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치고 도루하는 '김도영'입니다"→"힘 남다른데, 띄워 쳐봐"…거포 본능 깨어났다 [고척 현장]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잠자던 거포 본능, 눈 떴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의 장타 본능이 무섭다. 프로 3년 차인 올해 가장 두드러진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범호 KIA 감독은 몇 가지 변화를 언급했다.
2022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도영은 데뷔 시즌 103경기서 타율 0.237(224타수 53안타) 3홈런 19타점, 장타율 0.362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엔 84경기서 타율 0.303(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장타율 0.453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 시즌은 더욱 기세가 좋다. 지난 23일까지 25경기서 타율 0.324(102타수 33안타) 9홈런 21타점, 장타율 0.637를 뽐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특히 4월 19경기서 9홈런을 몰아치며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17일 SSG 랜더스전까지 3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특히 17일 SSG전서는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렸다. 21일 NC 다이노스전과 23일 키움전서도 두 경기 연속 손맛을 봤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은 타구의 스피드가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타구에 힘을 싣는 느낌, 힘을 쓰는 방법 자체가 달랐다"며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도영이 본인도 입단했을 땐 홈런을 친다는 생각보다는 '저는 안타 치고 도루하는 선수입니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난 거기서 탈피시키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타구 속도가 빠른 선수들은 각도만 살짝 바꿔줘도 홈런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증명된 것이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도영이에게 '올려 쳐라', '띄워 쳐도 아무 말 안 할 테니 멀리 쳐라'라고 했다. 스스로 타이밍이나 밸런스를 잡은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홈런을 칠 수 있구나', '장타를 쳐주는 게 팀에도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걸 느낀 것 같다.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젠 본인이 가진 야구를 마음껏 펼치는 듯하다. 팀에도 정말 좋은 일이다"고 설명했다.
KIA의 베테랑 홈런 타자 최형우는 김도영에 관해 "일반적으로 홈런이 나오는 히팅 포인트보다 공 2개 정도 뒤에서 때려도 당겨쳐서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공을 확실히, 최대한 내 앞에 불러놓는다는 의미다. 스윙이 나오는 것도 짧다는 뜻이다"며 "공을 다 확인하고 자신의 몸과 배트 스피드를 활용해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할 줄 알면 타율 등 모든 면에서 더 정확해지며 홈런 개수도 늘어날 수 있다. 김도영은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이 감독은 "평소 타자들에게 허리를 잘 돌리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말한다. 턴만 잘 되면 스윙 자체가 좋아지기 때문이다"며 "과거 타격할 때 도영이의 발을 보면 턴을 반밖에 안 하더라. 50도 정도만 돌렸다. 하지만 지금은 스윙할 때 발을 90도로 다 돌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님이 한창 현역이었을 때 스윙을 하면 발 자체가 90도로 돼 있었다. 완벽하게 스윙하려면 오른발이 90도로 딱 지탱하고 있어야 한다"며 "발이 반밖에 안 돌아가면 스윙도 75%밖에 안 된다. 캠프 때 도영이에게 턴하는 연습을 계속 시켰고 그 부분이 좋아졌다. 본인이 가진 능력치가 워낙 좋아 금방 알아듣고 잘 활용하는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 23일 키움전에서 친 홈런은 비거리도 대단했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키움 선발투수 하영민의 2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의 선제 솔로 홈런이었다.
이 감독은 "홈런을 누가 치든, 살짝 넘어가든 멀리 넘어가든 다 기분 좋다. 도영이가 정타에 공을 때려내며 컨디션이 좋다는 걸 증명했다"며 "그 정도로 멀리 날아갈 줄은 몰랐다. 진짜 멀리 가더라. 선취점을 내는 한 방이라 내겐 최고의 홈런이었다"고 돌아봤다.
수비에 관해선 "아직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수비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정교해질 것이다. 1년, 1년 하다 보면 타자가 어디로 공을 많이 보내는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등을 알게 된다. 수비 위치도 코치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두 발 뒤로 혹은 앞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며 "그때부터는 실책 개수도 한 자릿수로 줄지 않을까 싶다. 나도 어릴 때 실책을 많이 하다 시즌을 거듭하며 한 자릿수로 줄였다"고 말했다.
부상만 조심하면 된다. 이 감독은 "가능한 도루를 줄이라고 하고 있다. 전 경기에 출전해 줘야 하는 선수다"며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해 안 좋은 부분이 있으면 타격 후 100%로 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모든 선수에게 해주는 말이다. 80%로만 뛰어도 된다고 일러줬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한 게임이 아닌 시즌 전체를 봐야 한다. 몸이 안 좋을 땐 조금 자제해가며 경기를 치르는 것도 능력이다. 그게 팀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영의 2024시즌이 기대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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