지면 방풍성은 좋아지지만 오프로드를 달릴 때 헬멧 아래나 목, 가슴을 충격하는 문제들이 생겨요. 그래서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모델이라고 하면 일단 실드를 조금 낮게 만들거나 라이더로부터 좀 멀게 위치하는 경향이 있죠.

윤연수 근데 이게 엔진이 워낙 카랑카랑하게 잘 돌고 재밌으니까, 스로틀을 자꾸 열게 되고 속도로 빨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윈드 스크린의 디자인과 성능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빠른 가속감에는 퀵시프트도 한몫을 하고요.

양현용 예전에 스즈키 바이크 시승기에도 했던 얘기인데 스즈키가 뭔가 도입하는 건 항상 늦어요. 그런데 한 번 도입을 하면 완벽하게 작동하죠. 다른 브랜드들이 모두 퀵시프터를 도입했을 때 스즈키만 도입을 안 했다가 스즈키가 도입한 후에 테스트를 해봤는데 약간 감동적이었죠.

류석 맞아요. 저도 같은 브랜드에 S1000GT를 탔을 때 전자식이냐 기계식이냐 그걸 떠나서 너무 잘 만들더라고요. 같은 재료를 갖고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서 그 세팅 값을 세세하게 쓸 줄 아는 것도 그 브랜드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스즈키는 전자식이 아니어도 요리를 정말 잘해서 그 퀵시프터의 느낌을 최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죠. 특히 1단에서 2단 넘어갈 때의 느낌이 ‘정말 세팅을 잘했구나!’라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박지훈 이 모델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고 싶어요. 구매해서 내가 어떻게 튜닝할지 상상을 하게 돼요. 이전에는 사실 브이스트롬으로 오프로드를 탄다고 생각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는데 800 DE는 프런트 휠, 서스펜션, 가벼운 무게까지 기본기가 좋기 때문에 조금씩만 손보면 더 재미있는 머신, 무한한 가능성이 보여요.

윤연수 근데 방금 말씀하신 거에서 하나 덧붙이자면 바이크 자체 무게가 제원상으로는 꽤 무거워요. 200kg이 넘고 타 브랜드보다 묵직한 수준인데 직접 탔을 때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게 있죠.

류석 지금 아무도 얘기를 안 했는데 이 과감한 컬러 배치도 좋은 것 같아요.

양현용 예전에 스즈키에 DR-빅 750이라는 모델이 있었고 랠리에 출전할 때 당시 카멜 컬러를 도색해서 나갔어요. 바로 그 머신의 컬러를 모티브로 한 겁니다. 다시 말해 헤리티지 그래픽인 셈이죠. 그리고 가격이 진짜 중요한 모델이에요.

류석 바로 1,439만 원입니다.

박다민 아름다워. 사고 싶습니다. 정말.

박지훈 미들급으로 부담 없이 오프로드 어드벤처를 도전하기에 최적일 것 같아요.

GOOD
만족스러운 성능에 합리적인 가격
전후 조절식 서스펜션 기본장착
매끄럽게 작동하는 퀵시프트

BAD
부족한 방풍성능
보수적인 성향의 ABS 세팅


KTM 890 ADVENTURE R

윤연수 이번에 이야기해 볼 모델은 KTM의 890 어드벤처 R입니다. 제 자차이기도 하고요. 오늘 모인 미들급 어드벤처 모델 중 가장 오프로드 지향 모델입니다. KTM은 2019년에 790 어드벤처를 출시하고 2년 뒤에 890 어드벤처로 엔진을 키웠어요. 그리고 또 2년 뒤, 890 어드벤처가 페이스리프트 된 모델이 바로 이 모델입니다. KTM이 갖고 있는 오프로드 기술력이 모두 적용된 최신 모델이죠. 가격은 2,450만 원. 쉽지 않은 가격인데 오프로드를 제대로 달려보고 싶다면 지불할 가치가 있죠.

양현용 사실 이 바이크가 비싼 이유는 서스펜션 때문이에요. 정말 서스펜션이 어나더 레벨이죠. 790 어드벤처가 처음 론칭 했을 때, 크리스 버치에게 이 바이크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이었어요. 근데 사실 그때만 해도 정말 어나더 레벨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경쟁자들도 790 어드벤처를 보고 자극받아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영역까지 따라왔죠. 하지만 이 모델은 KTM 입장에서 3세대 모델이기에 그만큼 또 진화를 했죠. 정말 890 어드벤처는 사실 그냥 오프로드 바이크 같아요.

