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단독인터뷰] 손흥민의 '분신' 블리마이스터를 만나다

피주영 2015. 9.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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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피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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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에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재능입니다. 여기에 언어 감각과 친화력이라는 강점까지 갖췄죠."

독일인 에이전트 티스 블리마이스터(38)는 차분한 말투였다. 손흥민(23·토트넘)의 에이전트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선수를 칭찬할 때는 평정을 유지하려 했다. 블리마이스터는 손흥민의 '시작'을 함께 한 인물이다. 손흥민이 서울 동북고 재학 중이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선수 국외 유학 프로그램' 대상자로 뽑혀 함부르크 유소년팀에서 유학해 이듬해 11월엔 유소년팀에 입단할 때부터 지금까지 동고동락하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영국 런던 현지에서 손흥민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블리마이스터를 인터뷰했다.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포시즌호텔과 20일 토트넘 홈 구장인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두 번 만나 약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가 국내 언론과 심층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리마이스터는 자신을 '나이먹은 써니(older Sonny·손흥민의 별명)'라고 했다. 손흥민의 토트넘 이적 과정과 이유, 독일에서의 생활과 영국 적응기 등을 가감없이 들려줬다. 10여 년이란 세월을 함께 한 손흥민에 대한 조언과 덕담도 잊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잇따라 골을 뽑아낸 손흥민에 대해 그는 "내가 뭐라고 했나.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체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대에서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 것만큼 행복한 게 또 있을까"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흥민이는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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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데뷔골을 넣은 후 손흥민이 가족들에겐 뭐라고 하던가.

"너무 기뻐서 (서로)말도 제대로 못했다. 너무 좋아하더라. 흥민이를 보고 있으니 내가 골을 넣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선수를 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 하하"

-손흥민이 처음 함부르크 유스팀에서 그라운드를 밟던 날 오늘을 상상했나.

"나도 (손)흥민이가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환상은 있었다. 그런 상상도 안 했다면 독일로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흥민이를 처음 봤을 때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챘다. 품성과 정신력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독일에 온 이후에 완성됐다. 처음 보는 선수들도 흥민이와 쉽게 친해진다. 그를 좋아한다. 이건 매우 큰 장점이다. 게다가 흥민이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훈련한다. 굉장한 '노력파'다. 내가 흥민이를 보며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운이 좋아서 잉글랜드에서 뛰는 선수도 종종 있지만 흥민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곳에서 뛸 자격을 갖췄다."

-뿌듯할 것 같다.

"흥민이는 아들과 같은 존재다. 서로를 알고 지낸 지 10년이 다 돼 간다. 그가 가족 없이 보낸 독일에서의 첫 2년 간 곁에 있었다. 타지에 온 16~17살짜리 선수에겐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매일 흥민이와 붙어다녔다. 식사는 물론 하다못해 탁구도 같이 쳤다. 그러다보니 흥민이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여느 아버지들처럼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흥민이가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어서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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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관중으로 가득찬 경기장 모습. 7번 손흥민의 뒷모습이 보인다. [런던(영국)=피주영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자주 보긴 어렵겠다.

"무슨 소리. 내가 사는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손흥민의 전 소속팀)을 가나 뒤셀도르프(손흥민이 독일에서 살던 집)를 가나 1시간 거리다. 그런데 런던도 비행시간으로 따지면 별 차이없다. 나는 흥민이 아버지와 지난 시즌 레버쿠젠의 모든 챔피언스리그를 관전했다. 올초 호주 아시안컵 때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으로 건너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토트넘에서 뛰어도 매주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제는 말할수 있다

손흥민이 지난달 28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전격 입단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2015-2016시즌이 개막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팀을 옮기자 '감독과 불화가 있다' '주전에서 밀렸다' '동료들과 사이가 나쁘다' 등 의혹이 제기됐다.

-로저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과 불화는 사실이 아닌가.

"흥민이는 지난 시즌부터 이미 슈미트 감독에게 중심 선수로 인정 받고 있었다. 이제와서 사이가 나빠질 이유는 없다. 슈미트 감독도 좋지만 흥민이는 어린 시절부터 꿈 꿨던 영국행을 택한 것일 뿐이다."

-논란이 됐던 훈련 무단 불참 사건도 오해인가.

"하하. 나는 납치범이 아니다. 내가 구단 동의도 없이 선수를 데리고 영국으로 떠날 사람으로 보이나. 런던으로 메디컬테스트를 받으러 가도 된다는 구단의 이메일을 받았다."

-왜 하필 지금 토트넘으로 이적했나.

