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슬럼프 끝에 만난 <오나귀>, 든든함 채웠다"

이미나,이정민 2015. 9. 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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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vN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이젠 나의 신념과 가치관 세울 때"

[오마이뉴스 이미나,이정민 기자]

 tvN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나봉선 역의 배우 박보영이 2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이정민
배우 박보영은 자신을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tvN <오 나의 귀신님>으로 7년 만의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도 박보영은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바삐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한동안 멀어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가 연기할 나봉선이 소심한 본 모습과 신순애(김슬기 분)에 빙의되었을 때의 애교 넘치는 모습을 넘나드는 캐릭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심지어 빙의 상태에서 "한 번만 하자"며 강선우(조정석 분)의 몸에 올라타고, 그의 상의를 벗기는(!) 대담한 일도 예고되어 있었다. 걱정이 사라진 건 첫 촬영 이후였다.

"어떤 작품이든 촬영하며 '내가 잘하고 있나' 걱정하는 편이에요. 늘 '저 잘하고 있나요, 이 장면 마음에 드시나요, 마음에 들어서 오케이 사인을 주신 건가요, 아니면 한 번 더 할까요'라고 여쭙곤 하죠. 그런데 첫 촬영을 마친 뒤부터 '드라마 현장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걱정은 다 기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오 나의 귀신님>의 연출자인) 유제원 PD님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던 데다 (조)정석 오빠나 극 중 배경인 썬 레스토랑 식구들이 저만 보면 웃으며 반겨주니,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었겠어요."

걱정을 덜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것도 크다. 빙의 전후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박보영은 신순애 역을 맡은 김슬기를 관찰했다. 김슬기의 출연작을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목소리의 톤과 높낮이, 웃을 때의 입 모양, 눈을 뜨는 모습 등 모든 것이 소재가 됐다. 박보영은 "'왜 이제야 이런 역할을 맡았느냐'고 하는데 지금이 바로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때인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나에게 기회를 주신 유제원 PD님과 양희승 작가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녀, 여인이 되다
ⓒ 이정민
자신에게 '적절한 때'가 언제인지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 때에 맞춰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란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EBS <비밀의 교정>(2006)으로 데뷔해 SBS <왕과 나>(2007), 영화 <과속스캔들>(2008)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박보영은 그동안 학생, 주인공의 어린 시절, 10대 미혼모 등을 연기했다.
그를 '국민 여동생'의 반열로 올려놓은 이 배역들 덕분에, 짧지 않은 연기 경력에도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풋풋하고 앳된 소녀의 모습이었다. 박보영은 섣불리 변신을 시도하기보단 자신이 가진 것에서 출발해 점점 영역을 확장해 갔다. 늑대 소년과 순애보를 나눴고(영화 <늑대 소년>), 껌 좀 씹고 침 좀 뱉는 1980년대 일진 여고생(영화 <피 끓는 청춘>)이 되었다. 모두 그가 가진 '소녀' 이미지의 변주였다.
ⓒ 이정민
이렇게 때를 기다린 끝에 <오 나의 귀신님>이 왔고, 박보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이만큼 할 수 있을까 싶다"는 그는 "처음 빙의되어 강선우를 유혹하는 연기를 할 때 '너무 애 같아 보여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했지만, 유제원 PD님과 조정석이 '좀 더 해보라'며 도움을 많이 줬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가 끝나고 '국민 여동생인 줄만 알았는데, 여자로 보인다'는 평을 듣는 걸 보니 (수위 높은 대사가 이미지 변화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없진 않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미지 변화 덕분에) '앞으로 멜로를 더 할 생각이 있느냐' '더 짙은 멜로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도 받아요. 하지만 일단 (멜로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오 나의 귀신님>의 나봉선이 어떻게 보면 사회 초년생인데 곧 개봉하는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도 사회 초년생 역할을 맡았거든요. 이렇게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기반을 다질 생각이에요.

멜로는...그래도 서른이 넘어선 해야겠죠? 아직 절절한 사랑을 겪어 보진 못했지만, 겪어보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진구씨가 스무 살이 넘으면 꼭 함께하고 싶어요. 자꾸 이야기해서 그렇긴 한데, 정말 팬이거든요.(웃음) 제가 좀 더 열심히 저를 연마해서 (여진구가 성인이 됐을 때) 성숙한 모습으로 남아있는다면 같이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시작
 tvN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나봉선 역의 배우 박보영이 2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해 박보영은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시달렸다. 작품의 성패 때문은 아니었다. 일찍이 <과속스캔들>의 흥행 이후 차태현이 '네 인생에 이렇게 잘 될 작품은 앞으로 없다고 생각해라, 흥행은 누가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긴 덕분에 박보영도 촬영이 끝나면 결과는 자신의 손을 떠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

어느 순간 자신의 연기가 늘지 않는다는, 그래서 마음먹은 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정체기가 닥친 게 슬럼프의 진짜 원인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만난 영화 <돌연변이>, 그리고 <오 나의 귀신님>을 거치며 연기의 재미를 찾고 슬럼프를 털어 버릴 수 있었다. "이 두 작품은 그래서 나에게 남다른 작품"이라고 입을 연 박보영은 "앞으로 또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해도 두 작품을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 든든한 무언가가 생긴 느낌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시에 이 두 작품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물여섯에 접어든 지금, 박보영은 "이런저런 작품을 겪으며 '나의 신념을 가져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전까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 일을 시작했기 때문인지 그동안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데 잘 휩쓸렸던 편이었다"며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이기도 했는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꺼번에 관심을 받고 하루아침에 많은 것들이 바뀌면서 더욱 (주변에) 휩쓸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이정민
"처음에는 연기가 정말 재밌고 행복해 시작했는데 점점 일로만 다가온다거나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제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잊는 때도 있었어요. (<과속스캔들> 이후 소속사 문제로 공백기를 보냈다가) 다시 시작할 때, 다시 연기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기로 했죠.

앞으로도 계속 제 주관과 연기력을 쌓아나가야겠지만, 저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세워 놓아야 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휩쓸리지 않겠다 싶어요. (연기를 다시 시작할 때의 마음을) 되새기려 노력하는 중이죠. 자기 위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 괜찮다' 싶어요. 무언가 선택을 해서 그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결과 자체가 주는 게 있을 테니까요. 결과가 좋지 않아도 전 또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러니 지금은 그저 '충분히 도전해 보자'라는 마음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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