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한테 욕 해대는 '패드립' 놀이"
[오마이뉴스 사랑해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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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순신광장에서 지나가는 어르신들에게 여쭈었습니다. 패드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많이들 걱정하셨습니다. |
| ⓒ 양현경 |
[상황②]여자 아이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한 아이가 친구한테 그런다. "야 XX년아, 뭐하는 거야? 이 에미없는 X아" 그런데도 친구는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여전히 다정하다. 그러고서 조금 있다가 한 아이가 또 그런다. "응, 니에미 빙신새끼라고, 빙신." 그래도 다른 친구는 별 다른 반응이 없다. 하던 대화를 계속하며 손을 잡고 걷는다. 쉬는 시간 운동장 풍경.
"여학생들이 '남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와!"
청소년들의 욕설이 대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끼리끼리 하는 욕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주 대놓고 부모(특히 상대 친구의 엄마)를 욕지거리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별히 사이가 안 좋아서 서로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친한데도, 농담처럼 서로 욕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 엄마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해대도, 듣는 아이는 별로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냥 웃고 즐깁니다. 이른바 패드립('애드리브'란 방송에서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말을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패드립'은 '패륜적인 애드리브'를 줄여서 하는 말임)을, 아이들은 이를 패륜 놀이라고 가볍게 넘깁니다.
그래서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우리 팀은, '남자 고등학교'로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욕은 남학생들이 더 심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조금 겁이 나기도 하였지만, 그냥 갔습니다. 거칠 것 같았는데, 그런데, 의외로 단정했습니다. 남학생들에게 그렇게 순진한 구석이 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패드립, 그냥 장난으로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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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나섰습니다 거리로 나서서 욕이 얼마나 더러운 의미를 담고 있는지, 우리는 알리고 또 알렸습니다.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너무 버거웠습니다. |
| ⓒ 김윤영 |
그리고 'X발', '엠창('에미창녀'의 준말로, 거짓말이 아니라고 강조할 때 쓰는 욕)' 등의 욕설은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욕이 아니면 대화가 왠지 싱겁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친구는 "패드립, 그냥 장난으로 하는 건데?" 이렇게 반응하기도 하였습니다.
더욱이 이해하기 힘든 것은, 남학생들끼리 서로 욕을 할 때 "X발놈"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X발년"이라는 말을 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왜냐고 묻는 우리에게, "X발년이 입에 더 착착 감기잖아" 하는 어이없는 대답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스트레스를 그렇게 푸는 것은 방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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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담센터에 갔습니다. ‘친구 엄마를 향한 패드립’에 대한 여수 위센터의 백지연 선생님의 분석은 날카로웠습니다. 우리는 두 번이나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
| ⓒ 정시은 |
- 청소년들이 언어폭력 문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패드립 사용으로 인해 위센터를 방문한 학생도 있나요?
"학교 폭력과 관련지어 상담을 하는 경우는 있는데요, 모두가 패드립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상담을 하다가 튀어나오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요. 가족갈등이나 학교생활 문제나 정서적인 어려움이나,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 청소년들이 이런 패드립, 패륜성 욕설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친구들이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요즘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 때문에 친구들이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그런 스트레스를 문화적으로 풀 수 있는 공간이나,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게임에도 빠지고, 친구끼리 거친 욕설도 하고, 급기야 패륜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친구 부모님을 욕해대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욕을 함으로써 자기가 더 일진스러워 보이고 더 멋있어 보이는 그런 느낌도 드는가 봐요.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지요."
- '패드립'을 살펴보면 대부분 욕들이 아빠가 아닌 엄마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여학생들도 남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더욱이 남학생들끼리 하는 욕도 "X발놈"보다는 "X발년"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에 대한 욕설이 욕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어요. 왜 그럴까요?
"욕설 대부분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라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공부 문제와 많이 부딪치는 분이 엄마이다 보니 그런 면도 있겠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요즘에는 아빠도 적극적으로 자녀의 학업 문제에 관여하시잖아요.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운전을 하다 보면 상대방 운전자로부터 '솥뚜껑 운전이나 하지, 왜 자동차 운전을 하느냐'고 욕을 먹는 경우가 있어요. 별 잘못도 아닌데, 만만한 게 여자인가 마구 욕을 해대면서요. 아마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남존여비 문화가 욕설에서까지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패드립조차 엄마를 모욕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지 않나 싶어요. 남자들끼리 하는 여성 비하 욕도 마찬가지고요."
얼마 전 '잔혹동시'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한 적이 있습니다. 급기야 동시집 전량을 회수해 폐기해 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어린이들만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패드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친구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우리의 비뚤어진 학교 문화를 돌아보았습니다. 사회에서 나쁜 것이 학교에 모조리 들어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큰비가 오고 난 뒤에는 여수 도심을 가로지르는 연등천은 온통 쓰레기로 넘실거립니다. 탁류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다니는 학교가 문득, 폭우 뒤 연등천처럼 여겨졌습니다. 옛날에는 '엄마 아빠 이름을 부르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는데, 왜 저리 되었을까, 저 험한 물길을 다잡을 방안은 무엇일까, 탁류에 휩쓸린 물고기처럼 우리는 취재 내내 숨이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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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랑해여수 6기! 인사드립니다. 양현경, 김연지, 김윤영, 박해지, 정시은 기자입니다. |
| ⓒ 박용성 |
| ○ 편집ㅣ최유진 기자 |
덧붙이는 글 |* 취재 후기 : 한 여자 분(22, 수정동)과 인터뷰를 하면서 '패드립의 대책'을 묻자 그러셨습니다. "패드립, 친구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쓰지요. 어떤 친구는 그냥 추임새처럼 여기기도 하니까요. 요즘 청소년들 스트레스 너무 받으니까 그걸 풀려고 그런다고 가볍게 보아 넘기는 분도 있는데, 아닙니다,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패륜적인 행위입니다. 다들 쉬쉬 하지 말고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름을 밝히기 싫다고 하시면서도, 인터뷰 도중에 가장 인상 깊은 말씀을 오랫동안 들려준 분입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여수지역고등학생연합동아리 사랑해여수6기, 팀장 : 양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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