"우리는 약 2년 반 전부터 토트넘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3년 간 흥민이를 영입리스트에 올려뒀고 토트넘 구단도 흥민이를 영입하기 원했다. 흥민이와 아버지 손웅정씨 그리고 나, 우리 셋은 모두 지금이 토트넘으로 이적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 또 이적을 하다보면 이적시장 막판까지 구단과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번 건도 그랬다. 그러다보니 시즌 전에 이적을 확정하지 못했다. 갑작스럽다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고 보는 것이 맞다."-토트넘 이적에는 손흥민의 의견이 반영됐나.

"당연하다. 최종적으로는 흥민-아버지-나 이렇게 셋이 함께 결정을 내렸지만 처음에 흥민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가 나에게 '토트넘으로 이적할 수 있나. 포체티노 감독을 신뢰하고 함께 뛰어보고 싶다. 토트넘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흥민이의 의견을 존중했다. 흥민이의 아버지가 결정한 것도 아니다. 물론 나에게 흥민이의 아버지는 중요한 한 존재다. 누구보다 축구를 잘 아는 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가족이다. 7~8년을 계속 함께 지내고 있다. 그 누구보다 흥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알고 있다. 다함께 결정을 내리는 게 가장 좋은 결정 방법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시작하기에 최적의 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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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리버풀 이적설도 있었다.

"리버풀도 오랜 기간 흥민이를 지켜봤고 영입을 원했다. 사실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도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이 두 팀은 분데스리가 팀이다. 흥민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를 원했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팀인데 왜 택하지 않았나.

"토트넘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포체티노 감독 때문이다. 그는 현재 흥민이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도자'다. 인품이 뛰어난 데다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특히 선수들과 꾸준한 소통과 세심한 배려를 통해 잠재 능력을 끌어내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지도 방식이 좋다. 흥민이와는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령탑이다.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흥민

-손흥민이 다양한 포지션에서 나설 수 있는 것도 감독의 생각인가.

"포체티노 감독은 흥민이에게 다양한 역할을 주고 있다.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확인했겠지만 흥민이는 9번(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으로 나와 2골을 넣었다. 사람들은 흥민이를 모두 윙어로 안다. 특히 레프트윙으로 단정짓는다. 틀렸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시절 9번이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양쪽 윙은 물론 최전방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다. 그런 선수는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어봐야 더 발전한다. 레버쿠젠 시절 한 번쯤은 9번으로 나와도 됐을 법했는데 아쉽다. 포체티노 감독은 보는 눈이 다른 것 같다. 하하"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를 최고의 무대라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에만 나갈 수 있는 팀이다.

"흥민이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길 바란다. 분데스리가에서 잉글랜드 최강팀으로 꼽히는 구단으로 직행하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실패해서 독일로 유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흥민이의 나이에는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토트넘은 배우면서 뛸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챔피언스리그는 아니지만 유로파리그도 나가지 않나. 그 정도면 현재로선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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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가 분데스리가보다 수준이 높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동안 두 리그의 경기를 꾸준히 봐왔다. 프리미리그가 분데스리가보다 더 빠르고 더 힘 있는 경기를 펼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도 독일인이니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하하"-초반 분위기는 좋다.

"흥민이에겐 큰 도전이다. 모든 게 새롭다. 선덜랜드전(EPL 데뷔전)에서는 조금 긴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눈엔 그런 흥민이가 좋아보였다. 그동안 익숙했던 독일 무대를 떠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그는 즐거워 보였다."-런던 생활은 잘 적응하고 있나.

"어제 흥민이 가족과 식사를 했는데 모두 만족스러워 보였다. 최근에 흥민이는 부모님과 함께 살 예쁜 정원이 딸린 집을 구했다. 무엇보다 집 근처에 한국식품점을 찾아서 행복한 모습이었다.(웃음) 부모님과 함께 하는 건 중요하다. 무엇보다 흥민이의 아버지는 중요한 조언자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든 간에 내가 볼 때는 아버지의 존재는 필요하다. 손흥민이 계속 발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결정을 아버지가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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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어떤 선수로 성장할까.

"토트넘은 매력적인 팀이다. 핵심선수들이 매우 젊다는 강점이 있다. 흥민이를 비롯해 골잡이 해리 케인, 플레이메이커 에릭센 등이 모두 20대 초중반이다. 이런 조합으로 상위권에 오르는 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셋은 굉장한 콤비가 될 것이다. 분명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유로파리그에서 첫 골을 넣었을 때와 오늘(20일) 결승골을 기록했을 때 손흥민을 봤나. 토트넘 선수 전원이 달려와 얼싸안고 기뻐해줬다. 흥민이는 대표팀 소집과 A매치 때문에 소속팀에서 보낸 시간이 겨우 1~2주뿐이다. 그런 선수 이렇게 많은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흥민이의 유머 때문인가? 하하. 아니다. 선수들이 흥민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

런던=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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