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끌려가 인간박물관에.. 참 잔혹한 '발견'
[오마이뉴스 홍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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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 모인 사람들 |
| ⓒ 홍은 |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날의 의미
1492년 10월 12일, 콜럼버스가 처음 아메리카 대륙에 다다른 날이다. 세계 곳곳이 이 날을 '콜럼버스의 날', '신대륙 발견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남미 역시 오랫동안 이날을 '인종의 날'이라는 중립적인 말로 지칭하며 기념해 왔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신대륙 발견 이후 아메리카 땅에서 고통 받고 사라져간 원주민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재인식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2001년 베네수엘라는 이날부터 원주민의 대학살이 시작된 점을 인식하는 의미를 담아 '원주민 저항의 날'로 이름을 바꾸었고, 2011년 에콰도르는 다양한 문화와 민족에 대한 존중을 되새기는 날의 의미로 '다국가, 다문화의 날'로 지칭했다. 칠레는 2000년부터 '두 세계발견의 날'이라는 다소 애매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행진이 시작되기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칠레 원주민 '마푸체'의 랑킬고 지역 대표 로드리고 쿠리판은 "이날은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기억하는 날이며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원주민에 대한 인권침해와 폭력에 대해 저항하는 날이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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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인터뷰 중인 마푸체 로드리고. 많은 현지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다. |
| ⓒ 홍은 |
이날 집회에는 '마푸체의 저항'이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기도 했다. 현재 칠레에서 가장 많은 원주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마푸체는 '땅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칠레 남쪽지방에 거주한다. 마푸체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뿐 아니라 이후에도 끊임없이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이에서 그들의 땅을 지키기 위한 저항을 해왔다.
1990년대 칠레 민주화 이후 마푸체는 이전에 살던 땅에 대한 회복을 주장하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영토였던 남쪽 지역에 자리잡은 산림회사, 땅 소유주와의 분쟁이 일었다. 2년 전에는 그 지역을 지나던 트럭 방화 사건 등이 불거지며 마푸체의 폭력적 저항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언론에서는 마푸체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집중 매도했다.
하지만 마푸체의 공격적 저항방식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이전 독재 시절의 '반테러법'을 적용하여 마푸체 젊은이들에게 무작위로 폭력을 행사하고, 원주민 가정을 야밤에 급습하는 등 비인도적인 진압과정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로드리고는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며 "언론이 몇 사건으로 그런 이미지만을 부각하여 우리가 정당하게 주장하는 것들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모든 우리의 행동을 테러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나의 과거를 바라보는 것은 단지 그것이 나의 근본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내게서 그것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빼앗긴 것을 찾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 마푸체 원주민 참여자의 등 뒤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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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에 참여한 마푸체 원주민과 등 뒤에 적힌 글귀. |
| ⓒ 홍은 |
집회에서 눈에 띈 것은 셀크남족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었다. 셀크남족은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 원주민이었다. 1889년 프랑스인들이 파타고니아에서 처음 그들을 발견하고 프랑스로 강제로 데려가 인간 박물관에 전시한, 비인권적 역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00년까지 선교사들이 이 지역에 들어가 문명화와 개종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문화를 바꾸려 했지만 결국 그들의 삶의 방식을 잃어버린 원주민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서히 질병으로 죽고 사라져 갔다. 셀크남족은 나체에 스스로 직접 그림을 그려 그들의 영혼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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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 참여자의 등뒤에 그려진 셀크남족 그림과 셀크남족을 표현한 시위자 |
| ⓒ 홍은 |
"'발견'이 아니다. '침략'이다."
많은 칠레인들이 콜럼버스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조하는 말이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사실은 이렇듯 완벽하게 달라진다.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있는 날을 보내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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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문화가 함께 춤추는 아름다움 |
| ⓒ 홍은 |
| ○ 편집ㅣ홍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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