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원전 협력도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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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필리핀이 수교 7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안보·경제·인적 교류 등 전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필리핀의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PGN(파나이-기마라스-네그로스 3개 섬 연결) 해상교량 건설사업에는 각각 역대 최대인 10억 달러 수준의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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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필리핀이 수교 7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안보·경제·인적 교류 등 전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필리핀의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PGN(파나이-기마라스-네그로스 3개 섬 연결) 해상교량 건설사업에는 각각 역대 최대인 10억 달러 수준의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활용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필리핀의 ‘바탄 원전 건설사업’ 재개 검토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한·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은 75년 전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최초로 대한민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라며 “6·25 전쟁 때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해 준 대한민국에게 고마운 친구의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방문을 통해 필리핀이 마르코스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필리핀은 정상회담 직후 38개항에 걸쳐 양국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해양 안보, 관광, 우주, 5G기술 등 다방면에 걸쳐 고위급 대화 등 여러 채널을 통한 교류를 약속한 내용이었다. 공동선언에서는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한 무역·투자 관계 확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지지 또한 강조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공동 비전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부·기업이 총 2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기획재정부와 필리핀 재무부의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였다. 종전까지의 기록을 뛰어넘는 최대 규모의 EDCF 활용이 약속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 달러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 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라며 “필리핀이 추진 중인 여러 인프라 사업에 세계적인 경험과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DCF란 개발도상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개도국에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개도국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하는 성과가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사업은 시공사가 우리나라 기업으로 한정되는 경쟁입찰로 진행되며, 우리 기업의 필리핀 및 동남아 인프라 시장 진출 확대를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원전 시장이 중동과 유럽을 넘어 동남아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렸다. 한수원과 필리핀 에너지부는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필리핀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1973년부터 추진하던 바탄 원전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바탄 원전은 우리나라 고리 2호기와 동일한 노형이며,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40여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닐라=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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