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주차 규제, 서둘러 해제한 이유는

장혁진 2015. 7. 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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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아침, 서울시청 기자실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7월 1일부터 제2롯데월드의 사전 주차 예약제가 해제되고 주차비도 인하한다”는 내용이었죠. 사전 주차 예약제는 제2롯데월드의 방문객이 전화ㆍ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해야 주차장을 쓸 수 있게 하는 제도였습니다. 주차비는 공영 주차장보다 높은 요금(10분당 1000원ㆍ3시간 초과 후 1500원)을 받았죠. 이 두가지는 지난해 10월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의 임시개장 승인을 받기 위해 제시했던 조건들입니다.

‘주차장 규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와 롯데 측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몇몇 기자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시행 시기가 문제였죠. ‘금방 규제가 풀릴 것’이란 의견과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란 주장이 팽팽했습니다. 저는 후자 쪽이었습니다. 그동안 제2롯데월드에 대해 서울시가 보여줬던 강경한 태도 때문입니다. 시는 지금껏 “제2롯데월드 일대는 교통 혼잡이 심해 (사전 주차 예약제를 포함해)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석달 걸린 시민 합의, 경제활성화 이유로 폐기한 서울시 규제 해제는 단지 이틀을 앞두고 ‘긴급’ 발표됐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롯데 측이 시행한 교통량 분석 자료를 이번 조치의 시행 근거로 덧붙였습니다. 그 자료가 누구의 입장을 대변할 지는 뻔히 예상되지만, “사전주차예약제를 해제하고 주차비를 내려도 일대 교통량 혼잡도엔 큰 변화가 없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서둘러 발표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제2롯데월드의 주차장 규제는 시민들의 긴 논의와 합의 끝에 이뤄진 결과물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의 임시개장 승인을 내리기 전 23명의 시민자문단을 꾸려 석달간 회의를 진행했고, 여기서 사전주차예약제와 높은 주차요금이 결정됐습니다. 주차장 규제가 시민의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면 규제 완화에 앞서 충분히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었어야 합니다.

◇시민 우려 이해하려는 노력 있었나 원래 사전주차예약제는 허울뿐인 제도였습니다.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주차장을 쓸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직원이 현장에서 바로 예약을 해줬죠. 롯데가 부실하게 운영하는 제도를 서울시는 묵인하고 있던 셈입니다. 롯데의 다음 단계는 물건 구매 고객에게 주차 요금을 대폭 할인해주는 등 주차비를 지금보다 더 낮추는 것입니다. 이미 "주차예약제 해제만으론 부족하다. 더 ‘통큰’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슬그머니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관 진동ㆍ수조관 누수 등 제2롯데월드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은 건물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롯데 입장에선 지나친 규제가 다소 억울한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합니다. 서울시와 롯데의 조급한 행보 속에선 시민들의 우려섞인 시선을 이해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재난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영화 <타워링>은 초고층빌딩에서 일어난 화재사고를 그렸습니다. 영화 속에서 ‘세계 최고(最高)’란 목적에 함몰된 사람들은 부족한 건축 비용을 메우기 위해 불에 약한 부실자재를 쓰기에 이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빌딩의 설계자인 로버트(폴 뉴먼)는 폐허가 된 건물을 ‘위선의 상징‘으로 남겨두자고 말합니다. 제2롯데월드를 보면서 그의 대사가 떠오른 건 지나친 해석일까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건물 위에 불신과 불통도 함께 더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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