김태영 개인적으로 KTM의 390으로 바이크를 입문했고 지금은 1290 슈퍼어드벤처까지 타고 있는데 KTM의 핸들링이나 역동성을 너무 좋아해요. 근데 사실 오늘 다른 바이크와 함께 비교하면서 느낀 건, 오히려 일반 라이더에게 부담일 수 있겠다는 것이었어요. 서스펜션 자체가 너무 단단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선뜻 ‘이거 좋아요! 사세요!’라고 하기 부담이 있더라고요. 간혹 BMW를 타는 라이더에게 KTM을 얘기하면 무섭다고 답변하는 게 이해되더라고요.

류석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다루기 쉽지 않은, 접근성이 만만치 않겠다 싶었죠. 시트가 높다 보니 발착지성이 떨어지고 오프로드 지향의 짧은 윈드 스크린 때문에 주행풍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어요. 물론 엔진 출력이 상당해서 주행풍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있어요. 어쨌든 어드벤처를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허들이 좀 높다는 생각입니다.

윤연수 제가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주행하던 차량이라서 90kg의 라이더에게 맞게 서스펜션이 조율되어 있어요. 제가 미리 풀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무게가 가벼운 라이더일수록 더욱 단단하게 느꼈을 것 같아요. 워낙 서스펜션 트래블이 길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피칭 모션이 일어나는데 제 취향에 맞게 많이 억제해둔 세팅이죠. 핸드 다이얼로 금방 풀어버리면 되는데 미리 신경 쓰지 못해 아쉽네요.

류석 그건 좋아요. 서스펜션을 포함한 많은 세팅을 바꿀 수 있죠. 기본 공구만 이용하면 핸드 레버, 핸들 바, 서스펜션 댐핑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변경할 수 있더라고요. 그것도 굉장히 섬세하게.

손호준 저는 이 모델을 비교적 후반에 타보게 됐는데 처음에 딱 탔을 때 바로 드는 생각이 이건 미들급 클래스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스펙상으로도 그렇고, 서스펜션도 그렇고, 출력도 동급 클래스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주행 성능에 관해서는 진짜 미들 클래스 이상의 클래스에 있는 바이크라고 느꼈습니다.

최태식 저도 한때 790 어드벤처의 오너였지만 이 모델을 제대로 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새로웠어요. 도로에서는 조금 단단한 느낌이 들어서 엉덩이가 아프기도 했는데 오프로드 테스트를 시작하자마자 역시는 역시다 싶었죠. 서스펜션이 너무 안정적이라고 바이크를 믿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어요. 물론 저는 체중이 100kg이 넘습니다.

박다민 제가 890 어드벤처 R을 온로드에서 탔을 때는 사실 조금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오프로드에 들어오자마자 ‘아, 이래서 온로드에서 조금 불안정했구나.’ 싶을 만큼 다양한 요철과 노면을 모두 삭제시켰죠. 한 마디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잘 타는 줄 알게 착각하게 만드는 바이크다. 전자장비하고 서스펜션이 워낙 오프로드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까 마음 놓고 스로틀을 개방해도 불안하지 않아요. 또한, 트랙션 컨트롤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면서 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윤연수 트랙션 컨트롤을 1부터 9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완전히 해제할 수도 있어요.

박지훈 상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라이더의 어떤 스킬이나 수준에 따라서 만족도가 달라지는 그런 모델인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온로드에서 굉장히 불안정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고급 세단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함을 주죠.양현용 근데 온로드 성능 좋아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어요. 이 모델은 R이에요. 그러니까 노멀 모델 같은 경우는 충분히 상냥해요. 다리도 잘 닿고 서스펜션도 훨씬 부드럽죠.

윤연수 이야기를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라이더의 무게가 나가면 나갈수록 온로드도 좋다는 평가로 가고 있습니다.(웃음)

류석 UX도 너무 좋았어요. 계기반에 기어 단수가 제일 크게 보였고 그 다음으로 크게 보였던 게 트랙션 컨트롤이에요. 그러니까 어떤 정보를 크게 보여줘야 하는지 알아요. 게다가 트랙션 컨트롤을 단계별로 설정해 보면 얼마만큼 미끄러지는 걸 허용할 것인지 그림으로 보여주거든요. 그런 것들이 직관적인 거죠. 숫자로만 표현하면 이게 얼마나 미끄러운지 알 수가 없잖아요.

GOOD
압도적인 오프로드 주파성능
강력한 출력의 엔진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 전자장비

BAD
장거리에는 불편한 시트
부족한 편의장비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사진 모터바이크 편집부
취재협조 더트앤파크
차량협조 스즈키 코리아, 혼다 코리아, BMW 모토라드, 두카티 코리아,
KTM 코리아, 피아지오 그룹 코리아, 허스크바나 모터사이클 코리아, 트라이엄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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