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입으로 쏠린 눈…'시총 10兆달러' AI 대전 막 오른다
AMD·인텔 수장도 잇따라 대만 조기 상륙
이재용·미디어텍, 최태원·젠슨 황 밀착 이목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6'이 내달 1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과 함께 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30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타이베이 뮤직센터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가속기 '베라 루빈 NVL72' 생태계 구상을 공개할 전망이다. TSMC의 2나노(㎚·1㎚=10억분의 1m) 공정과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최초로 탑재하는 이 슈퍼컴퓨터는 AI 학습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과 퀄컴이 선점한 AI PC 시장을 겨냥해 독자 개발한 'ARM 기반 노트북 칩(N1X)'이 깜짝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CEO가 강조해 온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 구상도 핵심 화두다. 그는 "인간의 노동에는 쌀이 필요하지만, AI의 노동에는 전력이 필요하다"며 대만 정부를 향해 전력 인프라 확충을 촉구한 바 있다. 타이베이 북부 지역에는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신본사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을 착공해 현지 연구개발(R&D) 인력을 4000명까지 늘리는 등 대만을 글로벌 핵심 R&D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일찌감치 대만에 들어와 있던 황 CEO는 현지 도착 직후인 지난 26일 웨이저자 TSMC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를 통째로 초청해 '세기적 만찬'을 가지며 동맹을 과시했다. 폭발적인 주문량 감당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웨이 회장이 입을 닫는 '지퍼 제스처'를 취하면서 캐파(생산능력) 조율을 위한 물밑 협상이 치열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황 CEO는 회동 후 취재진에게 "(신제품)'그레이스 블랙웰'과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포함해 올해 하반기는 엔비디아와 대만에 사상 최대 규모의 반년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놀라운 신제품이 하나 있는데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후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만 미디어텍 본사를 방문해 고위 경영진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만큼 'K반도체 진영'의 주도권 계산기에도 이목이 쏠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경영진과 함께 황 CEO의 기조연설 현장을 직접 찾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최 회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SK하이닉스(HBM)-엔비디아(GPU)-TSMC(파운드리)로 이어지는 글로벌 AI '삼각동맹'을 한 단계 더 격상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 CEO와의 회동이 성사되면 최근 7개월 사이 한국, 미국, 대만을 넘나드는 네 번째 만남이다. 업계에서는 컴퓨텍스 기간 중 황 CEO가 SK하이닉스 부스를 깜짝 방문해 두터운 협력 메시지를 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에 탑재될 차세대 HBM4 로드맵을 적극 세일즈하며 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러브콜에 화답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컴퓨텍스 2026은 단순히 칩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향후 10년의 AI 인프라 공급망 권력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전쟁터"라며 "대만 중심의 생태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떤 전략적 동맹을 맺느냐에 따라 미래 주도권이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컴퓨텍스 2026은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서 나흘간 진행된다. 올해 주제는 '다 함께 AI'다. 주최 측인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TAITRA)는 전 세계 기술 기업을 이끄는 거물급 연사 30여 명이 참여하며 이들이 움직이는 기업의 총 시가총액만 10조 달러(약 1경37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행사의 낙수효과로 향후 6개월간 대만 전체 수출 기회의 약 70%가 이번 컴퓨텍스에서 파생될 전망이다.
행사 기간에는 시가총액이 6배 폭등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인텔의 신임 CEO 립부 탄을 비롯해 퀄컴, 마벨, NXP 등 글로벌 기업 대표들의 기조연설이 이어진다. 특히 올해는 최초로 'AI 로봇관'이 신설돼 '로봇의 두뇌' 트렌드를 집중 조명한다.
타이베이(대만)=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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